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고위 관료 A씨는 애연가로 언젠가부터 기침과 가래가 일상이 됐다. 계단을 오르면 숨이 차고, 아침마다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나이 탓이라 여기며 운동도 해보고 민간요법도 써봤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폐암이나 결핵은 아니었다. 결국 그는 “자꾸 기침이 나서 사람들 눈치가 보인다”며 병원을 찾았다.
이처럼 오래 지속되는 기침과 가래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COPD는 흔히 ‘흡연자의 병’으로 알려졌지만, 최신 국제 가이드라인은 이를 ‘삶의 전반에 걸쳐 누적된 폐 손상의 결과’로 정의했다. 태어나기 전의 유전적 요인, 저체중 출생, 소아기 호흡기 감염, 천식, 폐결핵, 기관지확장증,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노년기 폐렴과 코로나19까지, 그 원인은 다양하다. 단순한 노화나 흡연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다행히 COPD는 초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최근에는 ‘Pre-COPD(만성 폐쇄성 폐질환 전 단계)’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폐 기능 검사는 정상이나 기침·가래·숨참 같은 증상이 있거나,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이미 폐 구조 변화가 보이는 단계다. 이 시기에 금연과 운동 등 생활 습관 교정을 하면 질병으로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당뇨 전 단계에서 관리하면 당뇨를 피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예방의 창이 열린 것이다.
진단은 혈액검사, 폐 기능 검사, 폐 CT로 비교적 간단하다. 특히 40세 이상이면서 흡연 경력이 있거나 위험 요인이 있다면 한 번쯤 검사를 권한다. 치료는 과거와 달리 획일적이지 않다. 혈액검사로 염증 유형(호산구 수치)을 파악해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선택하는 ‘맞춤 치료 시대’가 열렸다.
보통 LAMA(지속성 무스카린 길항제)와 LABA(지속성 베타2 작용제) 등 두 가지 복합한 흡입제를 기본으로 사용한다. 서로 다른 작용 기전을 통해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기관지 확장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자주 악화하거나 호산구 수치가 높은 경우에는 스테로이드를 추가한다. 중증 환자는 천식 치료제로 유명했던 ‘듀필루맙’이라는 주사제가 효과가 좋다. 고도 중증 환자는 내시경을 이용해 망가진 폐 부위의 부피를 줄여주는 시술(밸브 삽입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약만큼 중요한 것이 호흡 재활이다. 올바른 호흡법과 근력 운동은 약물만큼 효과가 매우 크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실제 이용률은 낮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성인 예방접종은 생명을 지켜준다. COPD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감염에 따른 급성 악화다. 독감, 코로나19, 신형 폐렴구균, 60세 이상에게서 맞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까지. 예방접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마지막으로, 금연은 모든 치료의 출발점이자 끝이다. 진단 후에도 흡연을 지속하면 어떤 치료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자담배조차 안전하지 않다. 혼자 힘들다면 금연 클리닉에서 약물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잦은 기침은 결코 훈장이 아니다. 몸이 보내는 조용하고도 분명한 신호다.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을 때, 망가진 폐는 다시 길을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