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5일 유럽연합(EU)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과징금 1억2000만유로
(약 2032억원)를 물렸다. / 사진 AFP연합
2025년 12월 5일 유럽연합(EU)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과징금 1억2000만유로 (약 2032억원)를 물렸다. / 사진 AFP연합

2025년 12월 5일(이하 현지시각) 유럽연합(EU)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과징금 1억2000만유로(약 2032억원)를 물렸다. X의 계정 인증 표시와 광고 정책이 EU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했다며 막대한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X뿐 아니라 메타, 구글, 애플 등 다른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도 조사하고 있다.

미국은 EU가 DSA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 규제 체계를 구축하자, 이를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비관세장벽’이자 ‘산업 정책적 공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는 EU 규제에 대해 ‘상응 조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더 나아가 미 의회와 행정부는 EU 모델을 참조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거래 촉진법(이하 온플법)’까지 문제 삼으며,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갈등의 전선이 한·미·EU 삼각 구도로 확장되고 있다.

EU의 디지털 규제

EU의 디지털 규제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DSA고, 다른 하나는 시장구조 자체를 사전적으로 교정하려는 DMA다. DSA는 불법·유해 콘텐츠의 신속한 삭제 의무,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의 투명성, 맞춤형 광고에 대한 정보 공개가 핵심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 보호라는 공익적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플랫폼의 내부 운영 방식과 기술적 설계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DMA는 한층 더 급진적이다. 일정 매출, 이용자 수, 시장 지위를 기준으로 ‘게이트 키퍼’를 사전 지정하고, 이들에 대해 자사 우대 금지, 데이터 결합 제한, 경쟁 서비스와 상호 운용성 의무를 부과한다. 이는 위법 행위가 발생한 이후 제재하는 전통적 경쟁법과 달리, ‘위험 가능성’만으로도 사업 모델을 수정하도록 강제하는 구조 규제에 해당한다.

EU 규제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과징금이다. DSA를 위반한 경우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 DMA를 위반했을 때는 최대 10%, 반복 위반의 경우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과징금 산정 기준이 EU 역내 매출이 아니라 글로벌 매출이라는 점은 EU 규제가 사실상 역외적 효력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EU는 필요할 경우 사업 분할 등 구조적 시정 조치까지 허용하고 있다. 최근 X뿐 아니라 메타, 구글, 애플 등 미국계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조사와 제재는 이런 규제가 선언적 차원을 넘어 실제 집행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EU의 디지털 규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핵심 논리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사실상의 차별, 둘째는 비관세장벽, 셋째는 산업 정책적 의도에 대한 의심이다.

미국은 EU 규제가 법문상 국적 차별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게이트 키퍼 요건과 규제 대상이 결과적으로 미국 빅테크에 집중된다고 주장한다. 유럽 기업인 스포티파이, SAP, 지멘스, DHL 등은 미국 시장에서 특별한 사전 규제 없이 자유롭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반면, 미국 기업만 유럽에서 ‘잠재적 위법자’로 취급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DMA의 징벌적 과징금 구조를 ‘정치적 과세’에 가깝다고 인식한다. 미국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를 EU 정부의 재정으로 이전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자유무역을 주창해 온 EU가 디지털 영역에서는 ‘기술 보호주의’의 선봉에 섰다는 역설로 이어진다. 미국은 EU의 디지털 규제를 경쟁법이 아닌 산업 정책의 연장선에서 해석하며, 이를 서비스 무역과 연계된 통상 문제로 재분류했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 현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현 외교부 정책 자문위원회 위원, 전 중국삼성경제연구원장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 현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현 외교부 정책 자문위원회 위원, 전 중국삼성경제연구원장

미국의 타깃이 된 한국 ‘온플법’

이번 갈등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한국의 온플법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직접 거론된 데 이어, 한국 국회가 통과시킨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한미간 외교·정책적 사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또 미국 재계가 그간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업을차별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맥락과 맞물려 있다.

특히 여당이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등 일련의 플랫폼 규제 입법이 EU의 플랫폼 기업 규제 모델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에서, 미국은 이를 단순한 국내 규제가 아니라 EU식 플랫폼 규제 모델이 아시아로 확산되는 사례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식이 굳어질 경우,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외교·통상 이슈로 비화되며 한·미 간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 측 시각에서 온플법의 가장 큰 문제는 ‘사전 지정제’다. 특정 매출 규모나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미리 정하는 방식은 글로벌 시장구조상 미국 기업을 정조준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차별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으며, 비관세장벽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미 의회는 온플법이 표면적으로는 소상공인 보호를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로컬 플랫폼을 보호하거나 미국 기업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산업 정책적 성격이 있다고 의심한다. 이는 한국이 의도치 않게 미·EU 간 디지털 패권 경쟁의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책·통상 컨설팅 업체인 컴페테레그룹의 섕커 싱엄 최고경영자(CEO)는 미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플랫폼 규제가 혁신 비용을 증가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과 중소 사업자의 선택권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미국 경제에 약 5000억달러(약 719조원), 한국 경제에도 약 4500억~4700억달러(약 647조~676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플랫폼 규제가 단순한 분배 문제를 넘어 성장 잠재력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플랫폼 서비스의 위축은 콘텐츠, 게임,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 연관 산업 전반에 연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국내 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 규제가 역설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

디지털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견제하고, 이용자 보호와 공정 경쟁 질서를 세우는 것은 국가의 정당한 책무다. 그러나 문제는 규제의 유무가 아니라, 그 방식과 속도, 규제가 향하는 방향이다. 잘 설계된 규제는 혁신을 유도하지만, 조급하고 경직된 규제는 혁신의 숨통부터 조인다. 플랫폼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는 순간, 그 비용은 결코 특정 대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플랫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수많은 중소 판매자와 창작자, 더 나은 서비스와 낮은 가격을 기대하던 소비자 모두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혁신이 멈춘 생태계에서는 공정도 지속될 수 없다. 디지털 규제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 수단이 혁신의 동력을 잠식하는 순간, 규제는 공정의 도구가 아니라 성장의 족쇄가 된다.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명확하다. 첫째, EU 모델의 기계적 수용을 경계하고, 사전 규제보다 사후 규제와 자율 규제의 정교화를 검토해야 한다. 둘째, 플랫폼의 공정성과 혁신 간 균형을 유지해 규제가 생태계 자체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규제 당국과 통상 당국이 긴밀한 협의를 통해 디지털 규제가 곧 무역 보복으로 이어지는 ‘하이브리드 전쟁’ 시대에 맞는 통합적 통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