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80원 선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정부 개입으로 달러당 1430원대까지 눌렸던 환율이 다시 고점 부근까지 올라섰다. 정부는 오버슈팅(overshooting· 과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외환 수급 점검 강화, 24시간 모니터링, 시장 교란 행위 엄정 대처 등 대책을 내놨다. 금융기관의 의무 보유 기준을 완화하고 선물환 포지션 규제도 조정했다. 시장의 외환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해외 주식 매각 시 양도세 감면, 해외 자회사 배당금 환류에 대한 세제 지원도 추진한다. 국민연금은 ‘뉴 프레임워크’ 를 통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에 더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필요하면 거시 건전성 조치로 외환 거래와 자본 이동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 장관이 원화의 과도한 평가절하를 언급하며 구두 개입에 나선 점도 눈에 띈다. 그런데도 고환율 기조는 꺾이지 않았다. 이는 정책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환율을 움직이는 힘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단기 처방이 반복될수록 시장은 ‘근본 해법은 따로 있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둔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경로를 먼저 보인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도 무역수지 흑자를 오랫동안 구가해온 나라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소득수지가 경상수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저출산·고령화로 성장 잠재력이 낮아지자, 1990년대 이후 해외투자가 급증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더 높은 수익을 위해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또 다른 요인이었다. 그 결과 투자소득수지가 무역수지를 앞지르게 됐다. 그럼에도 일본은 오랜 기간 엔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 분야의 단기 처방이 아니라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이 있어야 투자 자금이 돌아올 수 있다. 환율 결정 메커니즘이 변화했기 때문에 외환시장 관리만으로 환율을 안정시키기긴 어렵다. 성장·투자· 자금 환류를 함께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