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사진 셔터스톡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사진 셔터스톡

역대 좌우 정권을 막론하고, 부동산 관련 정책은 대동소이하고,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었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예고를 보면, 의도적으로 부동산 매물의 잠김 현상을 유도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핵심 지역의 장기적 가격 급등을 노리는 것 아닌가라는, 체념을 넘어선 음모론적 의심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수록 ‘투기꾼을 처벌해야 한다’는 정치적 명분은 반복적으로 양도세 강화를 이끌어 왔다. 표면적으로는 ‘투기에 따른 벌을 세게 주는 정책’처럼 보이나, 경제적으로는 보유자에게 ‘지금 팔면 손해’라는 신호를 강하게 주는 장치로 해석된다. 이 신호가 분명할수록 합리적 보유자는 거래를 미루거나 포기하게 되고, 만성적인 공급 부족과 매물 잠김 속에서 양도세 세수가 오히려 급감하는 일이 발생한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는 투자 우선순위를 유동성이 유지되는 핵심지로 몰아 폭등을 부추겼고, 그 반대편에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고사(枯死)해 왔다.

유종민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 미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은행 조사역
유종민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 미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은행 조사역

도덕적 응징 수단으로 작용해 온 양도세

양도세에 대한 집착은 ‘불로소득’이나 징벌해야 할 ‘자본 차익’이라는 언어에 매몰된 감정적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잠시 이성을 내려놓으면, 양도세 같은 극적인 이익 환수 장치는 통쾌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 결과 한국에서 양도세는 오랫동안 조세 수단이라기보다 도덕적 제재 도구로 기능해 왔다. 감정적 프레임이 강해질수록 조세 목적은 ‘재정 확보’에서 ‘도덕적 응징’으로 이동하고, 세율 결정 기준 역시 효율성보다 응징의 강도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그 과정에서 재정 예측 가능성과 거래 유동성, 가계 주거 이동성은 모두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려났다.

물론 징벌은 단기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내성과 회피 유인을 징벌과 같은 속도로 빨리 커지게 한다. 시장은 정상 거래를 줄이고, 다운 계약서 같은 음성적으로 왜곡된 행태를 확산하게 했으며, 양도세 세수도 원래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부동산 가격은 계속 천정부지로 치솟아 외강내유(外剛內柔)식 정책 효과에 대한, 웃기지만 슬픈 실소만 가져왔다. 

이 결과는 길게 봤을 때 안정적인 세수가필요한 재정 당국의 이해와도 정면충돌한다. 거래가 가물에 콩 나듯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이제는 거래 하나하나에 거의 자동적으로 세무조사가 따라붙는다. 거래를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어떻게든 세수를 건져 올리려는 세무 당국의 조급함과 절박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책 메시지와 집행 태도가 서로 충돌하는 이 장면은 부동산 과세 체계가 어디까지 비틀려 와 있는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금 흐름 쫓는 美 정책

미국의 부동산 정책 철학과 대비해 보자. 한국의 양도세 중심 부동산 과세는 매각 순간, 즉 스톡(stock·특정 시점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팔 때 크게 때린다’는 신호는 양도세 부담으로 인해 기대 수익을 급감시키고, 합리적 보유자는 거래를 미루게 된다. 

반면 미국은 다주택 여부 그 자체보다 실질적인 현금 흐름 가치, 즉 플로(flow·지속 발생 가치)에 과세의 초점을 둔다. 본인이 직접 거주하며 얻는 주거 혜택이나 임대 운영을 통한 현금 흐름이 주(主)세원이다. 양도 차익은 오히려 과세 이연이 폭넓게 허용돼 거래 자체를 막기보다 투자 형태를 유도하고 관리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이는 거래 억제를 통해 시장을 통제하려는 한국의 접근과 철학적으로 정반대에 가깝다.

미국과 한국 모두 ‘1주택 우대’ 정책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다주택 대상 양도 차익이 응징의 대상으로 규정돼 투자자의 관심은 ‘어디가 가장 가격 상승폭이 클지, 언제든 팔릴 수 있는지, 가격 하락 시 탈출이 가능한지’에 집중된다. 그 결과 1주택 우대는 정책 취지와 달리, ‘핵심지 1주택 우대’로 변형돼 왔다. 

미국은 ‘집을 어떤 용도로 굴리느냐’가 정책의 출발점이다. 주거용 1주택, 즉 프라이머리 레지던스(primary residence)에는 큰 폭의 양도 차익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나머지는 명확하게 임대·사업용 자산으로 분류해 과세 이연이 여전히 가능하다.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몇 채를 보유했느냐보다 어떤현금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가 세 부담을 결정하고, 양도세는 거래를 가로막는 핵심 변수로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은 부동산 정책 타깃이 매각 시점 가치가 아니라 보유·운영 과정에 놓이다 보니, 한국처럼 만성적인 매물 잠김이나 극단적 양극화가 구조화될 여지도 크지 않다.

케케묵은 양도세 강화를 대통령이 다시 내세운 이유는 사실 정책 결정 과정에 내재된 책임 회피 성향 때문으로 읽힌다. 세율을 올리는 순간, 거래는 중단되고, 부동산 가격이 잡힌 성과가 즉각 만들어진다. 또 자본 차익은 불로소득·투기·한탕이라는 도덕적 프레임으로 재단해 버린다. 너무나 손쉽고도 편리한 정치적 선택이지 않은가. 반대로 보유세나 임대 소득 과세의 경우 과세 대상은 넓고 조세 저항은 즉각적이며, 시장 안정 효과는 다소 간접적일 수밖에 없으니, 관료 조직의 선택은 명백해 보인다. 

그때문에 개인적으로 한국이 미국 같은 현금 흐름에 기반한 과세로 전환할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늘 행정은 위험을 회피하고, 관료는 책임을 피하며, 정치는 정서를 가장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도구를 선택해 왔다. 그 선택의 종착지는 가장 손쉽고 가장 안전한 수단, 바로 양도세 중과였다. 

게다가 이른바 ‘높으신 분’들이 이미 핵심지에 한발 걸쳐 놓은 상태라면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유세와 같은 현금 흐름 기반 과세가 부동산 시장의 하향 안정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장담컨대 명확하다. 그런데도 매번 할 듯 말 듯한 립(lip) 서비스와 엄포만 되풀이한다. 핵심지는 어차피 매도할 계획이 없을 테니, 양도세 같은 스톡 기반 과세만을 내세워 정책적 노력으로 포장된 알리바이나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은 내지 않을 세금을 앞세워 공정과 정의를 말할 수 있으니, 이보다 안전하고 값싼 명분도 없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