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처 교수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미시간대에서 신경과학을 공부하고 예일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스탠퍼드대에서 셰익스피어를 가르쳤고, 현재 제작 중인 ‘반지의 제왕’을 쓴 영국 작가 J.R.R. 톨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미들 어스’의 각본가를 맡고 있다. 현재는 오하이오주립대 학술 싱크탱크 ‘프로젝트 내러티브’ 소속 교수로 일하며 BBC와 아마존 등에 스토리 컨설팅을 한다. 플레처 교수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저서 ‘고유지능(Primal Intelligence)’ 에서 인간이 AI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전자회로의 트랜지스터로는 결코 구현할 수 없는, 동물의 뉴런이라는 물리적 구조에서 작동하는 우리의 고유지능을 통해서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유지능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왜 고유지능을 개발해야 하는가. AI에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인가.
“고유지능은 컴퓨터 AI가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사고방식을 말한다. 인간은 직관·상상력·감정·상식 등 네 가지 요소를 통해 고유지능을 기를 수 있다. 역사에 위대한 궤적을 남긴 이는 모두 고유지능을 통해 정신적 재능을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인간은 결코 AI에 완전히 대체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할 만큼 똑똑하지 않으며, 새로운 환경이나 변수를 받아들이는 데 취약하다. AI에는 ‘모른다’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데, 이 치명적인 한계가 인간과 AI의 발전 가능성을 가른다. 인류에게 산적한 과제, 이를테면 기후 위기나 빈곤 퇴치 등 혁신적 해결책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 AI는 결코 정답을 줄 수 없다. 이는 낭보이자 비보로, 결국 우리 운명은 우리 손에 달렸다는 뜻이다.”
저서에서 고유지능을 기르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예컨대 '왜' 대신 '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를 질문하거나, 모든 전략에 '플랜 B'를 마련하는 것이다.
“고유지능을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 세일즈맨, 주식 투자자, 최고경영자(CEO) 등 다양한 이가 고유지능을 기르려고 나를 찾아왔다. 그중에는 여덟 살 아이도 있었는데, 부모가 우주비행사 학교에 보내주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다. 이 아이는 ‘하나의 정답이 존재한다’는 전제를 뒤집는 일명 ‘스윅(SWICK) 훈련’을 진행했다. 이 훈련은 미 육군 존 F. 케네디 특수전 센터 및 학교(USA JFKSWCS·이하 특수전 학교)의 별칭, 스윅(SWCS)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자기 관점을 타인의 시선으로 전환하고 오래된 문제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아 차선책을 찾아보는 연습을 통해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그 아이는 이 훈련을 통해 일단 스쿠버다이빙 학원에 등록하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미 특수전 부대원이 전투 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없이 회복 탄력성을 갖출 수 있는 비결도 이 스윅 훈련 덕분이다. 고유지능 훈련은 거창한 과제를 요구하지 않는다. 당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고유지능이 왜 감퇴하고 있나. 왜 인간은 점점 더 불안하고,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존재가 되는가.
“고유지능이 약해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교육 시스템이다. 학생에게 정답 하나만을 요구하는 구조는 사고 폭을 급격하게 좁히고, 스스로 새로운 답을 탐색하려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지금의 학교는 얼마나 빠르게 ‘맞는 답’을 찾는지를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는데, 이 방식은 이미 시대에 맞지 않다. 고유지능을 회복하려면 정답 찾기가 아닌 ‘새로운 답’을 찾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
예컨대 특수전 학교의 경우 정답이 없는 문제를 제시하는 교육을 한다. 학생은 하나의 난제를 여러 방식으로 풀어보며 상상력과 직관을 실험하고, 기존에 배운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해답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시험에 통과한다. 무엇보다 이 훈련은 비판적 사고로 사전 판단을 하는 대신 문제에 부딪쳐 보는 경험을 중시한다. 이런 접근이야말로 우리가 되찾아야 할 학습 방식이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무엇보다 부모가 자녀의 시험 점수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점수는 지능이나 잠재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녀가 무엇을 잘하는지 관찰하고, 그 고유한 능력을 키워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자녀 간 차이를 인정하고 격려할 때, 아이는 스스로 재능을 발견하고 자기만의 방향을 찾기 시작한다.
부모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면, 자녀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모든 상황에 개입하면, 자녀는 목표 의식과 성취감을 느껴보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온다. 이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 1981~2010년생)가 지나치게 나약하다는 사회적 비판과도 맞닿아 있다. 자녀를 끌고 가는 ‘타이거 맘’ 대신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보는 ‘펭귄 대디’가 되길 바란다. 부모 역할은 아이의 삶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직접 맞설 힘을 갖추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명문대생들이 시험 시간에 AI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발각돼, 큰 논란이 일었다.
“그 사건은 지금의 시험 체계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AI로 정답을 맞힐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시험이 인간의 실제 지능을 평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런 시험은 결국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능력’만을 측정하는데, 이제 그 일을 컴퓨터가 대신한다면, 애초에 그 시험을 인간에게치르게 할 필요가 없다는 뜻 아닌가. 이제는 기존의 시험 시스템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앞으로 교육, 나아가 사회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과제, 이를테면 혁신적인 계획을 세우고, 여러 가설을 세워 다양한 가능성을 비교하며, 돌발 문제에 대응하는 능력 중심으로 시험을 재설계해야 한다.”
고유지능을 극대화할 적절한 AI 활용법이 있다면, 일상에서 효과적으로 개발하는 팁도 궁금하다.
“사실 AI는 개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할 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챗GPT 같은 AI 챗봇은 그저 게임처럼 즐길 수는 있지만, 당신을 더 똑똑하게 하지는 않는다. 당신이 거대 언어 모델(LLM)을 개발하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AI 활용을 최소화할 것을 권한다.
대신 타인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라. 상대의 표정, 말투, 미묘한 뉘앙스를 기민하게 포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책을 읽는 것 역시 좋은 훈련이다. 아인슈타인, 베토벤, 다윈, 처칠 같은 혁신을 이끈 인물은 한결같이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 주요 작품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햄릿’을 추천한다. 이 작품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낯선 것을 환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