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의 힘을 말의 힘, 즉 마력(馬力)으로 표기한다. 에쿠스라는 이름에 걸맞다. 에쿠스 같은 대형 승용차는 보통 300마력 이상의 힘을 내는 엔진을 장착하는데, 이런 차가 시속 100㎞로 달릴 때 필요한 힘은 고작 20마력 이하라고 한다. 경운기 엔진을 달아도 가속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쓰지 않고 낭비되는 힘이 많은 셈이다. 그런데도 자동차 제조사는 계속 마력 수를 높인 엔진을 장착하려고 한다. 이런 낭비되는 마력은 위급한 상황을 회피할 때 급가속을 가능케 하고, 평소 주행에서도 비단처럼 부드러운 승차감과 뛰어난 운전 편의성을 제공하는 등 어떤 상황에서도 차가 ‘잘 달리게’ 한다. 이를 가리켜 '여유 마력'이라고 한다. 소비자가 돈을 더 주더라도 고(高)마력 차를 사는 건 이 때문이다.
정책 당국은 이 혼란한 경제 상황에서 주요 거시 경제 변수 중 어느 것에 먼저 ‘집중’할지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 모든 변수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건 매우 어려우니, 순서를 정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게다가 이들 변수는 서로 연관돼 있는 경우도 있어 한 변수를 해결하다 보면 다른 변수가 자동 해결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환율, 집값, 내수 경기를 차근차근 순서대로 풀어 보면 환율과 집값은 같이 풀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그 열쇠가 같기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금리다. 필자는 여러 번 현재의 고환율과 집값 동반 급상승의 공통 원인은 저금리라고 지적 해 온 바가 있다.
올해는 한국은행이 아예 금리를 동결하고, 더 나아가 이를 천명하는 게 나아 보인다. 이는 시장 참가자의 기대를 바꿔 적어도 금리가 환율이나 집값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러면 역설적으로 내수 경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시장은 정책 당국이 6·3 지방선거 후 집값 안정책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관련 세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예상대로 관련 세금이 오르면, 내수 경기는 더 후퇴할 것이고, 이에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효과도 별로 없겠지만-다시 금리를 내리고, 다시 집값 상승과 환율 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환율·집값 안정과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서는 금리 동결부터 시작해 볼 일이다.
또 새해에는 경기가 살아나지 않더라도 추가 소비 지원금 등으로 인한 추가경정예산 소요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2025년 환율 불안의 이유 중 하나였던 ‘확장 재정으로 인한 통화량 팽창’에 대응하고, 재정 건전성 악화를 방지해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통일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해 재정의 여유 마력을 확보할 기반이 되고, 한국 경제에 절실한 회복 탄력성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도 새해를 ‘잘 달리는’ 해로 하기 위한 대응이 요구된다. 기업은 2025년 관세로 고통받았고,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에도 대부분 상품에 15%의 관세를 물게 됐다. 다행스럽게 수출은 2025년 호조였으나, 관세 부담으로 인한 주요 수출 기업은 가격 경쟁력 약화로 수출 가격을 낮추거나, 현지 법인이 관세를 부담해 대미 수출의 수익성이 나빠졌을 것이다. 낮아졌더라도 2024년까지 없었던 관세 부담이 새로 생겼으니, 2026년에도 그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미국 외 시장 진출 노력을 기울이면서 연구개발(R&D) 투자 제고 등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지속할 일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여유 마력’으로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도, 상황이 좋아질 때도 결국 큰 도움이 된다. 기업의 노력 역시 한국 경제의 회복 탄력성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모쪼록 새해는 잘 달리는 적토마나 부케팔로스, 제주마처럼 한국 경제가 ‘명마(名馬)’의 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