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사용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식음료 산업에서 그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는 최근 보고서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GLP-1 사용자 이해하기(Getting to know GLP-1 users, a new kind of consumer)’에서 미국인 3.5%가 GLP-1 비만약을 사용하고 있고, 그들의 연간 칼로리 섭취가 약 21%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 보고서는 GLP-1 비만 치료제 사용자 31%가 매달 식료품 지출을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비만약 확산 정도에 따라 향후 10년간 식품 소비 지출이 매년 410억~550억달러(약 59조3400억~79조6000억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는 ‘소비구조’ 자체를 바꾸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보고서를 작성한 앤드루 린제이(Andrew Lindsay) KPMG 컨슈머·리테일 전략 그룹 수석 컨설턴트는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비만약의 영향을 단순히 ‘시장 축소’로만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비만약 사용자가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들의 소비 변화가 식료품 포장, 물류, 원료 등 식음료 산업 공급망 전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린제이 컨설턴트는 “비만약 사용자는 식품 소비를 끊는 것이 아니라, 바꾸는 소비자” 라며 “소비자가 먹는 양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은 판매량만 늘리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소비성향에 맞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방어에 나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비만약 대응은 기업의 생존 문제”라며 “대응이 늦어지면 그만큼 비용이 커질 수 있다” 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앤드루 린제이 - KPMG 컨슈머·리테일 전략 그룹 수석 컨설턴트, 미국 플로리다대 경영학, 플로리다대 워링턴 경영대학원 MBA /사진 KPMG
앤드루 린제이 - KPMG 컨슈머·리테일 전략 그룹 수석 컨설턴트, 미국 플로리다대 경영학, 플로리다대 워링턴 경영대학원 MBA /사진 KPMG

GLP-1 비만약 확산 형태가 소득·인구 집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초기에는 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보험 적용 확대와 약가 경쟁이 본격화하면 GLP-1 비만약은 빠르게 대중화되고, 전 계층으로 퍼질 수 있다.”

이 흐름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인지를 어떻게 확인하나.

“치료제 사용자가 ‘얼마나 늘었나’보다 ‘누가 늘었나’를 봐야 한다. 의료 목적 사용자확산이냐, 웰니스를 위한 사용자 확산이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동시에 기업의 메시지(건강·기능 강조), 유통 채널, 헬스테크·의료 파트너십 변화가 나타나는지 살펴야 한다. 보험 적용 확대와 약가 인하가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다.”

GLP-1 비만약 확산이 식품 산업에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많이 먹게 하는 제품이 성공’이라는 공식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치료제 확산으로 소비자가 먹는 양이 줄면서, 기업은 판매량으로 매출을 키우기 어려워졌다. 기업은 그 변화에 맞춰 같은 소비자에게 더 높은 만족과 효용을 파는 방식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제는 ‘덜 먹어도 만족이 큰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

식음료 소비가 줄면 산업에도 타격이 클 텐데.

“비만약 확산은 전체 식품·음료 지출을 줄일 수 있지만, 그들 역시 여전히 먹고 마시는소비자다. 이 때문에 그들이 쓰는 돈만 해도 큰 시장이 된다. 전략의 초점을 ‘시장이 줄어든다’가 아니라 ‘소비가 어떻게 바뀌는가’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어떤 제품군이 먼저 흔들리고, 어떤 제품군이 새로 뜰까.

“탄산음료·캔디·초가공 스낵처럼 습관적으로 소비하던 품목이 먼저 타격받을 것이다. 식욕이 줄면 충동구매가 줄고, 간식·야식 수요가 빠르게 꺾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단백·기능성 제품과 프리미엄·경험형 제품 등이 ‘양보다 질’로 이동하는 소비 수요를 흡수하게 될 것이다.”

식음료 기업은 포트폴리오 전략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비만약 사용자는 식품 소비를 끊기보다 ‘선택 기준’을 바꾼다. 기업은 판매량 경쟁보다 소비성향별로 제품 개발이나 포장 전략을따로 설계하는 페르소나(유형)별 제품 구성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칼로리 절감형’ 소비자에게는 1인분·소포장 제품을, ‘건강 선택형’ 소비자에게는 고단백·고섬유·저당 제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구독·큐레이션 같은 솔루션형 상품 등으로 ‘가치 중심 매출’을 키우는 전략도 필요하다.”

구체적인 제품 및 서비스 개발 전략을 조언해 달라.

“비만약 확산에 대응할 제품의 핵심은 ‘적정량’과 ‘영양 밀도’다. 먹는 양이 줄어드는 만큼, 1인분·소포장 제품이 기본이 된다. 여기에 고단백·고섬유 간식, 영양을 보강한 음료, 포만감을 높이는 식사 대용 제품이 유리하다. 장기적으로는 대사·장 건강 같은 기능을 내세운 제품이나 식단을 묶어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다.

다만 비만약 시장을 ‘특수한 사람만의 시장’으로 보고 전용 제품을 따로 만드는 것은 효율성이나 경쟁력 측면에서 좋은 전략은 아닌 것 같다. 소포장·고단백·기능성 제품은 비만약 사용자가 아닌 소비자에게도 통할 수 있다. 따라서 대응 제품을 ‘특정 고객 전용’으로 만들기보다 주력 제품군 전반에 적용해 브랜드 전체 경쟁력으로 키워야 한다.”

경영 측면에서 필요한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시장 변화 속도가 기업의 연구개발(R&D) 속도보다 빠르므로 관련 기업의 인수합병(M&A)도 유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원료 개선, 영양 성분 연구 등 제품 개발 역량을 내부에서 키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장 재편기에는 역량과 브랜드 신뢰를 한 번에 확보하는 움직임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특히 대체 단백질, 기능성 원료, 건강 간편식 분야에서 이미 소비자 신뢰를 확보한 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이 빠른 대응책이 될 수 있다.”

식음료 기업 경영진에게 조언한다면.

“비만약에 대응하는 것은 생존 문제다. 지금 움직여야 한다. ‘제품 혁신’에 먼저 투자하라는 것이다. GLP-1 비만약 확산은 식품 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선택 기준을 바꾼다. 늦게 움직이면 브랜드가 뒤처지고, 따라잡는 비용은 더 많아진다.” 

Plus Point

GLP-1 비만약 사용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전략

KPMG는 GLP-1 비만약 사용자를 하나의 소비자 집단이 아니라, 소비성향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비만약 사용자의 소비를 5개 유형으로 나누고, 유형별 포트폴리오 전략을 제시했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