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0일 오전 중국 내륙 정저우(郑州)의 비야디(BYD·比亚迪) 레이싱파크. BYD의 ‘억대’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仰望)’ 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U8을 타고 수심 1.5m 물속으로 향했다. 물이 바퀴 높이까지 올랐을 땐 바퀴가 힘 있게 물길을 ‘헤쳐나간다’고 느꼈지만, 이내 보닛 위까지 물에 잠기자, 자동차가 아닌 배에 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위가 깊어지자 안내 음성과 함께 창문과 선루프가 자동으로 열렸고, 물속에서 좌우로 움직이는 바퀴는 노를 젓는 듯했다. 잠자코 있던 수중 동력 장치도 작동하기 시작했다. 차내엔 물 한 방울도 새어 들어오지 않았다. 현장 관계자는 “침수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해 개발된 기술이다. 약 2시간 정도 물에 있을 수 있다”며 “스마트폰 방수 기술이 차체에 적용돼 자연스레 물에 뜰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수조 옆엔 스키장에서나 볼 법한 높은 경사의 모래언덕이 솟아있었다. 물속을 주행하던 U8은 모래를 흩날리며 언덕을 오르내렸다. 이 언덕은 수직 높이 29.6m에 경사는 28도에 달해 기네스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높은 경사의 모래언덕을 직진으로 오르내리는 강한 힘과 더불어 가파른 각도에서도 유턴이 가능한 정교한 기술 역시 U8의 특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양왕 U8은 중국 내수 시장용으로 현재 108만위안(약 2억218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해외 판매는 중동 시장에 먼저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전용 수출 차고지까지 조성… 정저우 경제특구의 중심, BYD
정저우 항공항(航空港) 경제특구의 신에너지차 산업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0㎢ 규모를 목표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이 단지는 BYD를 주축으로 한다. BYD 정저우 공장은 37일 만에 착공해 17개월 만에 양산을 시작했고, 50초마다 완성차 1대, 3초마다 배터리 셀 1개를 생산해내고 있다. 이 공장은 BYD 공장 중 규모와 생산능력이 가장 크다. 2023년 본격 가동 이후 누적 생산량 100만 대를 돌파했으며, 허난성 신에너지차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배경엔 수준 높은 자동화 공정이 있다. 조립 공장에 들어서니 거대한 수직 구조가 눈에 띄었다. 세로로 높게 세워진 철골의 천장 레일엔 인형 뽑기 집게 같은 대형 집게가 달려 있었고, 도르래가 오르락내리락하며 차체를 위아래로 나르고 있었다. 공정이 끝난 차체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면 2층으로 들어 올려지고 천장에 달린 집게가 차체를 집어 레일에 태운 뒤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사람의 개입은 조립 공정의 가장 끝 단계인 보닛·타이어 조립과 육안 점검 과정에서 볼 수 있었다. 느리고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 점검 과정을 마친 차체는 연달아 설치된 수십 개의 턱을 밟으며 주행 점검을 거친 뒤 공장 내에 가지런히 주차됐다.
경제특구에는 BYD 차량 수출을 위한 물류 기지도 별도로 마련됐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정저우 국제육로항 서(西)작업구역엔 내수 판매용 도요타 차량이 화물 열차에서 내려 입고되고 있었고, 열차 반대편엔 BYD 전용 구역이 끝없이 이어졌다. 울타리로 둘러싸인 구역 안엔 수출을 기다리는 BYD 차량이 가득 주차돼 있었다. 모두 이곳 정저우 공항에서 제조된 것이다. 여기서 화물열차를 타고 유럽 등으로 수출된다.
中 최대 컴퓨팅 센터, 자국산 CPU 기반… IT 생태계 자립 박차
정저우 항공항 경제특구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수조위안 규모의 정보기술(IT) 산업 클러스터도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에서 반도체, 서버, 컴퓨팅 센터까지 포괄하며, 중국산 중앙처리장치(CPU), 인공지능(AI) 연산 능력을 기반으로 독립된 기술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12월 9일 오전에 찾은 ‘허난 항공항 컴퓨팅 센터(이하 센터)’는 중국 중부 지역 최대 규모의 AI 컴퓨팅 센터로 300억위안(약 6조1620억원) 이상 투자됐다. 총연산 능력은 중국 최대인 1만페타(P)플롭스에 달한다. 자체 대형 모델을 개발하기도 하고 파트너사의 모델을 운영하기도 한다. 센터엔 H100, B100, B200 등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10만 개가 탑재됐다. 세계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xAI가 약 20만 개의 GPU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상당한 양이다.
센터는 이런 거대한 연산 능력을 기반으로 정부·공공기관용 AI를 개발하고 있다. 감사, 소방, 민원 등 분야의 AI 에이전트를 자체 개발했고 정저우 항공항 경제특구의 감사국과 소방대가 실제 사용 중이다. 그중 ‘AI 감사원’은 중국 국가감사서가 제공한 30만 건의 감사 보고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전국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우리 목표는 중부 지역 최대의 ‘AI 지능체 공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인근엔 CPU 제조사 룽신중커(龙芯中科· 이하 룽신)도 입주해 있다.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는 인텔과 AMD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 룽신은 이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며 글로벌 기업을 빠르게 뒤쫓고 있다. 2001년 연구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룽신은 중앙정부의 두둑한 지원을 받아 빠르게 기술 축적을 이뤘고 2010년대 들어 시장에 본격 진입했으며 2022년 중국산 CPU 제1호 기업으로서 커촹반(科創板)에 상장했다.
12월 9일 오전에 방문한 룽신 중원본부에서 회사 관계자는 인텔 CPU와 성능 비교를 시연했다. 룽신의 2023년 CPU와 자체 개발 운영체제, 인텔의 2020년 CPU와 윈도10 간 비교였다. 50㎆ 크기의 문서를 여는 데 룽신은 1초도 걸리지 않았고 인텔은 3초 이상 걸렸다. 룽신과 인텔 CPU 모델 출시 시기가 서로 달라 기술력을 비교하기 어려웠지만, 관계자는 “중국산 CPU와 글로벌 대기업 CPU 간 성능 격차가 좁혀졌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회사에 따르면, 룽신의 가장 큰 특징은 자체적인 명령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룽신 관계자는 “명령어 시스템을 보유하면 전체 정보 산업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생태계 근간이기 때문”이라며 “인텔 체계와 ARM·안드로이드 외에 우리는 반드시 우리만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룽신이 이를 구축해 기술 생태계 독점을 깨뜨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저우 경제특구 新성장축 中 화물처리 6위 신정국제공항
정저우 경제특구의 또 다른 축은 신정국제공항이다. 전용 화물기 노선 64개를 개설해 글로벌 항공 화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대한항공과 국내 유일 국제 화물 전용 항공사 에어제타도 이곳을 이용한다. 신정국제공항엔 총 57개의 화물 터미널·창고도 있다. 이 중엔 애플 전용 창고가 있다. 세계 최대의 아이폰 수탁 생산 기지인 폭스콘 정저우 공장이 경제특구에 입주해 있기 때문이다. 현장 관계자는 “(아이폰 새 시리즈가 출시되는) 매년 9~10월이 되면 집중적으로 아이폰을 처리한다”고 말했다.
신정국제공항 연간 처리 능력은 화물 110만t으로 중국 6위 화물·우편 처리량을 자랑한다. 24시간 이내 통관·출항이 가능한 빠른 속도가 장점이다. 다만 휴대폰·컴퓨터·CPU 등 고부가 전자제품은 안전 검사 때문에 하루 더 소요된다.
정저우 경제특구가 중국 크로스보더(국경을 넘는) 전자상거래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한 데는 신정국제공항이 적잖은 기여를 했다. 정저우 경제특구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는 2024년 기준 수출입 물량 1억6600만 건, 거래액 258억5000만위안(약 5조3096억원)을 기록했다. 경제특구 안에 VIP숍, 알리바바, 징둥(京东), 더우인(抖音) 등의 물류 창고가 줄줄이 입주해 있다. 특히 브랜드 특가 상품과 정품 보장, 익일 배송 서비스로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VIP숍은 이곳을 수입 허브 겸 포장·배송센터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내 최대·최고의 보세창고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