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2025년 세계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복합적인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성장 둔화와 무역 전쟁, 지정학적 충돌이 문제로 인식됐지만, 그 이면에서는 수십 년간 세계경제를 지탱해 온 자유무역과 효율성 중심의 공급망이라는 근간이 흔들리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특히 2020년대 들어 가속된 탈세계화 흐름과 신흥국 중심의 결집은 기존 서방 중심 다자주의 질서를 해체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이라는 전례 없는 기술적 충격이 가해지면서 노동시장의 위계질서가 재편되고 있으며, 자원 안보 문제는 국가 간 생존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필자는 눈에 보이는 단기적 악재에만 집중할 경우 우리 사회의 하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구조적 추세를 놓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세계경제를 변화시키는 구조적 추세를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정부와 기업이 과거 통계와 관행에 의존한 의사 결정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고 자본 배분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만 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게 필자 주장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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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둔화, 무역 전쟁 격화, 국경 간 자본 유동성 위축, 이주 압력 심화는 뉴스의 주요 헤드라인을 장식해 왔다. 그리고 이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러한 요인이 결합해 다자주의를 약화하는 한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플러스 같은 주요 신흥 경제국 블록의 부상을 가속하면서 세계경제 질서의 근본적인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그에 못지않거나 어쩌면 더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다섯 가지 구조적 추세가 있다. 

첫 번째 추세는 인구통계학적 변화다. 세계 인구가 2080년대 중반까지 약 103억 명으로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표면적인 수치는 그 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강력한 변화를 간과하게 한다. 전 세계 인구는 급속히 고령화하고 있으며 은퇴자 대비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은 1997년 9.4명에서 2050년에는 3.9명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연금제도와 공공 재정은 점점 더 큰 부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인구 추세는 국가별로 극명하게 다르다.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됐으며, 현재 약 14억 명인 중국 인구는 2100년까지 7억5000만 명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 인구는 6000만 명에서 27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 인구는 1억2800만 명에서 5300만 명으로 급감할 수 있다. 반면 나이지리아 인구는 7억9100만 명으로 세 배 증가해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될 전망이다. 이런 변화가 초래할 경제적·지정학적 영향은 매우 클 수 있다. 향후 25년간 개발도상국에서는 수억 명의 인구가 노동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진국 다수는 장기적인 인구 감소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격차의 확대는 노동 및 경제 전반의 압박을 가중하고,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의 강제 이주 문제로 고심하는 시기에 이주를 더 가속화할 것이다.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특히 에너지와 식량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소비 양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인도 인구가 중국보다 많을지 모르지만, 중국의 1인당 소득은 약 1만3300달러(약 1910만원)로, 인도의 다섯 배에 달한다. 이는 인구 증가가 저가 상품을 소비하는 저소득 국가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구조적 추세는 AI에 의한 노동시장 혼란이다. AI 슈퍼사이클이 생산성과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약속을 하는 한편, 수백만 명의 노동자, 특히 반복적인 업무를 수반하는 일상적인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을 대체할 수도 있다. 경제학자의 예측은 다양하지만, 보수적인 추정치조차도 심각한 사회적, 거시 경제적 결과를 동반한 ① 일자리 없는 하층 계급(jobless underclass) 등장을 예견하고 있다. 나아가 AI 기반 성장이 노동보다 자본에 불균형적인 이익을 가져다 준다면 불평등이 심화하고 정부는 개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업, 특히 테크 기업은 보편적 기본소득을 포함한 복지 재원 마련을 이유로 더 높은 세금 부담에 직면할 것이다.

담비사 모요 경제학자 - 아메리칸대 경영학 석사(MBA),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옥스퍼드대 세인트앤서니 칼리지 경제학 박사,‘혼돈의 가장자리’ 저자
담비사 모요 경제학자 - 아메리칸대 경영학 석사(MBA),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옥스퍼드대 세인트앤서니 칼리지 경제학 박사,‘혼돈의 가장자리’ 저자

세 번째 구조적 추세는 천연자원의 제약이다. 이는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지정학적 갈등을 심화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구리는 이미 구조적인 공급 부족 상태에 처해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신규 광산 개발에 대한 투자 없이는 2035년까지 공급량이 30%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리튬·니켈· 코발트 등 다른 핵심 원자재 역시 유사한 공급 압박을 받고 있어 이는 배터리 제조업에 타격을 주고 청정에너지 전환을 방해할 수 있는 심각한 자원 부족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물 부족 역시 자원 확보를 가로막는 중대한 제약 요소다. 전 세계 농업 약 25%가 물 부족 스트레스가 심한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어 식량 시스템이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에 취약한 상태다. 또한 물은 데이터센터의 냉각과 반도체 제조에도 필수적인 만큼, 급격한 AI 도입은 물 공급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

네 번째 구조적 추세는 미국 내 새로운 투기성 투자 열풍이다. 유럽연합(EU)과 달리 미국의 규제 환경은 개인 및 기관 투자자 모두에게 더 큰 위험을 감수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한다. 그 결과 주식시장은 역사적 고점 부근에 머물고 있으며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0배로, 역사적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투자자는 사모펀드, 사모 신용, 벤처캐피털, 암호화폐, 밈 코인 그리고 지난 1년간 50% 이상 상승한 금에도 자금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단기 투기 현상의 급증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베이비붐 세대가 2048년까지 젊은 세대에게 약 100조달러(약 14경385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물려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규모로 이뤄지는 세대 간 부의 이전은 금융시장에 더 많은 투자 자본을 유입시켜 자산 가격을 부풀리는 한편, 막대한 저축 규모 자체는 실질금리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다. 새로운 자본의 유입은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 레버리지 베팅(차입 투자)은 규제 사각지대인 ② 그림자 금융(shadow-banking) 시스템을 통해 점점 더 많이 이뤄지면서, 그 취약성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용 활동이 전통적 은행에서 벗어나 통화정책의 실효성 또한 약화하고 있다.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 효과가 차입자에게는 전혀 도달하지 않을 수 있어, 정책 입안자의 경기 부양 능력을 제한하게 된다.

다섯 번째 구조적 추세는 점차 강화되는 영국과 유럽 내 위험 회피 성향(risk aver-sion)이다. 지난 수십 년간 유럽의 성장 전망은 관료적인 장벽, 엄격한 규제 요건 그리고 파편화한 자본시장에 발목 잡혔다. 수치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데, 미국의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통상 EU보다 8~10배가량 더 크며, 유로존 가구의 약 70%가 금융 위험을 감수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지만, 미국인은 그 비율이 40%에도 미치지 않는다. 런던 증시는 이러한 금융 침체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5년 상반기 동안 런던 증시 상장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30년 만의 최저치에 해당하는 1억6000만파운드(약 3108억원)에 불과해, 런던 금융가를 세계 20대 기업공개(IPO) 시장 순위 밖으로 밀어냈다. 영국 연기금도 지난 25년간 국내 주식 비중을 53%에서 6%로 크게 줄이면서 영국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자본 풀도 함께 축소됐다. 이는 단순한 재정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유럽의 경제적 역할 축소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훼손시킨다.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유럽은 AI 슈퍼사이클을 놓치고, 혁신 기술을 주도하는 역할이 아닌 기술 식민지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런 다섯 가지 구조적 추세는 각각 세계 경제를 뒤바꿀 잠재력이 있다. 이는 무역로를 재편하고 투자 흐름을 전환하며, 주요 식량과 핵심광물 유통 및 가격 결정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또한 정부로 하여금 공급망 관리, 자본 배분 그리고 국가 간 투자를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할 것이다. 이때 가장 잘 준비된 의사 결정권자는 이 같은 변화의 파급 효과를 조기에 인식하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이다. 

Tip

① AI가 인간 노동력을 빠르게 대체함에 따라, 직업이 없으면서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빈곤 상태에 놓인,일자리 없는 하층 계급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이들은 단순히 일시적인 실업 상태에 놓인 이들이 아니다.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된 이 계층은 경제적 불안정을 넘어 복지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의존, 교육 단절, 나아가 범죄율 증가 같은 부정적인 사회적 지표와 밀접하게 연관되며 공동체 존립을 위협하는 변수로 떠오른다.

②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이 전통적인 은행과 유사한 신용 및 자산 중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엄격한 건전성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금융 시스템을 뜻한다. 사모펀드, 자산유동화증권(ABS),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이 대표 사례다. 자본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을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위험 요인이 된다.

담비사 모요 경제학자

정리=윤진우 기자

정리 = 김주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