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중소기업10곳 중 7곳이 지금도 팩스로 주문을 받을 만큼 디지털 전환에 뒤처져 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주변 아시아 경쟁국에 크게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2025년 발표한 글로벌 AI 활력 지수를 보면, 일본은 미국과 중국·인도·한국·영국·싱가포르·스페인·UAE에 이어 AI 경쟁력 분야에서 전 세계 9위권에 머문다. 그런 일본이 최근 전세를 역전하려 하고 있다. 세계에서 AI에 가장 친화적인 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전자상거래 2위 회사인 라쿠텐은 일본 내 기업 중 가장 모범적인 AI 투자 기업으로 불린다. 라쿠텐은 오픈AI와 협업을 통해 패션 분야 거래량을 5% 끌어올린 데 이어 AI 기술을 자사의 모바일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이끄는 라쿠텐 창업자이자 회장인 미기타니 히로시 최고경영자(CEO)는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일본 경제계에서도 ‘이단아’로 불린다. 안정적인 은행을 박차고 나와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 암호화폐 도입, 우크라이나 기부 등 상식을 파괴하는 도전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인물이다. 필자는 AI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시민사회가 일본보다 훨씬 더 AI에 대한 불안감과 비관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한다. 필자는 “일본은 오랫동안 기계와 함께 일해 온 전통이 있다”며 AI 도입에 따른 사회적 거부감이 적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핵심 산업을 살리는 열쇠가 될 수 있다”며 AI가 일본 경제 부흥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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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면서, 많은 사람이 수많은 일자리를 잃고 불평등이 더 심화하고, 심지어는 치명적인 살상 기계가 등장할 것이라며 우려한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뚜렷한 낙관론이 엿보인다. AI가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며, 일본의 기술 지배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시장조사 회사 입소스(Ipsos)에 따르면, 일본인 4분의 1이 AI가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데, 이는 조사 대상 32개국 중 가장 낮은 비율이다. 일본인 중 AI가 미래를 더 나쁘게 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10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인의 경우 3분의 1 이상이 해당 기술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미키타니 히로시 - 일본 라쿠텐 최고경영자(CEO), 일본 히토쓰바시대 상학,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MBA, 전 일본흥업은행 은행원, 전 크림슨그룹 대표
미키타니 히로시 - 일본 라쿠텐 최고경영자(CEO), 일본 히토쓰바시대 상학,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MBA, 전 일본흥업은행 은행원, 전 크림슨그룹 대표
이런 견해차는 여러 요인을 반영하지만,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기계와 함께 일해 온 일본의 오랜 역사일 것이다. 일본인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조하는 도구로서, 애플리케이션과 기기를 쉽게 상상한다. 일본의 노동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일본인의 30%가 이미 65세 이상)에서, AI를 통한 인간 노동력 절감은 생산성을 높이고 핵심 산업을 살리는 열쇠가 될 것이다.

라쿠텐은 이런 미래를 염두에 두고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최적화된 거대 언어 모델(LLM)과 소규모 언어 모델(SLM) 개발에 투자해 왔다. 라쿠텐은 AI를 적극 활용해 모바일 네트워크 같은 핵심 서비스를 혁신하고있다. 과거 특정 기업에 종속된 하드웨어 중심의 네트워크와 달리, 라쿠텐 모바일의 네트워크는 유연한 시스템을 가능하게 해서 운영자가 구성 요소를 조합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도록 지원한다.

잠재된 문제나 결함도 원격에서 보고, 검토, 수정이 모두 이뤄지게 했다.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되면서, 네트워크는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한다.

혁신은 이를 뒷받침하는 규제 환경에 달려 있다. 다행히 일본은 지금까지 AI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에서 ‘혁신 우선’ 접근 방식을 취해 왔다. 2025년 통과된 ① ‘일본의 AI 진흥법’은 AI 도입이나 시험을 저해하는 엄격한 규칙이나 처벌을 부과하지 않고, 공공과 민간 간의 긴밀한 협력의 장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② 2024년 발표된 백서에서 언급됐듯, 일본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AI 친화적인 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는 위험 완화에 초점을 맞춘 EU의 정책과 대조적이다. 

EU는 2024년 인공지능법(AI Act)을 제정했을 뿐만 아니라, AI 개발자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위험 완화에 집중하고 있다. AI를 선도한다는 다른 국가도 지원 환경 조성의 측면에서 일본에 뒤처져 있다. 일부 국가는 사회적 안정과 국가 주도 혁신을 강조하고 있고, 다른 국가는 저작권자와 AI 개발자 간 법적 분쟁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일본의 AI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AI 친화적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 법원은 제삼자의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AI 모델 훈련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런 데이터 접근성은 오픈AI 같은 미국의 선도적 AI 기업이 일본 기업과 협력하도록 이끄는 유인책이 된다.

물론 일본도 AI의 안전한 개발을 보장하는 일의 중요성을 함께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 주요 7개국(G7) 의장국으로서 “안전하고, 보안이 유지되며, 신뢰할 수 있는 AI를 전 세계적으로 촉진하고 최첨단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조직에 지침을 제공하는 것” 을 목표로 하는 ③ ‘히로시마 AI 프로세스(HAIP)’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런 프레임워크는 억압적인 규제나 벌금 부과 위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이 효과적인 위험관리 메커니즘을 설계하도록 지원하고 투명한 정보 공유와 보고를 장려하는 데 목적을 뒀다.

일본의 AI 친화적 접근 방식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지만, 피해야 할 함정도 있다. 우선 일본은 AI 도구의 더 광범위한 도입을 장려해야 한다.

현재 일본 기업의 절반만이 생성 AI(Gen-erative AI)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독일·중국의 90% 이상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또 AI 도입에만 매몰돼 더 큰 그림, 즉 글로벌 AI 리더를 육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에너지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강화하고, 전력 생산(가급적 청정 에너지원)에 투자하며, 데이터센터 인허가에 속도를 내야 한다.

‘디지털 주권’이라는 역효과를 낳는 개념에 휩쓸리지 않고, 대신 일본의 혁신가가 미국 및 기타 지역의 선도 기업과 협력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일본은 고도로 숙련된 인구, 기업 친화적인 규제 환경, AI에 대한 개방성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AI 리더로 부상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 이제 일본의 정부와 산업계는 이런 강점을 구체적인 성과로 전환해야 한다. 

Tip

2025년 5월에 제정돼 같은 해 9월부터 시행된 이 법의 공식 명칭은 ‘인공지능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다. EU 인공지능법과는 달리 일본의 법은 AI 혁신, 개발 및 국제 경쟁력 강화를 우선시한다. 국가 AI 정책을 안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원칙 기반의 프레임워크이며, 규제 체계가 아니다. AI가 경제성장과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AI 발전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2024년 AI 백서는 AI 기술이 가져올 잠재적 이점과 과제를 모두 고려해 일본을 세계에서 가장 AI 친화적인 국가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포괄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고유한 언어 및 문화적 맥락에 맞춘 AI 모델 개발부터 강력한 데이터 인프라를 통한 혁신 육성, 국내 AI 개발 촉진, 민첩한 거버넌스를 통한 위험 균형 유지, 실용성에 중점을 둔 분야별 규제 시행, 산업 협력, 인재 개발,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통한 견고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포괄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히로시마 AI 프로세스는 2023년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생성 AI를 둘러싼 국제 규범과 국제 정보 유통의 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추진했다. AI의 위험성을 줄이고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발자 행동 강령’과 ‘고급 AI 시스템 개발자 지침’을 합의한 것이 핵심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협력해 기술 개발의 책임과 투명성을 강조하며 국제적인 AI 거버넌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키타니 히로시 일본 라쿠텐 최고경영자(CEO)

정리=박근태 선임기자, 김주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