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통상 환경을 하나의 단어로 정리하라면 ‘관세’가 될 것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주관으로 열린 ‘세계경제통상전망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하면서, 2026년의 대표 단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필자는 2026년 통상 환경 키워드 역시 2025년에 이어 ‘관세’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2026년에 들어서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이슈는 국제적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1월 27일(이하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가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호 관세 및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제232조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4일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 후속 조치로 국회에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대미 투자 특별법안’이 발의됐으나, 해당 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트럼프 정부의 복잡한 관세정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관세란 수입품에 대해 수입 시점에 부과되는 재정적 부담금을 의미하며, 그간 여덟 차례의 국제 협상을 통해 점진적으로 인하돼 왔다. 현재는 우루과이라운드 결과에 따라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조에 근거해 각국은 약속한 양허 관세 이상으로 관세를 인상할 수 없다는 의무가 있다. 예외적으로 WTO 분쟁 해결 절차에 따른 결과나 반덤핑관세·상계관세 등 무역 구제 조치에 따른 관세 인상은 허용된다.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인 관세 인상은 GATT 제2조 위반 소지가 있으나, WTO 상소 기구가 2019년부터 사실상 정지돼 있어 이를 제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IEEPA에 근거한 국가별 상호 관세 체계
트럼프 정부가 취하고 있는 관세 조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국가별 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그것이다. 국가별 관세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부과되고 있다. 2025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위 ‘해방의 날(liberation day)’에 발표한 상호 관세가 바로 IEEPA에 따른 관세다. 57개국에 차등적으로 부과된 이 관세는 두 차례 유예 끝에 2025년 8월 7일부터 일방적으로 시행됐다.
각국은 상호 관세 수준을 낮추기 위한 협상을 미국과 진행했다. 일본은 7월 22일, 유럽연합(EU)은 7월 27일에 각각 15% 상호 관세에 합의했다. 우리나라 역시 7월 30일 한미 간 관세 협상을 타결하여 상호 관세 15%를 적용받게 됐으며, 실제 합의 문서는 10월 29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11월 14일 발표된 한미 공동설명자료와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통해 구체화됐다.
대만은 당시까지 미국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15% 클럽’에 들지 못했고, 이에 대한 내부 압박이 컸다. 결국 올해 1월 19일, 미국에 5000억달러(약 716조2500억원) 투자를 약속하면서 상호 관세 15% 합의를 도출했다.
그 밖에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는 상호 무역협정 합의를 통해 19%의 상호 관세를, 태국과 베트남은 각각 19%, 20%의 상호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영국과 일부 중남미 국가와도 합의가 이루어졌다. 반면 인도와 브라질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군사 장비를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있다는 이유로 50%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브라질 역시 정치적 사안을 이유로 50%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전망에서 트럼프 정부가 2025년 성공한 일 첫 번째로 가자 지구 휴전 합의를 꼽은 반면, 실패한 일첫 번째로 인도와 브라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여, 미국편으로 끌어당겨야 할 두 주요 국가를 오히려 멀리한 것을 꼽았다. 또한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해서도 불법 이민, 마약 문제 등을 이유로 IEEPA에 근거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 압박
품목별 관세는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부과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 1기였던 2018년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 및 쿼터가 부과됐으며, 이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유지돼 총 8년간 지속됐다. 한국은 당시 263만t의 쿼터 물량을 합의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2025년 3월 12일 미국은 철강 및 알루미늄 쿼터를 폐지하고 모두 25% 관세로 통일했다가, 6월 4일 이를 50%로 인상했다. 이로 인해 한국 철강 산업의 애로가 매우 커졌다. 또한 미국 상무부는 제232조 적용 대상인 철강 파생 상품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철강 이외의 기업도 영향받고 있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경우, 트럼프 1기 정부에서는 제232조 조사가 있었으나 실제 관세가 부과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2기 정부 들어 25% 관세가 부과됐다.
반도체에 대해서도 제232조 조사가 지속됐으며, 2026년 1월 15일 관련 포고문이 발표됐다. 미국은 1단계 조치로 엔비디아 H200 등 첨단 컴퓨팅 칩에 대해 제한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고, 이후 반도체 관련 품목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관세를 예고했다. 동시에 대미 투자와 연계한 ‘관세 상쇄 프로그램’ 을 발표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우리가 지난해 11월 미국과 체결한 공동설명자료에 대해서는 반도체 제232조 관세의 경우, 미국이 우리 주요 경쟁 대상(대만)과 추후 타결할 합의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기로 돼 있는데, 올해 1월 미국·대만 합의에서는 미국 내에서 새로 구축되는 반도체 제조 시설 생산능력에 연동해 제232조 관세율이 정해지게 돼 있어, 이에 대한 미국과 합의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IEEPA 위법 판결 가능성과 통상 합의 불확실성
현재 관세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사건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IEEPA 관세에 대한 최종 판결이다. IEEPA에 따른 관세가 미국 국내법상 위법이라는 1심 국제무역법원(CIT) 및 2심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판결이 있었고, 현재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IEEPA 관세는 국가별 관세이고, 제232조 품목 관세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법원 판정과 무관하게 제232조 품목 관세는 유효하다. 그러나 미국과의 합의는 국가별 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함께 포함된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분리해 해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U 역시 아직 유럽의회의 승인 절차를 마치지 못한 상태이며, 최근 그린란드 사태로 인해 승인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EU와 합의가 흔들리고, IEEPA 관세의 위법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상호 관세 및 자동차 제232조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조속한 투자 이행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국회 비준 없이 합의 이행에 나서고 있고, 대만 역시 최근 합의를 바탕으로 이행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여타 국가의 이행 현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우리 역시 신중하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