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열린 미국·사우디아라비아 투자 포럼에서 머스크는 AI와 휴머노이드가 거의 모든 일을 수행하는 미래를 제시했다. 그는 돈의 개념이 거의 무의미해질 것으로 내다봤고, 일은 정원 가꾸기 같은 취미 활동에 가까운 선택 사항이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기계가 빈곤을 종식하고 모든 사람이 국가로부터 보편적 고소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머스크가 이런 비전을 제시하는 유일한 테크 거물이 아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 마인드 CEO는 AI가 비약적인 생산성과 번영을 가져다주고, 그 이익이 모두 공정하게 분배되는 급진적 풍요(radical abundance) 시대를 예상한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마이크로소프트(MS) AI 부문 CEO는 강력한 AI 시스템과 디지털 서비스 접근권을 권리로 보장하는 ‘보편적 기본 제공(universal basic provi-sion)’ 개념을 제시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대기업과 사유지에 매년 2.5%의 세금을 부과해 모든 미국 성인에게 연간 배당금을 지급하는 ‘아메리칸 에쿼티 펀드(Ameri-can Equity Fund)’를 제안한다.
간단히 말해, AI의 주요 설계자는 그들이 만든 AI 시스템이 물질적 풍요를 창출하는 데 성공할수록 노동시장 상당 부분을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들이 구상하는 미래에는 부가 넘쳐흘러, 사람들이 ‘공장에서 일한 시간’이 아닌 ‘필요’에 따라 보상받게 된다.
마지막 문장이 익숙하게 들린다면, 그것이 카를 마르크스의 말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가장 추켜세우는 대표자가 사실은 숨은사회주의자일까.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다. AI를 개발하는 이들은 부의 분배 문제에서 유난히 솔직하다. 그들은 기계가 인간보다 더 저렴하게 작업을 수행한다면, 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임금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먹고살 다른 방법을 마련해야 하며, 경제는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장치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AI 리더의 제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사회주의 성향은 표면적일 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다. 올트먼은 노동자가 오픈AI를 통제해야 한다거나, 인프라를 공공이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는 정부가 오직 수익만 사회화하기를 원한다. 보편적 고소득은 분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익을 창출하는 칩, 모델, 플랫폼은 여전히 극소수 초부유층의 손에 굳건히 쥐어져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아는 사회주의가 아니다. 극소수 엘리트가 AI 시스템의 전략적 요충지를 장악하고,그 외 모두에게 수표나 특정 형태의 디지털 배급을 하게 될 것이다. 배급은 생계를 유지하는 데 충분하지만, 권력자에게 도전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편안한 삶을 보장할 만큼 충분하다면, 알고리즘과 데이터센터를 누가 소유하든 상관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에 의구심을 품어야 할 적어도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역사는 부와 소유가 한 번 고착되면 수혜자가 자신의 권리나 지분을 희석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미 ① 소수의 AI 기업과 플랫폼 기업은 전 세계 기업 가치에서 놀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AI 재원을 기반으로 한 소득 체계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때쯤이면, 이 가치 상당 부분은 이미 세습적 부의 형태로 변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 AI 거물에게 “평등주의를 사후 적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빅토리아시대 공장주에게 복지국가를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둘째, 어떤 형태로든 분배 제도가 현실화한다 해도 ② 최첨단 AI 기업을 보유하지 않은 대다수 국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역 일자리가 자동화로 사라지는 동안 이익이 캘리포니아주, 시애틀, 중국 선전에만 쌓인다면, 그 외 지역민 소득의 경우 정확히 누가 책임질 것인가. AI 창업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셋째, 아무리 후한 배당이라도 의미 있는 삶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일은 우리가 사회에 기여하는 주요 방식 중 하나다. 일은 자신과 타인에게 ‘내가 가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일은 우리 삶에 목적과 구조, 인정을 부여한다. 일이 없으면 ‘수동적인 관중의 사회’가 될 위험이 있다. 먹고살 걱정 없이 AI가 생성한 콘텐츠로 즐겁게 지내며 휴머노이드의 돌봄을 받지만, 내가 필요한 데서 얻는 존엄은 잃어버린 사회 말이다.
아울러 배당 형태의 지원금은 국민을 달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혁명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물질적 결핍이 없더라도, 정치적으로 무력한 국민은 항상 고분고분한 상태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보편적 고소득을 지급할 방법을 찾아낸다고 해도, 단순히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고 모든 사람에게 테슬라를 한 대씩 사주는 방식은 대규모 자동화에 대한 해답이 되지 못한다. 소득은 중요하지만, 주체성 역시 중요하다.
이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진화하는 AI 영역에 대한 통제권을 반드시 유지해야 함을 의미한다. 규칙, 규제 그리고 안전장치를 민간 AI 설계자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앞으로 AI가 창출할 수익의 상당 부분은 돌봄, 교육, 예술, 지역 민주주의 같은 ‘인간 경제(human economy)’에 속하는 영역에 써야 한다. 의미 없는 일자리를 억지로 만드는 목적이 아니다. 시민권이 사회적 기여를 전제로 한다는 개념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최첨단 AI 선도 기업이 없는 국가가 부수적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할 글로벌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한 가지 선택지는 ‘국제 AI 배당 기금’이다. 가장 규모가 큰 AI 기업과 클라우드 기업의 이익이나 컴퓨팅 사용량에 소액의 부담금을 매겨 재원을 마련하고, 자동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불완전하고 정치적으로 실행하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머스크와 그의 동료가 외면해 온 질문에 답을 내놓을 수 있다.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한 비용은 누가 지불할 것인지’다.
AI 거물이 내놓는 미래는 ‘위에서 내려오는 사회주의’다. 그들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우리는 수당을 받는 구조다. 우리의 과제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것이다. AI가 만들어내는 부의 몫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부를 만들어내는 수단을 어떻게 설계하고 통제할지에 대한 권력까지 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Tip
① 골드만삭스의 2025년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 등 상위 5개 AI 및 플랫폼 기업의 시가총액은 17조6000억달러(약 2경5474조원)에 달한다. 이는 일본·인도·영국·프랑스·이탈리아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합계인 17조1000억달러(약 2경4751조원)보다 많다.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은 전 세계 상장 기업 시가총액의 약 25%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중 8개 사는 기술기업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주요 기업이 세계 주식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② 글로벌 AI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의 ‘국가별 AI 활력도’에 따르면, 미국은 78.60점으로 1위, 중국은 36.95점으로 2위다. 중국은 AI 논문 발행, 특허출원, 산업 현장 도입 면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한국은 17.24점으로 4위를 차지했으나 미·중과 격차가 크다. 35위인 뉴질랜드는 7.20점에 머물렀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실시한 경제학자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76%는 AI 시대 미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생산성 우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