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 대량 매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올해 주식시장 불장을 이끈 주인공이다. 외국인은 2024년 중순부터 2025년 4월까지 9개월 연속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만 38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조기 대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한국을 떠났던 외국인 자금이 봇물이 터지듯 복귀했다. 한국 주식을 내다 팔던 외국인은 ‘사자’로 태도를 바꿨고 10월까지 21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11월 말 현재 외국인은 상장 주식 1192조8000억원(시가총액의 29.6%)을 보유하고 있다. 230년 역사의 스위스 자산운용사 롬바드 오디에르의 패트릭 켈렌베르거(Pat-rick Kellenberger) 신흥 시장 주식 전략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증가, 지속적인 메모리 교체 주기,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산업 정책 수요는 한국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야심 찬 가정을 하지 않더라도 코스피 지수가 2026년 4800에 도달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5000까지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켈렌베르거 전략가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는 독일 도이체방크에서 투자 전략가로 일하며 30억유로(약 5조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관리한 이력이 있다. 현재는 신흥 시장의 복잡한 시장 역학을 실용적 시각으로 분석해 명확하고 실행 가능한 투자 전략을 세우는 일을 맡고 있다. 켈렌베르거 전략가는 12월 3일 롬바르드 오디에르가 공개한 2026년 신흥 시장 투자 전략 전망에서 “거시 경제, 기업 실적, 기술 요인에 힘입어 2026년에도 신흥 시장 주식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인도와 함께 한국을 선호 투자 대상으로 추천했다. 다음은 켈렌버거 전략가와 일문일답.

패트릭 켈렌베르거 - 롬바드 오디에르 신흥 시장 주식 전략가, 헝가리 부다페스트 코르비누스대 경제학, 독일 에를랑겐 뉘른베르크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 /사진 패트릭 켈렌베르거
경제학 석사, 전 도이체방크 투자 전략가
패트릭 켈렌베르거 - 롬바드 오디에르 신흥 시장 주식 전략가, 헝가리 부다페스트 코르비누스대 경제학, 독일 에를랑겐 뉘른베르크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 /사진 패트릭 켈렌베르거 경제학 석사, 전 도이체방크 투자 전략가

2026년 한국을 포함한 신흥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피 예상 최고점은 어느 정도이고 근거는 무엇인가.

“과도한 가정을 배제하더라도 2026년 코스피는 4800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5000을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AI 인프라 투자 가속화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 레거시 메모리 교체 사이클 지속, 조선, 발전, 산업 자동화 기업에 대한 미국 산업 정책 호재 효과 등 세 가지 요인에 힘입은 실적 성장이 주요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특히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고 AI 인프라에 대한 구조적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기업 가치 제고(멀티플익스펜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AI가 주도하는 반도체 사이클이 새해 주식시장에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

“정보기술(IT)은 현재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이자 실적 상향 조정의 주된 동력이다.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신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초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은 자본 지출을 계속 늘리고 있다. 그들의 펀더멘털(매출·수익성·자산·부채·시장 경쟁력 등 기업 기초 지표)은 여전히 건실하다. AI가 더 넓은 경제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증거가 점점 더 쌓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8년부터 에너지 공급이 더 시급한 병목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역시 이 증가하는 수요로부터 혜택을 볼 수 있는유리한 위치에 있다. 조기에 종료될 수 있는 분야(2026년 중반 가능성)는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다. 고객사는 단종하는 구형 반도체 사이클 사양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장비 자본에 대한 지출은 우리가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변수다. 시장이 절제된 성장을 선호하는 가운데 최적의 지점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반도체 수급역학은 2026년까지 호조를 유지할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로서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섹터는.

“IT와 산업 섹터는 여러 호재 혜택을 계속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 섹터는 이전의 극단적인 밸류에이션에서 벗어나면서 수익에서 강력한 역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기업은 혜택을 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한국 주식시장은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자주 듣는다. 현재 한국 시장은 새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에 매력적인가.

“단순한 평가로는 충분하지 않다. 특히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 수익과 연계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AI 관련 반도체 수요의 지속적인 성장과 진행 중인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결합한다면,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무엇인가.

“대부분 중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배당 확대를 장려하는 세제 개편과 자사주 의무 소각이 더 큰 호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대만을 예로 들면, 미래 수익률 전망이 한국보다 훨씬 낮지만, 배당 수익률은 더 높다. 물론 현금 배당만이 주주 가치 창출 수단은 아니다. 재투자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다만 대만은 과거에도 일관된 수익 성장을 보여왔다. 여기서 한국의 자사주 의무 소각 제도가 주목받는다. 대차대조표상 유휴 자금은 일반적으로 투자자에게 가장 매력적이지 않은 요소이므로, 이 제도는 자본 효율성 개선과 주당순이익(EPS) 상승에 기여할 것이다.”

한국의 대내외 환경을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은행은 2026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2%까지 낮출 수 있다. 기술 하드웨어 수출 호조와 교역 조건 개선에 힘입어 2026년 성장세 회복이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국은행보다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것으로 본다. 모두가 주목하는 핵심은 AI 테마가 약화할 조짐, 예를 들어 수익성 부족에 따른 위기 신호다. 한국 IT 부문의 과도한 자본 지출과 관세는 여전히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미 연방대법원이 현재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의 위법성을 따지고 있는데 만에 하나 이에 기반한 관세를 제한할 경우 불확실성이 다시 증가하고 미국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반도체 관세로 전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내 기업 지배구조 개혁의 추진력이 약화할 경우 전망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본다.” 

Plus Point

美 투자자 코스피 4000 견인… 삼성전자·한전 많이 사들여

코스피 4000 시대를 열어젖힌 주역으로 꼽히는 외국인 투자자 중 기여도가 가장 높았던 건 미국 투자자다. 12월 11일 금융감독원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외국인 상장 주식 순매수 동향과 보유 현황을 보면 코스피 ‘불장’이 본격화한 2025년 6월 초에서 9월 말 사이 국내 상장 주식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던 외국인은 미국 투자자로 8조2280억원을 순매수했다. 미국인은 488조9990억원어치 국내 상장 주식을 보유해 외국인 가운데 국내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랜드(4조290억원), 룩셈부르크(1조6750억원), 독일(1조600억원), 중국(2810억원)이 같은 기간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 보유 2위 국가인 영국 투자자는 장기 투자금이 많은 미국과 달리 단기적 투자에 집중했다. 영국 투자자는 2025년 1∼8월 11조8910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하다가 9월 2조1910억원, 10월 2조3690억원을 순매수하며 ‘사자’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더니 11월 4조549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 기간에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원전 등 성장성이 부각된 대형주를 코스피 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박근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