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리인벤트에서 연설자로 나선 맷 가먼 AWS 최고경영자(CEO). /사진 AWS
AWS 리인벤트에서 연설자로 나선 맷 가먼 AWS 최고경영자(CEO). /사진 AWS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질문에 답하는 도구가 아니라, 일을 하는 존재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최대 연례 기술 콘퍼런스 ‘AWS 리인벤트(re:Invent)’에서 연설자로 나선 맷 가먼 AWS 최고경영자(CEO)의 선언이다. 

2025년 12월 1일부터 5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행사는 전 세계 개발자와 기업, 파트너가 한자리에 모여 AWS의 기술 전략과 클라우드 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자리다. 2025년 AWS 리인벤트는 생성 AI(-Generative AI)를 넘어, AI가 기업의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agent) 시대로의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확산한 생성 AI가 기대만큼의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로 챗봇과 어시스턴트 중심 활용 한계를 지적했다. 정보 탐색과 생산성 개선에는 이바지했지만, 기업의 핵심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는 진단이다.

“답변이 아니라 행동… 수십억 개 에이전트 일하는 세상 온다”

AWS가 제시한 해법은 ‘에이전트 중심 컴퓨팅(agent-centric computing)’이다. AWS가 정의한 AI 에이전트는 목표를 이해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우며, 여러 시스템과 도구를 연결해 실행까지 수행하는 주체다. 단순 자동화나 챗봇을 넘어, 기업의 개발·운영·보안과 고객 대응 전반에서 실제 업무를 맡는 존재로 규정됐다. AWS는 향후 수십억 개 에이전트가 동시에 작동하는 환경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와미 시바수브라마니안 AWS 에이전틱 AI 담당 부사장은 에이전트와 기존 챗봇의 차이를 ‘조언과 실행’으로 구분했다. “챗봇이 무엇을 조사해야 할지 말해 준다면, 에이전트는 직접 조사하고 진단해 해결을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웹사이트 트래픽이 40% 감소했을 때를 가정했다. 이 경우 챗봇은 로그를 확인하거나 최근 변경 사항을 검토하라고 안내할 수 있다. 하지만, 에이전트는 실제 분석 데이터를 조회하고 코드 변경 내역을 확인하며 서버 오류 로그를 검사한 뒤 문제를 식별하고 수정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는 에이전트 확산이 개발과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개발자는 모든 세부 단계를 직접 구현하는 것보다 원하는 결과와 제약 조건을 정의하는 역할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전트 시대의 전제 조건은 ‘인프라’

맷 가먼 CEO는 키노트 초반부터 AWS의 글로벌 인프라 규모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전 세계 38개 지역과 120개 가용 영역(AZ), 900만㎞에 달하는 자체 사설 네트워크, 지난 1년간 추가된 3.8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은 AI 에이전트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AI 인프라 전략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자체 칩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강조됐다. AWS는 엔비디아 최신 칩인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 GPU 인스턴스(가상 서버)를 대규모로 제공하는 한편, 자체 설계 AI 칩인 트레이니움(Trainium)을 통해 비용 효율성과 장기 확장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트레이니움 2 운영 성과와 함께 트레이니움 3 울트라서버의 정식 출시, 차세대 트레이니움 4 개발 계획도 공개됐다. 

산업 현장서 활약하는 AI, 현장 감시하고 판단

AWS 리인벤트 현장에서는 AI 활용이 사무 영역을 넘어 산업 현장으로 확장되는 흐름도 반복적으로 제시됐다. 설비 운영, 안전 관리, 생산 효율 개선 등에서 AI가 인간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을 감시하고 판단하는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루바 보르노 AWS 글로벌 스페셜리스트· 파트너 부문 부사장은 “AI 성과는 마법이 아니라, 재현 가능한 방법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 구조 재편, 보안, 에이전틱 AI 그리고 파트너 협업이 결합될 때 AI 성과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WS는 파트너를 단순한 보조 주체가 아닌, AI 전환의 촉매로 재정의하며 에이전틱 AI 컴피턴시(에이전트형 AI를 실제 업무·산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구현·운영할 수 있는 공식 역량 인증 체계)를 새롭게 정비했다. 

AWS 리인벤트 2025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경쟁의 초점은 더 똑똑한 답변을 내놓는 것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누가 더 많은 일을 대신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Plus Point

슈퍼브에이아이·DDI가 보여준 '행동하는 AI' 산업화

2D 사진에 등장한 객체(사람)의 위치를 3D 공간에 표시 가능한 슈퍼브 영상 관제 솔루션. /사진 슈퍼브에이아이
2D 사진에 등장한 객체(사람)의 위치를 3D 공간에 표시 가능한 슈퍼브 영상 관제 솔루션. /사진 슈퍼브에이아이

AWS 리인벤트에서 맷 가먼 AWS CEO가 강조한 ‘행동하는 AI’는 더 이상 개념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내 스타트업 슈퍼브에이아이(Superb AI)와 ㈜두산 디지털이노베이션BU(DDI)의 사례는 에이전틱 AI가 제조업 현장에서 어떻게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공통점은 AI가 단순히 분석하거나 조언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을 대신 감시하고 판단하며 실행을 지원하는 단계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사례는 슈퍼브에이아이다.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생성 AI를 안전하고 통제할 수 있게 사용되도록 해주는 AI 운영 플랫폼)과 아마존 세이지메이커(Amazon SageMaker·기업이 자사만의 AI 모델을 만들고 운영하는 개발 및 운영 플랫폼)를 기반으로 산업 현장에 특화된 에이전틱 AI 비전 모델을 개발해 차세대 AI 안전 관제 플랫폼 ‘슈퍼브 VA’를 선보였다. 이 플랫폼은 제로샷(Zero-shot) 방식으로 신규 현장에 별도 학습 없이 즉시 적용되며, 3D 공간 이해와 멀티 카메라 트래킹 기술을 통해 넓은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의 위험 행동을 연속적으로 추적·분석한다. 위험 상황 발생 시에는 자연어 요약과 자동 대응 가이드를 생성해 관제 인력의 판단을 돕고, AWS 인프라 기반 초저지연 스트리밍을 통해 1~2초 내 경고를 전달한다. 그 결과 국내 대기업 계열 제조 현장에서 중대 재해 위험 상황 70% 이상을 사전에 탐지·차단하고, 정탐률 85% 이상, 관제 효율 최대 세 배 향상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AI가 ‘보는 도구’를 넘어 ‘행동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한 사례다.

두 번째 사례는 DDI다. 제조 현장의 고질적 문제인 ‘고장 후 정비’ 구조를 바꾸기 위해 DDI는 AWS 기반 예지 정비 솔루션 ‘EDS(Equipment Diagnostics Ser-vice)’를 출시했다. AWS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시각화하고, 아마존 베드록 기반 AI 진단 리포트와 점검 챗봇을 개발하면서 설비 이상을 고장 발생 2~4주 전에 감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예지 정비 도입 이후 운영 효율과 진단 정확도는 70~85% 개선됐고, 비전문가도 데이터 기반으로 설비 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두산 계열사 주요 공장 대상으로 적용됐으며,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등재를 통해 외부 제조 고객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도 추진 중이다.

이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