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그린란드는 미국 영토”라는 주장을 거듭하며 유럽과 외교 갈등을 촉발했다. 그는 1월 20일(이하 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묘사한 이미지를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해 올렸다. 트럼프는 그린란드 문제를 협상 카드 삼아 유럽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유럽연합(EU)은 이를 회원국 영토 문제로 간주했다. 트뢸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 장관과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교 장관은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를 만나 EU 차원의 그린란드 지원을 요청했다. 칼라스 고위 대표는 이들과 만남 후 SNS X에 “북극 안보는 대서양 공동 이익과 직결되며, 동맹인 미국과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렇지만 관세로 위협하는 것은 이를 다루는 방식이 될 수 없다”며 유럽은 스스로 이익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U 입법기관인 유럽의회는 1월 21일 트럼프의 그린란드 관련 관세 위협에 반발해 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 승인 절차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주민은 “우리 땅을 빼앗을 수 없다”며 시위를 이어갔다. 이번 갈등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 내 긴장으로도 이어졌다. 트럼프 주장은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 영토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동맹의 역할과 결속력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다. 일각에서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총회(다보스포럼)가 열린 1월 21일 긴장 상태는 다소 완화됐다. 트럼프는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그린란드 관련) 무력 사용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 및 사실상 북극 지역 전체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추가 관세 부과 계획도 철회했다. 하지만 유럽 지도자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린란드 주권 논란과 더불어 미국과 신뢰 문제, 북극 안보 협력, 통상 관계 재정립 등 과제도 남았다. 필자는 “유럽 주류 지도자는 트럼프를 ‘달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협력·조정·수용 의사를 표명해 왔지만,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협력이 아닌 복종’이라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트럼프가 ① 그린란드를 점령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유럽 추종자들이 품고 있던 유치한 환상이 산산이 부서졌다. 영국 나이절 패라지, 프랑스 조르당 바르델라, 독일 알리스 바이델, 이탈리아 마테오 살비니, 슬로바키아 로베르트 피초,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그리고 폴란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같은 유럽 우파 포퓰리스트는 트럼프와 친밀한 관계를 쌓는 데 수년을 보내며, 스스로에 대해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대항하는 동반자라고 상상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우상’이 유럽 동맹국의 주권 영토를 통째로, 혹은 그 일부(그가 발표한, 이른바 ‘거래’가 성사될 경우)라도 집어삼키겠다는 위협을 목격했다. 이에 대한 우파 포퓰리스트 반응은 침묵·회피 혹은 어색한 불편함뿐이었다. 그들은 트럼프 파트너가 아닌, 단지 이용당하는 놀잇감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오판을 한 것은 우파 포퓰리스트만이 아니다. 유럽 주류 지도자도 이와 유사한 실수를 저질렀다. 트럼프를 ‘달랠 수 있다’고 상상하며, 그들은 협력·조정·수용의 의사를 표명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오해한 것이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자발적인 협력이 아니다. 그는 복종을 원한다.

스티븐 홈스 - 뉴욕대 법학 교수, '빛이 스러진 세계
(The Light That Failed:
A Reckoning)' 저자
스티븐 홈스 - 뉴욕대 법학 교수, '빛이 스러진 세계 (The Light That Failed: A Reckoning)' 저자

일부 평론가는 유럽이 ② 다보스포럼에서 ‘맞서 싸웠고’ 트럼프를 ‘굴복’시켰다고 주장한다. 이는 희망 사항일 뿐이다. 트럼프가 내세운 모호한 협상 개념은 양보라기보다 그린란드를 실질적으로든 법적으로든 장악하려는 그의 음모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고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던진 또 다른 미끼에 불과하다. 그는 계속해서 ‘권리·소유·지배권’을 요구할 뿐 아니라, 유럽 지도자가 자신의 광기 어린 도발에 반응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그 자체로 승리다. 유럽인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세상에서 ‘주체성’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필사적인 희망을 충족시켜 줄지는 모르나, 그들이 트럼프를 성공적으로 조종해 후퇴시켰다는 어설픈 생각은 트럼프의 정서적 불안정과 상습적인 이중성을 크게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최근에 벌어진 일은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어떻게 ‘조용히’ 손에 넣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직접 충돌하는 대신 의존 구조를 활용하고, 대리 세력을 지원하며, 주민 동의를 서서히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여기에 그린란드 영토를 퍼즐처럼 나눠 부분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구상까지 더해지면, 굳이 대놓고 맞붙을 필요도 없다.

실제로 다보스포럼 일주일 전 덴마크가 주권 외 모든 것을 제안했을 때도 트럼프는 이를 거절했다. 유럽 굴복이 그에게는 그린란드 그 자체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트럼프는 자발적 동맹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동맹에 의존해야 할 미래 자체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내일이 허상이거나 남의 문제라면, 왜 동맹을 키우는 데 투자하겠는가. 자신은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는데, 타인의 약속을 존중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를 움직이는 것은 거래 성사보다 지배 욕구이며, 교환의 정신보다는 타인을 깎아내리고 자신을 드높이는 뒤틀린 쾌감이다. 자신을 비하하는 아첨꾼으로 가득 찬 그의 내각이 바로 그 증거다. 이 같은 욕구는 단순한 성격적 결함이 아니라, 특정한 시간적 지향성, 즉 우리가 시간적 허무주의라 부를 수 있는 것의 논리적 결과다. ③ 나토 또한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나토의 집단 방위 약속(제5조)은 미래 행동에 대한 약속, 즉 수십 년 뒤가 될지도 모르는 위기의 순간이 닥쳤을 때 행동하겠다는 맹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것은 제도화된 충성심이다. 이 모든 구조는 변절이 유리할 때조차도 당사자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가정 위에 세워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1일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1일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는 나토 분담금을 보호 대가로 내는 공물처럼 여긴다. 동맹을 상호 방위 조약이 아니라 갈취로 이해한다. 하지만 보호를 명목으로 돈을 뜯는 범죄 조직조차도 ‘돈을 내면 해치지 않겠다’는 신뢰할 만한 약속에 의존한다. 돈만 챙기고 결국 가게를 불태우는 마피아 두목에게는 ‘사업’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의 목적은 약탈뿐이다. 

다보스포럼에서 뤼터 사무총장을 만난 뒤 트럼프가 세부 사항은 전혀 제공하지 않은 채 ‘향후 협정의 틀’을 선언하며 관세 위협을 거두어들였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이는 이런 유형의 행동을 ‘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난다)’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에게 집중하도록 하고 상황을 뒤집는 것을 후퇴로 보기는 어렵다. 그는 이미 원하는 것을 얻었다. 허둥대는 동맹과 충성을 바치러 달려오는 뤼터 사무총장의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준 장면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가 보여주는 것은 유럽에 대한 적대감이 아니라 ‘상호 관계’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적대감이다. 트럼프에게 권력은 협력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협력을 대신하는 대체물이다. 강요할 수 있는데 왜 설득하겠는가. 강압할 수 있는데 왜 관계를 쌓겠는가. 자국을 동반자라고 상상했던 유럽 포퓰리스트는 이제 그러한 동반자 관계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지배자와 억압받는 자만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 

Tip

덴마크 자치령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섬(대륙 제외)이다. 북극해와 대서양 사이 캐나다 북극 제도 동쪽에 있다. 북미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상에 있는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희토류 같은 전략 광물과천연가스, 원유 등이 풍부하다. 트럼프는 자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골든돔 프로젝트’를 위해 그린란드가 전략적 요충지로서 필요하다고 밝혀 왔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의 다른 이름이다. 매년 1월 말 닷새 동안 스위스의 세계적 휴양지이자, 스키 도시인 다보스에서 열리기 때문에 ‘다보스포럼’이라고 부른다. 세계 각국의 거대 기업 회장 및 각료급 이상 인사와 학자가 범세계적 당면 과제에 대해 토론하고 국제적 실천 과제를 모색하는 회의다. 1971년 미국 하버드대 클라우스 슈바브 교수가 설립, 독립적 비영리 재단 형태로 운영된다. 초기에는 ‘유럽인 경영 심포지엄’으로 출발했으나 1973년부터 참석 대상을 전 세계로 넓히고 정치인으로까지 확대했다.

1949년 4월 4일 체결된 북대서양조약에 근거해창설된 군사 동맹 기구다.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전체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공동 대응한다는 집단 방위 체제를 목적으로 한다. 덴마크도창립 회원국이다.

스티븐 홈스 뉴욕대 법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