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A 그룹의 신임 임원 교육에서 “구성원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합리적이면 수용하되, 그렇지 않다면 솔직하게 피드백해야 한다. 임원으로서 요즘 세대에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효과적인 소통법을 알려달라”는 강의 요청을 받았다.
지난 몇 년간 필자는 많은 리더에게 공통적으로 “구성원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리더는 구성원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어떤 리더는 구성원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자신을 ‘꼰대’로 만들 것이라며 두려워하기도 했다. 그래서 점점 더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질문 통해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구성원은 리더가 긍정적으로 피드백하는 것보다 교정적인 피드백을 선호한다고 한다. 구성원 자신의 업무 성과를 높이고, 성장하는 데 있어 무엇을 바로 잡는 것이 좋을지 리더에게서 듣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리더는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솔직하게 피드백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리더가 리더로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실제로 효과 있을까.
요즘 단위 조직(팀)의 리더(팀장) 교육에서 ‘자기주장이 강한 구성원’에 대한 고민이 자주 나온다. 팀장이 봤을 때, 맞지 않는 부분을 지적하거나 얘기해도 자기주장이 강한 구성원은 도무지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B 금융 그룹 경영진 교육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다. 한 경영진은 “부서장이 만든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바로잡는 피드백을 솔직하게 했다. 보고서의 목적, 현재 상황, 다른 금융 그룹의 사례까지 들어 맥락에 맞게 꼼꼼하게 피드백했는데, 그 뒤로 며칠 동안 부서장은 입을 닫았다. 부서장 입장에서 나름대로 많이 고민했다는 걸 알고, 왜 그런 보고서를 만들었는지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라고 필자에게 물었다.
이 경우 리더가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얘기한 것이 화근이다.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질문을 통해 부서장이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질문은 상대방의 잠자고 있는 역량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것도 질문을 통해 활발해질 수 있다.
또 질문은 상대방과 친밀감과 신뢰도를 높인다. 특히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질문하면, 상대방은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며,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과정에서 리더의 의도가 교묘하게 질문으로 위장된 느낌을 줘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신뢰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상황에서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는 말처럼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가는 질문은 좋지 않다. 이렇게 물을 바에는 솔직하게 리더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따라서 질문은 리더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을 잠시 뒤로 제쳐두고 해야 한다.
구성원 생각을 확장하는 질문이 좋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이 좋을까.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 즉각적으로 판단해 말하기보다 추가 정보를 요청하는 식으로 물어야 한다. 예컨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구체적 사례가 있을까요” “진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은 있나요?” “그러면 무엇을 더 준비하면 좋을까요?”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까요?” 등의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통해 구성원은 리더가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아닌지를 지적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반대로 구성원으로부터 “지금 상황으로는 실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더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역으로 받을 수도 있다.
오가는 질문을 통해 리더의 생각을 뛰어넘는 더 나은 아이디어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리더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반드시 정답일 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구성원의 생각을 확장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지금 하려는 것과 다른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혹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요?” “만약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등의 질문을 통해 구성원의 생각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질문은 리더와 구성원이 가진 기존 생각보다 더 나은 방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사안을 결정하는 데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다른 구성원의 의견도 들어볼 수 있겠다. “(이 사람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 사람이 낸 제안보다) 더나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등의 질문을 다른 구성원에게 던지는 것이다. 리더의 직접적인 피드백보다 동료의 피드백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오류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소크라테스 대화법
결정 시한이 매우 촉박한 상황에서는 잘못을 구성원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질문을 곧바로 던지는 방법도 있다. 이른바 ‘소크라테스 대화법’이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오류를 스스로 알게 하는 대화법으로 유명하다. 소크라테스 대화법은 “정의는 무엇인가?” “강자의 이익이 정의입니다” “강자도 사람인가?” “물론입니다” “그럼 강자도 사람이니 잘못된 행동을 하겠지?” “그럼요” “그럼 강자의 잘못된 행동도 정의인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이런 소크라테스 대화법은 구성원의 생각을 열거하게 해 그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본인 스스로 알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대화법을 짧은 시간에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연속된 질문이 자칫 ‘나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평소에는 느긋한 성격의 리더라도 구성원과 대화할 때는 그 말과 생각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한다. 구성원이 말하자마자 번개처럼 리더 본인의 생각을 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의 속도전에 구성원은 입을 닫을 가능성이 커진다.
구성원이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말하기를 원한다면, 리더는 잘 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그런 솔직한 피드백이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리더에 대한 신뢰를 낮출 수 있음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솔직하게 피드백해야 하나. 앞서 계속 얘기해 왔듯 질문으로 바꿔서 해보자. 구성원이 스스로 오류를 깨달을 수 있게 말이다. 어쩌면 리더 본인 또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더 나은 방안이 구성원이 스스로 찾아낼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