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2021년 6월 데뷔 8주년을 맞아 이틀간 개최한 온라인 팬미팅 행사를 전 세계에서 133만여 명의 팬이 시청했다. /사진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이 2021년 6월 데뷔 8주년을 맞아 이틀간 개최한 온라인 팬미팅 행사를 전 세계에서 133만여 명의 팬이 시청했다. /사진 연합뉴스

“K-팝의 성공 스토리는 국제적인 영향력을 갈망하는 모든 기업을 위한 모범 사례다.” 

프랑스 명문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의 다비드 뒤부아(David Dubois) 교수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K-팝의 성공에서 배울 점이 적지 않다며 “스마트폰과 이를 통해 가능해진 유튜브·스포티파이·틱톡·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생태계는 K-팝을 지역적 수출품에서 글로벌 강자로 변모시킨 핵심 기반 기술”이라고 전했다. 

뒤부아 교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소셜미디어(SNS) 활용 등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 마케팅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것도 그의 전문분야다. 

뒤부아 교수는 “K-팝 만의 독특한 매력을 잘 관리하기 위해 한국에서 생산하되, 나라별로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정 부분 현지 맞춤화하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다비드 뒤부아 -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박사, 전 파리경영대학(HEC Paris) 마케팅 교수, 전 소비자연구저널(JCR) 부편집장 /사진 인시아드
다비드 뒤부아 -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박사, 전 파리경영대학(HEC Paris) 마케팅 교수, 전 소비자연구저널(JCR) 부편집장 /사진 인시아드

K-팝이 국경과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된 원동력은 뭘까.

“다채로운 매력 요소를 반복·확장 가능한 시스템으로 정착시킨 것이 주된 동력이다. 이를 서로 연결된 세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은 제품 경쟁력이다. K-팝의 제품은 단순히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닌, 정교하게 설계된 ‘몰입형 경험’이다. 각각의 신보(新譜)는 음악·안무·패션·뮤직비디오·캐릭터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일종의 ‘토털 패키지’ 인 셈이다. 이처럼 다중 감각적인 매력이 접점을 확대하면서 팬이 음향과 시각은 물론 이야기를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른 두 가지는 뭔가.

“독특한 생산 시스템은 K-팝 생태계 운영과 혁신의 핵심 동력이다.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등 K-팝 기획사는 수직 통합(ver-tical integration)된 인재 인큐베이터이자 프로젝트 관리 허브 역할을 한다. 문화 콘텐츠 생산에 린 생산(lean manufacturing) 방식과 지속적인 개선 원칙을 적용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세 번째는 팬덤이다. 초기부터 팬덤을 전략적인 자산으로 여긴 K-팝 기획사는 ‘위버스(Weverse)와 디어유 버블(Dear U Bubble)’ 등 자체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파이프라인을 구축했고, SNS를 활용해 친밀감과 상호 연대감을 강화했다.”

국내 팬덤 플랫폼은 현재 하이브의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가 개발한 위버스와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디어유에서 운용 중인 디어유 버블이 대표적이다. 10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글로벌 플랫폼인 위버스는 아티스트의 콘텐츠·굿즈·콘서트 티켓까지 한 공간에서 제공한다. 전 세계에서 약 2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디어유 버블은 아티스트가 팬과 일대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직접 소통형 플랫폼에 특화돼 있다. 

스마트폰 확산과 SNS 혁명으로 인한 변화를 잘 활용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스마트폰과 이를 통해 가능해진 유튜브· 스포티파이·틱톡·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생태계는 K-팝을 지역적 수출품에서 글로벌 강자로 변모시킨 핵심 기반 기술이다. K-팝의 토털 패키지는 작은 화면에 완벽히 부합한다. 스마트 기기의 다양한 기능은 K-팝의 난도 높은 안무와 강렬한 비주얼 등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하기 위한 콘텐츠 소비에 최적화되어 있다. 스마트폰은 팬덤 구축의 핵심 도구이기도 하다. 실시간으로 파티를 스트리밍하거나, 음악 프로그램의 인기투표를 수행하거나, 트렌드를 분석해 해시태그를 생성하고, 틱톡 댄스와 편집 영상 등 파생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팬의 지휘 본부인 셈이다. 기획사의 자체 플랫폼은 스마트폰을 직접 소통 채널로 전환해 ‘파라소셜’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파라소셜은 ‘실제로 알지 못하는 대상과 정서적 연결감을 느끼는 관계’를 뜻한다. 1956년 사회학자 도널드 호튼과 리처드 윌이 TV 시청자와 방송 인물 간의 심리적 유대감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만든 개념이다. 파라소셜 관계는 연예인, 캐릭터를 넘어 유튜버· 스트리머·인플루언서, 나아가 챗GPT·제미나이 등 AI 챗봇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기업이 K-팝의 성공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K-팝의 성공 스토리는 국제적인 영향력을 갈망하는 모든 기업을 위한 모범 사례다. 교훈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단발적인 히트 상품에 만족하지 말고 안정적으로 탁월한 상품을 생산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세계화+현지화)’이다. K-팝만의 독특한 매력을 잘 관리하기 위해 중앙(한국)에서 생산하되, 나라별로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정 부분 현지 맞춤화하는 전략이다. 영어 가사 추가, 현지인 아티스트와 협업, 사회 공헌활동 참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셋째는 전략적인 기술 활용이다. 위버스와 디어유 버블 등의 예에서 보듯 K-팝 기획사는 기존 유통 시스템과 경쟁하기보다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 시스템을 무의미하게 했다. 이에 비춰 다른 기업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최종 사용자와 직접 연결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은 몰입의 힘이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기능적 우위는 오래 지속되기 힘든 경우가 많다. K-팝 기획사는 매력적이고 몰입감 넘치는 세계관을 창조해 이를 극복한다.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과 컴백 콘셉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K-팝의 인기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다고 보나.

“정량화하기는 어렵지만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나는 이를 ‘한류 프리미엄’이라 부르고 싶다. 이 프리미엄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국가 브랜드와 관련이 있다. 이제 전 세계 누구라도 ‘한국’을 창의성, 혁신, 젊은 활기, 정교한 제조 기술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연결해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됐다. K-팝이 크게 기여한 ‘쿨한 한국’ 이미지는 관광, 교육, 외교 목적으로 한국과 교류를 더 매력적이게 하는 동시에 해외에서 활동하는 모든 한국 기업에 긍정적인 후광 효과를 창출한다. 

둘째로 K-팝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K-팝의 인기가 자동차나 스마트폰 판매와 직접 연관이 있지는 않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 전체의 품질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수출 기업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 개선 여력을 높이도록 돕는다.” 

Plus Point

린 생산과 수직 통합

이용성 국제전문기자

‘린 생산방식’의 ‘린(lean)’은 ‘홀쭉한’ ‘군살이 없는’이란 뜻이다. 자재 구매에서 생산, 재고관리,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낭비를 최소화한다는 개념이다. 

린 생산방식의 모태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생산 시스템(TPS)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조 기반이 약한 일본에서는 미국식 대량생산을 할 만큼 자원이 풍부하지 않았다. 

고객 수요에 따라 제시간에 생산하면서 재고 수준도 최소화하는, 이른바 홀쭉한 생산 시스템이 필요했던 것이다. 

린 생산방식이란 용어는 1990년 경영학자인 워맥 & 존스가 처음 사용했다. 1996년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중심이 돼 TPS를 미국에 맞게 재구성한 경영 기법이다. 

린 생산방식은 구매에서 생산, 재고관리, 판매, 물류에 이르는 전사적 과정에서 낭비 요소를 제거해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수직 통합’은 원재료 생산에서 최종 제품 판매까지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이용성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