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하기를 거듭하면 기적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불과 10여 년 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작은 안경 회사가 이제 매출 1조원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바로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이야기다.
젊은이는 젠틀몬스터를 안경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재미와 감탄을 선물하는 곳’으로여긴다. 도산공원, 하우스 도산 등 젠틀몬스터 본사와 플래그십 스토어(체험 판매장)는 단순 매장이 아니라, 젊은이가 줄을 서서 관람하는 일종의 ‘현대미술관’으로 통한다.
이들의 경이로운 성공을 지켜보며 내가 그동안 설파해 온 ‘X 경영’의 살아있는 교과서를 발견한다. X 경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기존에 꾸준한 성실성에 의존하는 덧셈(+) 경영을 넘어, 서로 다른 요소의 곱셈(×)을 통해 기하급수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초(超)협업 경영 철학이다. 젠틀몬스터는 정확히 이 ‘X’의 공식을 따랐다.
첫째, 예측 불가능성과 상상력을 결합하라.
김한국 젠틀몬스터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사람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가 내린 답은 ‘설렘’이었고 그 설렘은 ‘예측 불가능함’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전통적인 안경점은 빽빽하게 진열된 상품과 검안기 위주의 기능적 공간이었다. 하지만 젠틀몬스터는 이 공식을 파괴했다. 매장안에 6족 보행 로봇을 설치하고 매달 1층의 전시 테마를 뜯어고쳤다. 안경을 사러 갔다가 거대한 ‘설치미술’을 마주한 소비자는 충격을 받았다.
이는 안경(product)과 현대미술(art)이라는 전혀 다른 두 영역을 곱하기(×)한 것이다. 이 이종 결합은 ‘안경점’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문화적 체험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X 경영에서 강조하는 ‘창조적 파괴’가 공간 비즈니스에서 구현된 셈이다.
둘째, 경계를 허물고 무한 협업하라.
김 대표의 경영 철학은 ‘퓨처 리테일(Fu-ture Retail)’이다. 그는 “소비자는 0.1초 만에 느낌을 결정한다”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그는 젠틀몬스터가 안주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젠틀몬스터는 펜디, 마르지엘라 같은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블리자드의 게임 ‘오버워치’, 축구 스타 손흥민, 자체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와도 과감하게 협업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초협업 전략이다. 나와 상관없는 분야와 손을 잡음으로써(×) 브랜드의 외연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이다. 정체되어 있는 브랜드는 덧셈으로 성장하지만, 끊임없이 외부의 이질적인 유전자와 결합하는 브랜드는 곱셈으로 폭발한다.
셋째, 끝없이 융합하라.
자본금 5000만원 회사가 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간 몇 퍼센트의 성장으로는 불가능하다. 이것은 수학적으로 ‘곱하기 효과’가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젠틀몬스터는 최근 구글과 손잡고 스마트 안경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래의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단으로 주목받는 인공지능(AI) 안경을 위해 구글과 단순한 협업을 넘어 경영 지분 참여라는 강력한 동맹 체제를 갖췄다.
젠틀몬스터는 단순히 ‘품질 좋고 멋진 안경’을 만든 것이 아니다. ‘기술×예술×공간× 스토리’, 이 네 가지 요소를 연속해서 곱했다. 안경이라는 제조업에 공간이라는 예술업을 결합(×)하고 거기에 브랜드 스토리라는 콘텐츠를 다시 결합(×)했다.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는 크기로 증폭됐다. 이것이 바로 X 경영이 추구하는 ‘초성과’의 비밀이다.
젠틀몬스터 매장에 가면 언제나 ‘새로운충격’이 있다. AI와 데이터가 지배하는 신문명 시대에 인간이 AI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은 바로 이 예측 불가능한 ‘창의성’과 이질적인 것의 융합(×)이다.
젠틀몬스터는 한국 기업이 나아가야 할 X 경영의 방향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더하기 경영’에서 ‘곱하기 경영’으로 대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