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부 고베 소재 이온몰 내부 슈퍼마켓. /사진 박혁신 F&L 대표
일본 서부 고베 소재 이온몰 내부 슈퍼마켓. /사진 박혁신 F&L 대표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저성장과 함께  초고령사회를 겪고 있다. 그런 일본의 소매· 유통 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이온(AEON)이 세븐앤드아이홀딩스를 제치고 2025년 하반기 일본 유통업계 시가총액(시총) 1위 기업에 처음으로 올라섰다. 쇼핑몰 등 상업 시설 개발과 결제가 연결되는 독자적인 경제권을 구축해 시너지를 거둔 덕분이다. 이온은 슈퍼마켓, 편의점(CVS), 100엔숍까지 다양한 업태를 보유한 종합 소매업체이다. 금융 및 부동산 개발 등 주변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 중이다. 간사이대학의 최상철 교수(상학부)는 “이온이 각 사업부 간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많은 노력을 해왔다” 며 “주주 구성에서 대주주보다 일반 주주 비율이 높고, 주주 환원 제도도 충실히 이행한 덕분에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고 분석했다.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현 미래에셋증권 일본리포트 연재 중, 전 일본 유통과학대 객원교수, '일본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저자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현 미래에셋증권 일본리포트 연재 중, 전 일본 유통과학대 객원교수, '일본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저자

드럭스토어 1·2위 업체 합병, PB 상품 확대

요시다 아키오 이온 사장은 2025년 12월 드럭스토어 업계 1·2위인 쓰루하홀딩스와 이온 계열사인 웰시아 합병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쓰루하는 이온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의 통합으로 매출액이 2조엔(약 18조4300억원) 넘는 초대형 드럭스토어 업체가 탄생한다. 이온은 올 1월 중 쓰루하에 대한 주식공개매수(TOB)를 실시해, 출자 비율을 50.9%까지 높일 방침이다.

이온은 △슈퍼마켓 등 식품 소매 △드럭스토어를 중심으로 하는 헬스&웰니스 △쇼핑몰을 담당하는 디벨로퍼·엔터테인멘트 등 3개 사업이 주력이다. 이번 쓰루하와 웰시아의 합병을 계기로 드럭스토어 사업을 대폭 강화한다. 이들 3개 사업군(회사 수익의 70%)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을 해외에 투자해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온이 시총에서 세븐앤드아이홀딩스를 제친 것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이익’을 키웠고, 사업부 간 시너지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온은 쓰루하와 웰시아 간 합병으로 슈퍼마켓 사업에서 강점이 있는 PB(Private Brand) 상품을 드럭스토어에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사업 다각화 역사는 전신인 ‘쟈스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오카다 가츠야(현 이온 명예회장) 사장은 신사업 개발과 그룹 기업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연방제 경영’ 확립을 장기 비전으로 내걸었다. 

이온, 세븐앤드아이홀딩스와 다른 성장 전략

일본 소매 업계의 양대 기업인 이온과 세븐앤드아이홀딩스의 성장 전략 차이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븐앤드아이홀딩스는 백화점과 금융을 비핵심 사업으로 분리하고, 편의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는 세븐앤드아이홀딩스의 전업화에 대해 그다지 좋은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 회사 평판도가 높아진 기업은 종합 소매업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이온이다. 이온은 시총에서 2025년 8월 세븐앤드아이홀딩스를 제쳤다. 올 1월 5일(종가 기준) 시총이 약 6조9170억엔(약 63조7360억원)으로 세븐앤드아이홀딩스(5조9396억엔)를 크게 웃돈다.

이온은 2025년 3월 사업 구조 개혁을 위한 전문 부서를 신설하고, 시카타 모토유키 이사를 책임자로 임명했다. 시카타 이사는 “소매업은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2024회계연도의 경우 회사 수익의 절반이 금융과 부동산 개발업에서 발생했다. 슈퍼마켓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 정도에 그친다. 

이온은 슈퍼마켓 자회사의 구조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올해 3월 자회사인 유나이티드 슈퍼마켓홀딩스 산하 ‘막스밸류간토’와 다이에의 간토 사업을 합칠 예정이다. 자회사 간 중복되는 관리 기능과 물류 등을 통합해 코스트를 삭감하기 위한 것이다. 이온은 슈퍼 사업 등에서 M&A를 지속한 결과, 자회사 수가 300개를 넘는다. 비효율 구조를 개편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업부 간 시너지 창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25년 7월에는 상장사였던 이온몰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번 개편에 따라 이온그룹은 보유 부동산을 활용한 상업 시설 개발이 훨씬 쉬워졌다. 

독자적인 ‘이온 경제권’ 확대에 주력

이온에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는 핵심성과지표(KPI) 중 하나가 PB 상품 매출이다. 앞으로 쓰루하는 이온 계열 슈퍼마켓의 상품 판매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PB 상품은 메이커 제품에 비해 이윤이 많이 나는 데다 판매 규모가 커지면, 조달 코스트가 떨어지는 장점이 있다. 이온의 PB 상품 매출은 2024회계연도에 1조6000억엔(약 14조7430억원)을 기록했고, 2025회계연도(2026년 2월까지)에 2조엔(약 18조43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사업부 간 시너지를 내는 또 다른 요소는 ‘결제’다. 금융 자회사인 이온파이낸셜서비스가 발행하는 크레디트카드 ‘이온카드’의 유효 회원 수는 약 2600만 명. 스마트폰 결제인 ‘이온 페이’도 약 950만 명으로 그룹 전체의 결제 서비스 거래 금액이 연간 10조엔(약 92조1400억원)이 넘는다. 이온그룹 점포에서 고객이 이온 결제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외부로 결제 수수료가 빠져나가지 않아 회사 이익이 늘어난다.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 판촉에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요시다 사장은 “자사 결제 서비스를 보유한 것은 큰 장점”이라며 “경제권을 만드는 데 금융은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이온은 성장을 위해 독자적인 ‘이온 생활권’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이온은 점포가 있는 지역에서 지역 밀착형 공생 관계를 구축해 경제권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요시다 사장은 “그룹 관계사가 300여 개에 달하지만, 이들이 하나의 회사처럼 성장하는 것이 최고 시너지”라고 설명한다. UBS증권 관계자는 “이온은 폭넓은 업태에서 고객과 접점이 있는 게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최상철 교수는 “일본 수도권의 로피아와 오케, 규슈의 트라이얼홀딩스 등 로컬 슈퍼마켓이 전국적으로 출점 공세에 나서 전국 체인인 이온과 시장 쟁탈전이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년 소매·유통 업계, M&A 통한 재편

일본 소매·유통 업계는 올해 재편 바람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2025년에는 업체 간 초대형 M&A가 투자자와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트라이얼홀딩스가 7월에 약 3800억엔(약 3조5014억원)을 투입, 세이유(西友)를 매수했다. 2026년에는 ‘식품 슈퍼’ 업계가 주목받고 있다. 주요 지역에서 강한 경쟁력이 있는 식품 슈퍼마켓 강자가 전국적으로세력 확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이타마현이 근거지인 ‘야오유’를 산하에 둔 블루존홀딩스는 2025년 10월 도쿄에서 영업 중인 ‘분카도’ 등 2개 사를 인수했다. 블루존홀딩스는 2025년 하반기 지주회사제로 전환한 뒤 M&A를 통해 덩치를 불리고 있다. 중부 지역이 근거지인 바로홀딩스는 간사이(서부) 지역에서 점포 확대에 나섰다. 일본슈퍼마켓협회에 따르면, 일본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기업은 900개 정도다. 편의점 업계가 대형 3개 사의 과점 체제인 것과 달리 슈퍼마켓 업계는 아직은 업계 재편이 초기 단계다. 슈퍼마켓의 경우 손이 많이 가는 인스토어(점포 내) 가공이 정착됐고, 규모의 이익이 잘 작동하지 않는 구조 때문이다. PwC컨설팅 관계자는 “제한된 소비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하면서 다른 회사 점포를 인수하는 것이 유력한 선택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여파로 건설비가 올라 점포망 확대를 위해선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단독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슈퍼마켓 입장에선 유력 기업에 편입되는 것이 생존하기 위한 방식이 됐다. 앞으로 투자 펀드가 보유 중인 슈퍼마켓을 매각하거나 상장기업이 비 핵심 사업인 슈퍼마켓을 떼어내 처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