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먹는 위고비(wegovy pill·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로 미국 허가 관문을 통과하며 비만 치료 시장의 구조적 전환이 시작됐다. 미국과 한국 등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약이 경구제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LP-1 비만약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는 GLP-1 호르몬을 모방해 체중 감량 효과를 내는 치료제다.
2025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위고비를 허가했다. 회사는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했으며, 시장 확대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GLP-1 비만약 시장은 주사제 중심이었다. 업계에선 경구제 출시가 단순한 제형 변화가 아니라, 환자 접근성과 산업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밀 콩호이 라르센(Emil Kongshøj Lars-en) 노보 노디스크 본사 수석 부사장을 1월 1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6 (JPMHC 2026)’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초기 출시 시장 기준으로 2030년까지 GLP-1 비만 치료 환자 약 3분의 1이 경구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1~2년 전 내부 전망치보다 상향된 수치다.
그 근거는 임상적 효과다. 라르센 부사장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먹는 위고비)가 주사제와 비슷한 수준의 체중 감량과 심혈관 보호 효과를 보인다는 강력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상당수 환자가 경구제를 선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구제 전환은 가격과 공급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라르센 부사장은 “가격은 환자 접근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며 “가격을 낮춤으로써 수백만 명의 환자가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능력 확대 없이는 가격 인하도 의미 없다”며 위고비를 위탁 생산한 카탈란트 인수 등 공급 역량을 선제적으로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가격 정책은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는 별개다. 그는 “의약품 가격과 급여 적용은 국가 단위로 결정된다”며 “한국에서도 출시 이후 가격을 조정했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보건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노보 노디스크는 한국을 아시아 주요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비만과 당뇨병을 포함해 35개 이상의 글로벌 3상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라르센 부사장은 “한국은 비만 치료에 대한 의료적 수요가 많고, 임상 연구 역량도 뛰어난 국가”라며 “예방·치료·관리에 이르는 전 주기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국가에서는 GLP-1 도입 이후 인구 수준의 체질량지수(BMI) 곡선이 완만해지거나 감소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며 “한국에서도 보건 당국과 협력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보 노디스크의 GLP-1 적응증 확대 전략은.
“승인된 비만,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적응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에서 MASH 적응증을 승인받았고, 이를 전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세마글루타이드 당뇨 치료제 오젬픽의 만성 신장 질환 보호 효과도 비교적 새로운 적응증이다.”
세마글루타이드의 알츠하이머 임상 3상 의미는.
“알츠하이머는 임상 연구 난도가 매우 높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임상적 효과 가능성을 보여 대규모 연구를 수행했으며, 일부 바이오마커 변화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올해 알츠하이머·파킨슨병 학회에서 더 구체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추신경계(CNS) 질환 분야 탐색 연구는 지속할 계획이다.”
아밀린(식후 췌장에서 인슐린과 함께 분비돼 뇌가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해 혈당 상승을 조절하는 호르몬) 유사체 개발 전략은.
“아밀린 유사체는 GLP-1을 보완하는 중요한 원리다. 주사제 영역에서 단독·병용 요법으로 환자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밀린과 GLP-1 병용은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내고, 아밀린 단독 요법은 높은 안전성 프로파일을 제공한다. 일부 환자에게는 독립적 옵션이 될 수 있다.”
경쟁사 대비 신약 개발 속도는.
“신약 개발에 속도도 중요하지만, 품질과 환자 안전이 우선이다. 주요 3상 프로그램, 특히 아밀린 프로그램에서 경쟁력을 높이며 일정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혁신 경쟁은 환자 혜택으로 이어지므로 언제든 환영한다.”
GLP-1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는.
“노보 노디스크는 GLP-1 치료제 시대를 개척했고, 경구 치료제 시대도 열었다. 20개 이상 파이프라인과 다양한 작용 원리, 리보핵산(RNA)·저분자 등 신기술을 탐구한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주사제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와 안전성을 보이며, 축적된 처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안전성 근거가 차별화 요소다.”
향후 인수합병(M&A)·라이선싱 계획과 한국 기업 협력 가능성은.
“비만, 당뇨병 및 관련 질환에 초점을 맞춰 2020년 이후 100건 이상의 거래를 완료했다. 전 세계 기회를 물색하며 내부 파이프라인과 전략적 적합성을 평가하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설정한다. 한국 기업과 기술 제휴 및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으며, 한국의 인공지능(AI)·바이오 기술 수준을 높게 평가한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6 비만약 전쟁 본격화… 노보는 '집중', 릴리는 '확장'
고성민 기자
1월 12일부터 16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6에서 글로벌 제약사가 차세대 비만약 시장 전략을 잇달아 공개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양강 구도를 넘어 후발 주자들까지 가세하며 비만약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비만약 시장이 비아그라(발기부전 치료제)급 소비자 시장이 될 수 있다”며 비만약 시장 성장 잠재력을 강조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당뇨라는 핵심 영역에 집중하는 전략을 재확인했다. 경구용 위고비와 고용량 위고비를 앞세워 주사제 중심 시장을 방어·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경구용 위고비가 주사제와 유사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강조하며, 심혈관·신장 보호 등 추가 임상 가치도 내세웠다.
일라이 릴리는 제조 역량 확대와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통해 주도권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경구용 GLP-1 비만약과 삼중 작용 인크레틴 후보 물질을 포함해 다수의 임상 결과를 순차 공개할 계획이다. 일라이 릴리는 경구제가 주사제 기피 환자와 신흥국 시장 확대의 핵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후발 주자들은 투여 주기 단축과 환자 맞춤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암젠은 분기 1회 투여 주사제를, 화이자는 월 1회 투여 치료제를 내세웠다. 로슈와 아스트라제네카는 체중 감량 정도와 동반 질환에 따라 치료 수요가 세분될 것으로 보고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기업 발표 무대에 오른 국내 기업 셀트리온도 4중 작용제 방식으로 개발 중인 비만 치료 후보 물질 CT-G32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