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과 인도는 모두 가난한 개발도상국이었지만,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1980년대부터 고성장을 이루었고 인도는 1990년대 국제수지 위기 후에야 뒤늦게 개혁에 착수해 성장 궤도에 올랐다. 지금은 중국 성장률이 둔화한 반면, 인도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 중 최고 성장국으로 꼽을 만큼 빠르게 성장 중이다. ① 2014년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인도국민당(BJP·Bharatiya Janata Party)은 세속주의 전통에서 벗어나 '힌두 국가'를 지향하며,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 경제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10년만 해도 세계 10위였지만, 2025년 일본을 제치고 4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모디 총리의 비전 실현을 위해선 7~8% 성장, 인프라 투자, 교육·복지 확충, 재정·부채·경상수지 안정 등의 과제가 동시에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대미 관계, 관세, 러시아·파키스탄 문제 같은 지정학 리스크까지 인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본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인도의 국내 정치와 사회구조다. 필자는 인적 자본과 복지 체계의 취약, 재정 여력 부족, 기업의 외화 부채 리스크에 더해, 세속주의 전통이 약화하면서 힌두·무슬림 갈등이 심화하는 점을 우려한다. 2억 명에 이르는 무슬림을 배제한 채로는 모디 총리의 2047년 목표가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인도가 “민주주의를 유지한 채 지속적 번영을 이룰 드문 기회”를 맞고 있다고 강조하는 필자는 이를 현실화할 조건으로 더 빠른 성장, 제도 개혁 그리고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분명히 하는 세속 통치에 대한 새로운 헌신을 제시한다.
2025년 11월 22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개막일 본회의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 연합뉴스
2025년 11월 22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개막일 본회의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 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 지배가 막을 내리면서, 가난한 신생 독립국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국제기구와 경제학자는 이들을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나라가 바로 중국과 인도였다. 두 나라 모두 1인당 소득(per-capita income)이 극도로 낮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해 국민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정치 세력이 정권을 잡은 상태였다. 중국에서는 공산당(Communist Party)이 혁명적 국가 체제를 세웠고 인도에서는 국민회의당(Congress party)이 세속 민주주의(secular democracy)를 구축했다.

하지만 수년간 두 나라 모두 약속한 번영을 이루지 못했다. 전환점은 1970년대 말에 찾아왔다. 중국 공산당이 이념적 교리주의에서 벗어나 경제개혁에 나선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1990년대 들어 중국의 1인당 소득은 급속도로 상승했다. 반면, 인도는 민주주의가 번성했음에도, 경제는 정체된 상태에 머물렀다.

앤 O. 크루거 - 존스홉킨스대 SAIS 국제경제학 선임 연구교수, 전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 전 IMF 수석부총재
앤 O. 크루거 - 존스홉킨스대 SAIS 국제경제학 선임 연구교수, 전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 전 IMF 수석부총재

그 후로 균형은 서서히 바뀌었다. 중국의 연간 GDP 성장률은 여전히 5% 안팎의 준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해 확연히 둔화했다. 반대로 인도는 성장세를 회복하고..

이코노미조선 멤버십 기사입니다
커버스토리를 제외한 모든 이코노미조선 기사는
발행주 금요일 낮 12시에
무료로 공개됩니다.
멤버십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