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보이는 서울의 아파트 단지. /사진 뉴스1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보이는 서울의 아파트 단지. /사진 뉴스1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 지표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경제적 격차는 오히려 더 커진 것처럼 보인다. 사회 구성원 간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로 ‘지니계수’가 있는데 빈부 격차와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을 수치로 나타낸다. 국가데이터처,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7년 0.355에서 2024년 0.323으로 낮아져 소득분배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6에서 2024년 0.612로 높아졌다. 2018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산 격차는 더 벌어졌다. 불평등의 중심축이 ‘소득’에서 ‘자산’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제는 열심히 일해서 소득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경제적 지위를 높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부동산을 보유했는지, 자산을 얼마나 물려받았는지가 개인의 경제적 미래를 크게 좌우하고 있다는 의미다.
장경석 -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 서울대 도시계획학 박사, 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이사, 전 한국주택학회 학술위원장
장경석 -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 서울대 도시계획학 박사, 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이사, 전 한국주택학회 학술위원장

자산 불평등, 어디까지 왔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 5억4022만원 중 실물 자산이 4억644만원으로 나타났다. 거주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의 자산 비중이 75.2%에 달한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미국(28.5%), 일본(37.0%), 영국(46.2%)과 비교하면 두세 배 높은 수치다. 이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부동산 중심적 자산 구조로 돼 있는지 잘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부동산 자산이 고르지 않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1월 발표한 ‘2024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최상위 10% 가구의 평균 주택 자산은 13억4000만원이었다. 반면 최하위 10% 가구의 평균 주택 자산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44.7배의 격차로, 2023년 조사(40.5배)와 비교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또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자산 기준 상위 10%가 가계 순자산의 44.4%를 차지했다. 하위 50%는 9.8%만 보유하고 있었다.

주택 가격이 높은 서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Price to In-come Ratio)은 올해 3분기 기준 10.6으로, 중위소득 가구가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두 저축해도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데 약 10.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PIR이 6.3인 걸 감안하면 서울에서 주택 마련이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실제 2023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전국의 자가 보유율은 60.7%인데 서울은 47.6%로 절반 이상이 자기 집 없이 살아가고 있다.

왜 저자산층은 자산을 쌓기 어려운가

저자산층이 자산을 형성하지 못하는 이유를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만 설명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근로소득과 자산 가격 상승 속도의 간극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 내외로 낮아지고 임금 상승률도 정체된 상황에서 지난 10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연평균 5% 이상 올랐다. 서울에서 중위소득 가구가 10년 넘게 소득을 모두 저축해도 집을 살 수 없다는 현실은 아무리 성실하게 저축해도 자산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둘째, 초기 자산 형성 기회 자체가 막혀 있다. 저소득·저신용 가구는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다. 이 가구는 자산 형성을 위한 종잣돈이 부족하고 필요한 만큼 대출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낮은 신용도로 인해 대출이자율이 높아 상환 부담이 커서 자산 축적이 어렵다. 셋째, 주거비 부담이 저축 여력을 잠식한다. 무주택 가구는 전세나 월세로 주거비를 지출하며 이는 가계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월세 부담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저자산층은 기본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빠듯하고 장기 저축이나 투자를 통한 자산 형성이 어렵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 양극화가 자산의 양극화를 낳고 자산 양극화가 교육, 건강·인적 자본 투자의 양극화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 및 자산 양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가구의 자산 구성에서 부동산, 특히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부동산 불평등이 낳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자산 형성, 어떻게 도울 것인가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는 핵심은 저자산층과 청년층이 일하고 저축하면서 자산을 쌓을 수 있도록 사회적 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4가지 정책이 필요하다. 

1│자산 형성 지원 프로그램을 연계하자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자산 형성 프로그램은 청년층에 집중돼 있는데 6개 부처가 청년도약계좌, 청년내일저축계좌,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유사한 이름으로 사업을 운용하고 있다. 유사 형태의 사업이 반복적으로 도입·종료되면서 청년층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으며 청년층 이외 세대 및 연령층에 대한 지원에 공백이 있다는 문제가 있다. 향후 저자산 가구의 자산 형성에 있어 청년층에 한정된 단기적인 저축 지원에 머물지 말고 생애 주기와 연계해서 자산 축적이 계속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설계, 운용할 필요가 있다.

2│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주거비 부담을 줄이자

저자산층의 가장 큰 지출인 주거비를 줄여야 저축 여력이 생긴다. 임대료가 시세보다 저렴한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되, 특히 시·군·구 단위에서 생활권별로 균형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에 대해 생애 단계별 맞춤형 주거 지원을 강화하고 한국장학재단이 시행하는 주거안정장학금 프로그램 같은시책을 확대해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3│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자산 형성을 패키지로 지원하자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취득세 감면, 저금리 구입 자금 대출 등을 패키지로 제공해 신혼부부와 젊은 가구의 내 집 마련을 도와야 한다. 저자산층도 공공분양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장기 분할 납부 방식의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

4│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체감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주택 가격 변동성이 낮은 안정적 시장 형성을 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기존 정부가 착수한 수도권 3기 신도시와 택지지구 내 주택 공급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무주택 가구에 연도별·지역별 공급 물량과 분양 시기를 구체적으로 공개해 시장 불안을 덜어주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요 집중 지역의 공급 확대와 함께 새로운 우량 주거지역 개발 계획을 제시하는 등 주택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 차원에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회의 사다리를 다시 세우자

저자산층의 자산 형성을 돕는 것은 사회 전체의 소비 여력과 경제 활력을 높이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는 단순히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을 넘어, 노력이 보상받고 기회가 공정하게 배분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모든 국민이 성실하게 일하고 꾸준히 저축하면 적정 수준의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다음 세대의 출발선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저자산층 자산 형성 지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