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장중 5000포인트를 넘자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 뉴스1
1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장중 5000포인트를 넘자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 뉴스1

한국 자본시장이 ‘심리적 한계선’으로 여겼던 코스피 5000포인트 고지를 정복했다. 1980년 지수 산출을 시작한 지 46년, 2021년 3000선을 돌파한 지 5년, 2025년 4000 고지를 넘은 지 3개월 만에 거둔 쾌거다. 

2026년 1월 22일 코스피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 한국 증시의 새 장을 열었다. 이는 단순한 수치적 상승을 넘어 만성적 저평가 상태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이 선진국형으로 변화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코스피 5000 돌파는 기업 실적과 정부 정책, 유동성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코스피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기업이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에 올라타 역대급 실적을 냈고, 정부의 상법 개정과 주주 친화 정책(밸류업 프로그램)이 입법화하며 기업 가치 환원에 대한 시장 신뢰가 커졌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따른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 시장으로 대거 유입, 주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 

증권가는 코스피 5000 달성을 한국 증시가 명실상부 글로벌 스탠더드 시장으로 재편됐음을 입증하는 이정표로 평가한다. 과거 위기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섰던 한국 경제가 이제는 변동성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우상향 궤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제 시장은 5000을 넘어 6000을 정조준하고 있다. 

1980년 출발… 1983년 시가총액 방식 도입

‘종합주가지수’라는 말로 시작된 코스피의 기준 시점은 1980년 1월 4일로, 당시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을 100으로 설정한 뒤 현재의 시가총액과 비교하고 있다.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넘은 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1980년과 비교해 약 50배 늘었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시가총액 방식의 코스피는 1983년 1월 4일 본격 적용됐다. 이전에는 미국의 다우존스처럼 주가의 평균을 활용했다. 그러나 시가총액 방식으로 변경하며 주가 외 상장 주식 수까지 고려할 수 있어 시장 전체 흐름을 더욱 정확히 반영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3년 1월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47포인트(5.3%) 하락한 122.52로 장을 마감하며 첫 출발을 알렸다. 1989년 3월 31일 처음으로 1000포인트(1003.31)를 넘었다. 

종합주가지수가 지금의 코스피라는 이름을 받은 건 1991년 3월이다. 당시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는 1990년 12월 내부 공모를 통해 ‘KOSPI’라는 영문명을 확정하고, 1991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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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구제금융 당시 급락… 새천년 들어 회복

1997년 외환 위기로 코스피는 10년 전 수준인 200선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800~1000포인트를 오가다 2005년 하반기부터 안정적으로 1000포인트대를 유지했다. 2007년 7월 25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2004.22를 기록, 사상 첫 코스피 2000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당해 터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2008년 코스피 지수는 1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극심한 변동을 겪기도 했다. 이후 지지부진한 회복을 반복하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장기간 일정 지수 수준에 머무는 ‘박스피’ 국면을 맞았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자 코스피 지수는 1500선으로 밀렸다. 이후 각국의 경기 부양책과 저금리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며 2021년 처음으로 3000포인트를 돌파했다. 개인 투자자가 기관과 외국인 매도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매수하는 ‘동학개미운동’이 나타난 것도 이때다. 

코로나19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전 세계는 긴축 기조로 전환했고,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 흐름이 나타나면서 코스피는 다시 주춤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 코스피는 2100포인트 선으로 떨어졌다. 

밸류업·실적 시너지… 6000 시대 정조준

코스피는 2025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반등했다. 증시 부양책에 따른 기대로 시장 분위기가 바뀐 덕분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상법 개정 등 입법적 뒷받침을 받으면서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 지배구조 개선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책이 강화되자, 그간 한국 증시를 외면하던 중장기 해외 자본이 ‘셀 코리아(Sell Korea)’에서 ‘바이 코리아(Buy Korea)’로 돌아섰다.

시장 체질이 개선되자 코스피 지수는 다시3000선을 넘었고, 하반기에는 코스피 시가총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웠다. 2025년 10월 27일 코스피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를 넘겼고, 이후에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전문가는 코스피 5000 돌파의 일등공신으로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꼽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 칩용 메모리 공급망을 장악해 내놓은 역대급 실적이 지수 하단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여기에 2026년 초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하면서 ‘안전 자산’에서 ‘위험 자산’ 으로 이동한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에 집중됐다. 그 결과 코스피는 2026년 들어 12거래일 연속 상승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코스피 4000 돌파 단 3개월 만에 5000 고지를 넘었다. 

시장의 시선은 코스피 6000포인트 달성으로 모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2026년 아시아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기반한 코스피가 최대 6000포인트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은 “한국의 주가 수준은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며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지주사 할인 축소 등을 유도하는 정책이 코스피의 재평가(re-rating)를 이끌 것으로 봤다.

연선옥·강정아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