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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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많은 샐러리맨의 공감을 얻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 드라마는 안정적인 삶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서울 자가’와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50대 김 부장이 회사 압박에 밀려 결국 명예퇴직(비자발적 퇴직·해고)을 선택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김 부장의 퇴장은 수많은 샐러리맨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대기업이란 탄탄한 회사에, 부장이라는 타이틀이, 혹은 부동산을 소유한 것만으로는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시대가 온 건 아닐까. 이제 이 우울한 현실, 즉 ‘해고’라는 단어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전향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회사와 개인 모두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양자 모두 해고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해고를 재정의할 수 있다면, 관점이 바뀔 것이고 행동의 변화가 따를 것이며 기대하지 못했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최악의 재앙처럼 여겨졌던 해고를 작지만 의미 있는 신의 ‘선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준기 - 동명대 Busan
International College 교수,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경영학
박사, 전 IGM 세계경영연구원
전임교수, 전 성균관대 글로벌 MBA 스쿨 겸임교수, 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인사총괄임원
한준기 - 동명대 Busan International College 교수,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경영학 박사, 전 IGM 세계경영연구원 전임교수, 전 성균관대 글로벌 MBA 스쿨 겸임교수, 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인사총괄임원

해고에 대한 관점 전환의 필요성

첫째, 해고를 ‘잘림’을 넘어 ‘새로운 도전’이라는 개념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해고나 명예퇴직을 ‘실패’ ‘좌절’ ‘잘림’이라는 부정 단어와 연결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해고를 ‘조직 개편’이나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말 뒤로 숨기려 하고 해고 당사자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듯 쉽게 말도 못 꺼내는 것이 사회의 일반적인 풍토였다. 그래서 필자와 상담한 많은 임원과 현실의 또 다른 김 부장 역시 타 회사에 지원할 때 전 직장을 퇴직한 이유로 무엇을 적어야 할지 항상 묻는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해고의 의미도 변해야 한다.

이제 해고는 조직이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헤어질 때가 되어 서로 이별한 것, 스스로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나만의 콘텐츠를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 강제된 기회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해고의 아픔은 잠시 겪을 수 있지만, 이를 잘림이 아닌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재기할 기회’로 받아들이는 개념의 재정의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끝이 아니라, 묻어뒀던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전환점으로 바라보는 용기를 갖자. 

둘째, 임직원은 회사가 최상의 조건을 갖춘 재도전의 전진기지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해고 개념의 전향적 전환을 받아들이려면 이제부터라도 직장 생활의 본질을 새로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회사는 최고의 MBA(경영학 석사과정) 스쿨이고 당신은 전액 장학생’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 학교 안에 있을 때 진짜 경쟁력을 빌드업해야 한다. 샐러리맨이라면 한번쯤 임원을 꿈꾸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샐러리맨 가운데 임원에 오르는 비율은 단 0.7%다. 나머지 99.3%는 언젠가 조직을 떠나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최근 고용 트렌드를 보면, 40대부터는 누구라도 조기 퇴직을 통보받을 수 있다. 현실을 건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최근 논의 중인 정년 65세 제도가 커리어 수명을 연장해 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제도에 큰 희망을 걸지 말자. 회사의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은 정책과 별개로 항상 있을 것이며 제도나 정부 정책에 기대기보다 자기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회사라는 최고의 요새 안에 있을 때부터 ‘언제든 회사에서 해고당할 수 있는’ 전략·전술을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회사와 나 자신 모두를 성장시키는 실험해 볼 프로젝트가 널려 있다. 프로젝트 비용은 물론, 회사 부담이다. 그 실험에서 당신은 ‘CNS(Contents-Networking-Story-telling·콘텐츠-네트워킹-스토리텔링)’로 재무장해야 한다. 

▶자기 콘텐츠 만들기(contents): 회사 명함의 모든 타이틀을 떼어 냈을 때 본인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역량과 전문성을 구축할 것.

▶시장과 연결하기(networking): 회사 안팎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나와 함께 혹은 나를 대신해서 콘텐츠(나의 경험과 지식)의 시장성을 평가하고 시장에서 유통되도록 채널을 만들어 놓을 것. 반드시 탐색하고 네트워킹해야 한다.

▶효과적인 스토리텔링(storytelling): 회사 안에 있을 때부터 자기 작품을 효과적으로 프레젠테이션하고 자기만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기를 것. 직급과 ‘짬밥’ 대신,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 스킬로 이겨야 한다.

셋째, 회사도 전향적인 마인드 세트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회사는 사내 커리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개별 구성원의 미래를 건설적, 개방적으로 논의해야만 한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면서 건강한 자기 계발 활동(기고 및 저술 활동, 외부 공모전 참여, 외부 특강, 대학원 진학 등)까지 금지하고 불균형적인 ‘충성심’을 요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 정도는 오히려 회사 브랜드 강화를 위해서라도 권장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종료된 후에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재미없는 ‘전직 지원 프로그램(Outplacement)’에 보내면서 ‘손을 터는’ 모습은 인재 전쟁과 초연결 시대에 걸맞지 않다. 

회사는 드러내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개방적 토양과 전향적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구성원이 진정한 커리어 성장을 생각하고 향후 진로까지 고려할 역량 개발 프로그램과 커리어 관리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단기 비용이 아니라 장기 투자다. 회사가 구성원의 커리어 여정에 진정성 있게 개입하고 지원할 때 구성원의 충성도는 높아지고 해고 완충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회사 평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인재 영입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새 성공을 응원하며

필자는 처음 해고를 당한 기억이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유럽 대륙 한복판이었다. 그야말로 참 암담했다. 그 이후에도 수많은 개인적 위기가 있었고 드라마 속 김 부장 같은 고참 부장이나 임원을 수도 없이 해고하며 그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 부장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서울 자가’나 ‘대기업’이라는 간판이 아니라, ‘언제든 회사라는 울타리를 떠날 수 있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과 ‘준비되지 않은 퇴장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조기 경보이며 회사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우리 모두 어쩌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해고를 잘림이 아닌 ‘제2, 제3의 커리어 도전’의 무대로 재정의하는 것에 긍정적 자세를 가져야 할 때다. 샐러리맨은 회사 밖을 향한 눈을 떠야 하고 회사는 그들의 새로운 여정을 돕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 멋지게 이별하고 마침내 새로운 성공에 이르는 그날을 응원한다. 

한준기 동명대 Busan International College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