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가운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월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
동에서 열린 재정경제부 출범 현판 제막을 마친 뒤 손뼉을 치고 있다. /사진 뉴스1
구윤철(가운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월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 동에서 열린 재정경제부 출범 현판 제막을 마친 뒤 손뼉을 치고 있다. /사진 뉴스1

예산과 정책을 한곳에 집중시켜 ‘공룡 부처’로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출범 18년 만에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기획처)로 쪼개졌다. 이재명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재경부와 기획처는 1월 2일 공식 출범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탄생했던 기재부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재경부-기획처’ 체제로 돌아간 것이다.

기재부는 거시 경제정책과 재정 정책을 한 축으로 묶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등 대형 위기에 비교적 신속하게 대응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예산 편성권을 무기로 행정부의 왕 노릇을 한다’ 는 비판도 동시에 받았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의 비판이 거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전 국민 100%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했던 민주당 정치인과 대립해 선별 지원 원칙을 고수한 것이 부처 분할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정책과 예산 분리가 고금리·고환율·재정 부담이 동시에 겹친 현 국면에서 과연 위기 대응 속도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게 됐다. 

부총리 부처로 거시 경제정책과 금융·대외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는 경제정책의 중심축 역할을 맡고, 기획처는 예산 편성과 함께 중장기 국가 전략을 설계하는 역할을 전담한다. 경제정책은 기동력 있게 조정하고, 재정과 예산은 중장기 국가 전략에 맞춰 설계하겠다는 게 조직 개편 취지다. 

기획처 직제가 국무총리 산하로 조정되면서, 경제부총리는 예산 편성 실무에서 한발 물러났다. 국무총리를 통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예산에 직접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된 셈이다. 이전 정부까지 막강했던 경제 관료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조직 쪼개기로 대규모 승진 파티 ‘역설’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출범한 재경부와 기획처는 각각 2차관 6실, 1차관 3실의 조직 체제를 갖췄다. 부처 분리에도 불구하고, 과거 기재부(2차관 6실)와 비교하면 조직 외형은 오히려 커졌다. 국(局)·과(課) 단위로 내려가면 이런 변화는 더욱 분명해진다.

재경부(본부 조직 기준)는 20국 95과, 기획처는 13국 51과로 구성됐다. 두 부처를 합치면 국은 33개, 과는 146개로, 기재부 시절(25국 123과)보다 국은 8개, 과는 23개 늘었다. 국장급과 과장급 보직이 증가하면서, 경제 관료의 힘을 분산하겠다는 조직 개편 취지와 달리 ‘대규모 승진 파티가 열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같은 역설은 재경부 조직 구성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에서 비롯됐다. 2025년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기재부에서 예산·재정 정책 기능을 떼어낸 재경부는 애초 금융위원회의 금융 정책 기능을 이관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심의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직원의 반대 시위 등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을 둘러싼 반발이 거세지면서, 금융 정책 기능 이관은 백지화됐다. 그 결과 재경부는 새 기능을 확보하지 못한 채, 기존 기재부 기능을 여러 국·실로 쪼개는 방식으로 조직을 확장해 ‘2차관 6실’의 부총리 부처 외형을 갖추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존 차관보실 정책조정국 산하 6개 과를 일부 기능 신설과 함께 10개 과로 늘려 정책조정관과 전략경제정책관 등 2국 체제의 혁신성장실로 승격시킨 것이다. 기존 국고국 산하 8개 과의 기능을 12개 과로 분산해 국고정책관, 조달계약정책관 등을 신설하고 3국 체제의 국고실을 출범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기근(가운데)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이 1월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에서 열린 기획처 현판 제막식에서 출범사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임기근(가운데)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이 1월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에서 열린 기획처 현판 제막식에서 출범사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문제는 신설된 조직이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기존 기능을 중복·분절적으로 수행하는 구조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분석’ 기능을 전담하는 과가 대폭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기재부 체제에서는 분석 기능 전담 과가 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 세제실 조세분석과에 불과했다. 하지만 재경부에서는 자금시장분석과, 경제구조분석과, 전략경제분석과, 외환분석과, 신통상분석과 등이 신설됐다. 분석 기능 전담 과가 2개에서 7개로 늘었다. 종전 총괄과에서 정책 수립과 병행한 분석 기능을 별도 과로 독립시켜 조사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이지만, 자칫하면탁상공론식 논의를 양산해 정책 의사 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전직 경제 관료는 “분석 기능 과를 늘린 것은 정교한 정책 결정을 위한 기초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본래 목적보다 판단 회피의 제도화에 가까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이런 의사 결정 구조는 위기 시 신속 대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책과 예산, 엇박자 가능성… 비효율 우려

기획처가 수립할 중장기 국가 전략과 재경부가 관장하는 거시 경제정책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이번 조직 개편의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예를 들면, 중장기 전략에 따라 예산을 설계하는 기획처가 경기 부양과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려 할 경우,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안정을 우선하는 재경부의 거시 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하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는 데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우선시한 기획처가 확장 재정을 고집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인플레를 잡기 위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 정책이 상충된 방향으로 달려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대형 경제위기 대응용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예산) 편성의 신속 추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정부 예산 편성, 집행, 관리, 결산, 성과 평가 등의 과정이 분리된다는 점도 주요 리스크다. 현 시스템에서는 예산 편성과 관리, 성과 평가는 기획처 예산실과 재정성과국이 맡고, 집행과 결산은 재경부 국고실이 담당한다. 이런 조직 형태는 재정 당국이 각 부처의 재정 집행을 독려하거나 성과가 낮은 재정 사업의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재정학자의 우려가 나온다. 재정 정책 전 과정의 일관된 책임 주체가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지난해 연말까지 지급돼야 할 국방비 1조3000억원이 재경부의 국고 자금 집행에 차질을 빚어 미지급 상태로 2026년 새해를 맞은 것도 조직 개편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2차관 출신인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매년 연말이 되면 연말 자금 흐름을 면밀히 검토해 세출과 세입을 맞춰왔다”면서 “무려 1조3000억원이라는 예산이 국방부에 배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재명 정부가 재경부와 기획처를 무리하게 분리하면서 조직 기강이 해이해진 것 때문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에 재경부는 세출 예산 가운데 일부 지출하지 못한 금액을 집행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Plus Point

"총수요 진작으로 2% 성장"…
재경부, 2026년 경제성장 전략 발표

새로 출범한 재경부가 총수요 진작 등을 통해 ‘2%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1월 9일 발표했다. 정부 총지출(약 728조원)을 전년 대비 8.1% 확대한 확장적 재정 정책과 적극적인 AX(인공지능 전환), GX(녹색 전환) 투자 등으로 수요 진작을 이뤄내 2%대 성장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재경부가 제시한 2.0% 성장률 목표치는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1.8% 성장률 전망치에 비해 0.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재경부는 △거시 경제 적극 관리 △잠재성장률 반등 △국민 균형 성장 및 양극화 극복 △대도약 기반 강화 등을 4대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공공기관 투자와 정책금융을 20조원 늘리는 등 적극적인 거시 정책과 산업·금융·지역 전략을 총동원한 경제성장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국가 AI 컴퓨팅센터 착공, 초혁신 선도 프로젝트 추진 등이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됐다. 지역 균형 성장을 위한 메가 특구 도입과 RE100 산업단지 지원, 청년·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한국형 국부 펀드 설립 등도 추진된다. 그러나 한 민간 금융회사 이코노미스트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도 개혁이 필수적인데, 관련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수요 진작으로 성장률을 올린다는 것은 경제학 원론 수준 논리”라고 했다.

정원석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