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꼽히는
메이요 클리닉.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있다. /사진 셔터스톡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꼽히는 메이요 클리닉.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있다. /사진 셔터스톡

오늘날 미국 헬스케어 부동산 시장은 거대한 인구구조적 메가트렌드와 비약적인 기술혁신이 맞물리며 전에 없던 수요 확대를 경험하고 있다. CBRE 보고서에 따르면,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의료 지출 가속화 그리고 혁신 기술의 임상 도입이라는 세 가지 핵심 동력이 시장의 펀더멘털을 강력하게 지지하면서 헬스케어 분야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국 헬스케어 시장의 근간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단연 인구구조 변화다. 미국 내 75세 이상 인구가 매년 100만 명 이상 증가하는 기록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40년간 평균 증가율을 세 배나 상회하는 수치다. 오는 2030년이면 베이비붐 세대(1946~64년생) 전원이 은퇴 연령에 진입한다. 따라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24년 17%에서 20%까지 확대되면서 미국 또한 본격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참고로 한국 역시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2024년 20%를 넘어서면서 일본에 이어 (2005년 진입)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화에 따른 의료 부동산 수요 확대는 글로벌 공통의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수혜 - CBRE 코리아 상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호텔경영, 현 CBRE 코리아 리서치 총괄
최수혜 - CBRE 코리아 상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호텔경영, 현 CBRE 코리아 리서치 총괄

노년층이 헬스케어 지출 37% 부담

이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필연적인 의료지출 확대로 이어진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미국 인구의 17%에 불과하지만, 헬스케어 지출액의 37%를 담당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그 규모가 31% 추가 성장해 약 2조달러(약 295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헬스케어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지출 성장률은 이미 수년째 일반 소비재 평균을 앞지르고 있다. 2023년 기준 소비자 지출(인플레이션 반영한 조정치) 22%가 헬스케어 섹터에 집중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이 시장의 하방 경직성을 증명한다.

과거 대형 종합병원 중심이었던 미국 의료 서비스 패러다임은 의료 절차를 외래 시설에서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기술 발전과 비용 효율성 제고에 힘입어 MOB(Medical Outpa-tient Buildings·이하 메디컬 빌딩)로 이동하고 있다. 메디컬 빌딩은 외래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특수하게 설계된 건물로, 입원 치료를 하는 종합병원이 아닌 전문 클리닉, 외래 수술 센터(ASC), 영상 진단 센터 등이 집적된 맞춤형 시설이다. 

메디컬 빌딩은 주거 및 리테일 인근 입지에 주로 위치해 환자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 전통적 종합병원 대비 수술비를 50% 이상 절감하는 경제적 이점을 제공한다. 특히 ‘원 빅 뷰티풀 빌(OB3·One Big Beautiful Bill)’로 대표되는 최근의 연방 정책 기조에 따른 헬스케어 예산 삭감 및 환급 감소 가능성은 의료 서비스 제공 업체의 비용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의료 임차인이 운영 효율성이 검증된 외래 시설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게 하는 결정적인 정책적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2025년 7월 4일(현지시각) 제정된 OB3는 미국 연방 세금 감면과 지출 삭감, 예산 확대를 동시에 담은 대규모 통합 세제·예산 법안이다. 유지 비용이 막대한 대형 종합병원 체제에서 탈피해 고효율 메디컬 빌딩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의료 서비스 탈중앙화 (Decentralization)’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향후 미국 의료 서비스 중심축이 전통적인 대형 종합병원에서 외래 시설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헬스케어 부동산 매력, 자본시장 측면에서도 견고

자본시장 측면에서도 헬스케어 부동산 매력도는 여느 때보다 견고하다. 관망세를 유지하던 거래 활동은 2022년 중반 이후 연간 매매 거래량 증가와 함께 2024년 중반을 기점으로 뚜렷한 회복세에 진입했으며, 자본환원율(Cap Rate) 역시 상승세로 전환하는 양상을 보인다. 자본환원율은 특정 시점의 부동산 ‘순영업수입(Net Operating Income)’을 부동산 가격으로 나눈 것이다. 이 비율이 자금 차입 금리보다 높으면 해당 부동산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와 금리 인하 기조는 임차인의 경제적 불확실성을 제한하며 임차 및 매매 거래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2025년에 이어 2026년에도 이어지면서 미국 헬스케어 부동산 시장이 주목할 만한 한 해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와 공급이 전반적으로 균형을 유지함에 따라 메디컬 빌딩 임대료는 지속 상승하고, 공실률은 하락세를 보이며 최근 10% 이하 수준이다. 향후 신규 메디컬 빌딩 공급 물량은 올해 감소한 데 이어 2026년에도 추가로 26% 줄어들며 10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공급 경색은 2026년 말까지 메디컬 빌딩 임대료를 사상 최고치를 견인하며 임대인 우위 시장을 공고히 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존 오피스 및 리테일 공간이 가용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메디컬 임차인의 잠재 이전 수요를 흡수하며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 

충분한 자본 가용성과 개선된 투자 심리가 반영되며 2025년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시장 거래 규모는 약 16%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6년에는 추가적으로 10% 이상 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헬스케어 부동산은 매우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서 이러한 광범위한 트렌드의 혜택을 볼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헬스케어 부동산은 인구구조의 필연적 변화와 기술적 진보 그리고 정책 변화가 결합된 가장 방어적이면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자산군으로서, 개선된 투자 심리와 풍부한 자본 가용성을 바탕으로 향후 더욱 주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수혜 CBRE 코리아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