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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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시들했던 비상장주식 투자가 시장의 전면 무대로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침체 국면 속에서 투자자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비상장주식 투자의 핵심 리스크 상당수는 투자자의 시야 밖에 있다는 것이다. 비상장주식 투자의 가장 큰 맹점은 겉으로 드러난 기술력이나 실적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무엇을 근거로 결정해야 할까. 필자는 그 답으로 기업의 주주 구성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한다. 비상장기업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주주 구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기업은 훌륭한데 주주 때문에 무너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재무제표나 특허를 분석해 보면 역량이 충분해 보이고 투자도 잘 받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회사 성장이 멈춘다. 경영진의 귀책이 있는 것도, 실적 부진도 아니다. 대부분 원인은 주주 간 권리의 충돌이나 투자 계약 조건의 해석 차이, 지배구조 이슈 때문이다. 시장 리스크가 아니라 내부 리스크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구조다.

엄여진 -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연세대 경영학,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연세대 경영학,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기술보다 위험한 ‘의사 결정 리스크’

비상장주식처럼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투자자가 간과하기 쉬운 것은 바로 주주 구성이다. 단순히 ‘주주명부가 화려한 곳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주요 리스크가 시장이 아닌 내부에 있다는 의미다. 

비상장주식 투자에서는 각종 재무제표, 성장률, 시장점유율 등 살펴보아야 할 수치가 많다. 그러나 기업을 진짜 위험하게 하는 건 수치보다 의사 결정 갈등이다. 기술이 아무리 좋고 정부 지원이 탄탄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이 있어도, 주주 간 의결권이 맞서면 회사는 한 치도 전진하지 못한다. 

필자가 과거 투자를 검토했던 한 바이오 기업은 뛰어난 기술력에 글로벌 인증도 확보해 뒀다. 그러나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가 지분을 동일 비율로 나눠 가진 탓에 사소한 안건 하나조차 통과되지 못했고, 결국 해당 기업은 중대한 기회의 순간을 앞에 두고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이처럼 비상장주식 투자에서 진짜 변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 특히 주주다.

주주별 보유 주식의 권리 사항을 꼼꼼히 따져보면 의사 결정 구조가 보인다. 주식의 상환, 전환, 배당, 조건부 권리 등 각 조항은 투자자에게는 안전장치가 되지만, 기업에는 제약이 되기도 한다. 또 다른 바이오 기업에서는 글로벌 임상 단계에서 초기 투자자의 우선주 상환 조항이 트리거가 되며 발목이 잡혔다. 한쪽은 조건부 상환을 광범위하게 해석했고, 다른 쪽은 배당가능이익 내 상환 조항을 근거로 상환 불가를 주장했다. 결국 논의가 장기화하며 임상 일정이 지연되고 후속 투자가 막히면서 기업 가치까지 하락했다. 기술은 그대로였지만, 주주의 상환권 하나가 회사의 앞길을 막은 셈이다.

정관은 주주의 ‘셈법’을 드러낸다

주주명부 외에 주주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지도는 또 뭐가 있을까. 정관을 보면 기업뿐만 아니라 주주의 셈법도 미리 분석할 수 있다. 실무에서 정관은 회사 또는 주주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힘의 균형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M&A) 시 우선주 승계 규정이 모호하거나 잔여재산 분배 조항이 특정 주주에게 과도하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으면, 거래 자체가 파기되거나 일정이 무기한 지연되는 사례도 흔하다.

실제로 최근 한 M&A 사례에서 인수인 측은 우선주 권리 승계 방식 문제를 제기하며 정관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기존 주주는 ‘정관 개정 불가’를 내세우며 맞섰고, 결국 M&A 절차는 멈춰 섰다. 인수인 측 자금은 묶이고, 경영진도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정관을 세밀하게 읽으면 주주 중에서도 누구의 목소리가 언제 더 큰 힘이 있는지 예측할 수 있다.

주주가 설정한 담보도 투자자에게 좋은 투자 정보가 된다. 담보는 단순한 투자 안전장치가 아니라 의사 결정 통제장치이기 때문이다. 담보는 투자금을 지키기 위한 하방 보호 장치인 동시에, 실무에서는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을 사전에 통제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제조 기반 회사는 자본적 지출(CAPEX)이 많아 재고, 설비, 공장, 토지 등을 담보로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담보권을 보유한 주주는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에 대해 감시권을 갖고, 경우에 따라 사실상 이사회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즉 시기별, 주주별 담보 제공 현황을 보면, 회사 운영의 분위기와 향후 방향성까지 가늠할 수 있다. 합작 파트너 유치나 외부 투자 유치 시에도 담보 설정이 경영권과 의결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기업 가치 상승 속도가 달라진다.

대기업 계열도 안전하지 않다

주주 구성은 지배구조 리스크와 직결된다. 대기업 계열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 자회사가 더 복잡한 지배구조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경우도 많다. 모회사와 자회사 경영진 간 권한 분배 문제, 특수 관계인의 지분 이슈, 계열사 간 경쟁 구도, 지분 재편 과정에서 권리 승계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즉 주주 구성 변동이 기업 가치를 급격히 출렁이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주주 구성 안정성은 기업 가치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필수 요인이자, 상장 심사에서 거래소가 중대하게 평가하는 요소다.

결국 투자자가 기업을 선별하는 것은 투자 여정을 함께할 파트너를 고르는 과정이나마찬가지다. 비상장주식 투자는 회사가 잘된다고 해서 투자 성과가 자동으로 따라오는 시장이 아니다. 현실은 정반대다. 회사가 잘되더라도 주주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 투자 성과는 저조할 수 있다. 반대로 회사가 어려워도 좋은 주주가 잘 이끌면 투자 성과는 성공적일 수 있다. 

그래서 비상장주식 투자를 앞둔 투자자라면 재무제표보다 먼저 주주 구성을 보고, 제품보다 정관을 먼저 읽어야 한다. 경영진의 미래 비전보다 먼저 지배구조의 미래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주주 구성은 기술처럼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첫 단추를 잘못 끼면 원상 복구도 어렵다. 좋은 회사는 많다. 하지만 좋은 주주 구성을 갖춘 회사는 드물다. 비상장주식 투자를 앞둔 투자자라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이 회사의 주주는 나의 투자 여정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