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3세인 A 회장은 건강검진을 했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혈액검사에서 전립선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와 초음파 검사와 조직 검사를 받았는데,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상한 건 암이 확진됐는데, 의사가 두고 보자고 한 점이다. 당장 수술하거나 방사선치료, 항암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아닌지, 걱정에 잠을 못 이루는데, 정작 의사는 안심하라고 한다.
중년 이후 남성에게 전립선암은 더는 서양 사람에게나 적용되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전립선암은 국내 남성 암 가운데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 집계된 2022년 전립선암 발생자가 2017년 대비 약 58% 증가했다. 국내 암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크다. 2022년 암 발생 28만2047건 중 전립선암이 2만754건으로 7.4%를 차지했다. 암에 걸린 남성 13명 중 1명이 전립선암이었고, 특히 60대 이상 고령자 비율이 85.6%를 차지했다.
전립선은 남성의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기관으로,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전립선암은 이 전립선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다른 암에 비해 증식 속도가 비교적 느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주변 장기를 침범하면서 배뇨 장애가 나타나고 뼈로 전이 후 발견되면,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암이 전이된 뒤 요통이나 뼈 통증을 통해 전립선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미국의 영화배우 존 웨인과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가 이 병으로 사망했고,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이 병에 걸려 현재 치료받는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전립선암 발병 요인은 고령, 가족력, 서구화된 식습관(동물성 지방 과다 섭취), 비만이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거나 제초제 등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것도 관련이 있다. 발견 방법은 의외로 간단해서 혈액검사에서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받는 것이다. PSA 수치가 4~10ng/mL일 때 약 25%에서, 10ng/mL가 넘으면 67%에서 암이 발견되는 등 수치가 높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만약 염려된다면 전립선 초음파 검사를 하면 된다.
치료는 의외로 선택지가 넓다. 전립선암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상 침윤이 없어 종괴(혹)가 전립선 안에만 있고, 조직 검사에서 악성도가 낮으며, PSA 수치가 10ng/mL 미만, 글리슨 점수(악성 정도를 보는 수치)가 낮아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린 경우는 저위험군으로 분류돼 적극적 감시 관찰만 한다. 수술이나 방사선치료가 오히려 삶의 질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자는 철저히 치료 이득과 위험을 따져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전립선암 세포 표면에 과다 발현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방사선치료와 브라카(BRCA·유방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유전자 변이를 겨냥한 PARP(세포 DNA 손상의 복구에 관여하는 효소) 억제제는 최근 몇 년 새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현재로서 예방책은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전반적인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특히 50대가 되면 PSA 검사와 의사와 상담을 통해 개인별 검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만이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BRCA1,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 검사해 위험을 산출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