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78년 미국 ABC TV에서 방영됐고 국내 안방극장에도 더빙판으로 소개됐다(여기서 안방극장이란, ‘거실 넷플릭스’와는 다른 개념임을 원조 21세기 소년·소녀를 위해 첨언해 둔다).
600만달러는 약 87억원. 현 시세로는 서울 강남의 매우 똘똘한 한 채 값 정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 방영되던 53년 전 가치로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 액수였을 것이다. 극 중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은 우주비행사인데 치명적 사고를 당한 뒤 미 정부의 막대한 지원, 즉 600만달러를 들인 전신 개조 수술을 통해 초인으로 (사실상) 부활한다. 경주마도 아닌데 시속 60마일(약 97㎞)로 달리고, 눈은 디카도 아닌데 20배 줌이 가능하다.
이 작품은 지금으로 치면 마블 슈퍼히어로정도의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20세기 대중문화사의 독특한 유산으로 남았다. 그래서 2014년 마크 월버그 주연으로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적잖은 관심을 받았다. 리부트 소식이나 캐스팅 뉴스 못잖게 개명 관련 고려도 화제가 됐다. 600만달러가 너무 싸니 시대에 맞게 ‘60억달러의 사나이(The Six Bil-lion Dollar Man)’로 제작될 예정이라는 것. 세월이 반세기 흐르고 몸값이 1000배 뛴 만큼 기대도 컸지만, 리부트 프로젝트는 좌초되고 말았다. 제작비도 뛰었고 그 시절 육백만불의 사나이를 기억하는 이도 줄어든 탓일지 모른다. 어쨌든 ‘600만달러’ ‘60억달러(약 8억7000만원)’ 등의 구체적 액수는 주인공의 어마어마한 갖가지 능력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 역할을 했다.
석 달간 진행한 콘서트 투어 티켓 판매로 5800억원 수입
음악은 본디 무형의 예술이다. 한마디 말로, 구체적 액수로 환산하기 힘들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대중문화를 산업으로, 자산으로 접근하는 건 언제나 말이 된다. 최근 미 경제지 ‘포브스’에서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미국 스타 비욘세가 팝 가수로는 다섯 번째로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고. 우리말로 쉽게 말해 억만장자이지 원어는 ‘billionaire’이니 10억만장자에 더 가깝겠다. 개인 순자산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4484억원)를 넘겼다는 이야기다.
‘포브스’에 따르면, 팝 가수 최초로 억만장자에 오른 이는 비욘세의 남편인 래퍼 제이지다. 참고로 그의 ‘포브스’ 추산 개인 순자산 규모(1월 26일 기준·현지시각)는 25억달러(약 3조6210억원)다. 부부 합산으로는 우리 돈 5조원이 훌쩍 넘는다.
2019년 제이지 등재 이후로 리애나, 브루스 스프링스틴, 테일러 스위프트가 차례로 억만장자 리스트에 이름을 적었다. 억만장자 목록은 매체별로 조금씩 다르다. 자산 가치 계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나 선데이 타임스는 설리나 고메즈, 폴 매카트니도 억만장자로 분류하고 있다. 엘튼 존이 천문학적 매출에도 천문학적 소비벽 때문에 이런 리스트에 이름을 못 올리고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억만장자 가수는 어떻게 부를 축적했을까. 음악이 디지털화하고 스트리밍의 시대로 올수록 음악 자체로 벌 수 있는 수익은 주는 추세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서 노래가 한 번 재생될 때마다 가수에게 돌아가는 돈은 0.003~0.005달러로 업계는 추산한다. 요즘엔 공연과 관련 상품 매출이 크게 도움 된다. 비욘세는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단 석 달간 진행한 ‘Cowboy Carter’ 투어에서 티켓 판매만으로 4억달러(약 5793억6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관련 상품은 5000만달러(약 724억2000만원)어치 팔았다. 종전의 ‘Renaissance’ 월드 투어에서는 5억7900만달러(약 8386억2360만원)를 벌었다.
물론 음악 자체가 부의 요체가 된 이도 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폴 매카트니는 자신이 평생 만들고 부른 수많은 노래의 저작권, 판권을 대형 음반사에 통으로 매각함으로써 음악을 일시불로 현금화했다. 물론 그 금액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결국 팝 음악 산업의 철칙 가운데 하나는 ‘유명해서 유명해지기’다. 클래식이나 재즈 쪽과는 산업적 측면에서 판이하다. ‘요즘 걔가 핫하대’ ‘요즘 이게 차트에서 난리라는데들어봤어? 생긴 것도 대박이던데’ 같은 바이럴이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판이었다. 화제성에 지속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덧대고, 그렇게 만들어진 개인의 브랜드를 음악 안팎의 수익 구조로 연결하는 것이 ‘노래해서 억만장자 되기’의 주요 공식이다. 이 구조를 위해 음반사와 아티스트는 발로 뛰고 팬과 소통하며 소셜미디어(SNS) 바이럴 마케팅 비용으로 수백억~수천억원을 쓴다.
일론 머스크가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에 가까워졌다는 소식이 최근 들렸다. 언젠가 조만장자 음악가도 등장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단 5분 동안, 세계인이 유튜브에 약 3000시간 분량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콘텐츠와 스타가 넘쳐나는 나날이다. 인공지능(AI)이 초 단위로 작곡하는 시대다. 이 범람과 혼돈의 세기에도 인간이 만드는 음악, 사람이 부르는 노래의 힘은 계속될 것이다. 인간은 시간 속을 살고 언어로 소통하며 생존하기 때문이다.
리듬은 시간을 엔터테인먼트화한 최고의 플랫폼이다. 노래는 언어를 미화해 발화하는 최고의 예술이다. 음악의 가치는 결코 바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