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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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persona)’는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Carl G. Jung)이 만든 이론으로, ‘사회적 가면’ 또는 ‘가면 인격’으로 불린다. 실제 페르소나는 라틴어로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쓰는 ‘가면’이라는 뜻이다. 융은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면 ‘본래의 나’는 사라지고 ‘가면의 인격’으로 살게 된다고 했다. ‘엄마’라는 가면을 쓰면 ‘나’는 사라지고 ‘엄마’로 살고, ‘며느리’라는 가면을 쓰면 ‘며느리’로 산다는 것이다. ‘아버지’ ‘장녀’ ‘학생’도 페르소나라고 볼 수 있다.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선생이면 선생다워야지’ 하는 말은 그런 가면을 썼으니, 그에 걸맞게 행동하라는 주문이다.

인간은 맡은 역할에 충실하게 산다. 맡은 역할을 잘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만, 제대로하지 못하면 비난받는다. 하지만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과 역할 속에 묻혀서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장녀라는 역할 때문에 자기 삶을 희생하거나, 며느리라는 역할 때문에 숨도 못 쉬고 사는 것은 건강한 삶이 아니다.

인생은 연극이다. 인간은 자신이 쓰고 있는 역할 가면에 따라 연기하면서 살아간다. 사실 우리가 하는 역할은 몇 개 안 된다. 부모, 자녀, 배우자 같은 가족 내의 역할, 사회에서의 직업인 역할이 제일 크다. 여기에 두세 개 역할이 더 있을 수 있겠다. 이 역할이 마음에 드는지, 잘 수행하고 있는지 돌아보자. 행복하게 사는 법은 간단하다. 이 역할이 마음에 들고 잘하고 있으면 행복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행이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명랑한 정신과’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명랑한 정신과’ 저자

혹 지금 하고 있는 역할이 너무나 고통스러운데 견디고 있다면 과감히 벗어버릴 용기도 필요하다. 역할 가면에 숨이 막혀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할이 마음에 안 들면 가면을 벗어 던지면 그만인데 그게 쉽지 않다. 부모와 자녀처럼 자기 마음대로 벗어나기 힘든 역할이 있다. 반면에 직장처럼 내가 선택했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역할도 있다. 적어도 자신이 선택한 역할이 자신을 괴롭게 한다면 다시 벗어버리는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역할을 벗어야 새 삶이 나타난다. 뒷일이 걱정되는가. 힘든 과정을 겪기야 하겠지만 지금보다 분명 나을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어도 똑같은 가면을 쓰고 똑같이 살면 새해가 아니라 헌 해다. 진정한 새해를 맞으려면 역할 변신이 필요하다. 그런 변신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지금 역할을 그대로 하되, 방식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짜증 내는 남편 역할을 하고 있다면 부드러운 남편 역할로 바꾸는 것이고, 직장에서 너무 ‘예스맨’이었다면 ‘노’라고 말하는 캐릭터 변화를 시도해 보는 거다. 둘째는 새로운 역할 가면을 쓰는 것이다. 똑같은 역할만 계속하고 있으면 재미도 없고 정체되고 행복 점수도 낮아진다.

새해에는 어떤 새로운 역할 가면을 쓸지 생각해 보자. 새롭게 공부하고 싶다면 학생의 가면은 어떤가.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작가의 가면은 어떨까. 아니면 프로필 사진을 찍는 모델 가면도 괜찮지 않을까. 가면을 바꾸면 인생도 바뀐다. 역할 변신의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