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집는다. 출근길에는 화면을 들여다보고, 회사에서는 컴퓨터 마우스를 쥐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를 안고 설거지한다. 하루 종일 엄지를 쓴다. 그러다 어느 날 손목 한쪽이 찌릿하다. 컵을 드는 순간 욱신거리고, 병뚜껑을 돌리다 힘이 빠진다. ‘삐끗했나 보다’ 하고 넘기기 쉽지만, 통증이 엄지 쪽 손목에서 반복된다면 몸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바로 드퀘르벵 질환(손목 건초염)이다.
드퀘르벵 질환은 19세기 말 이 병을 보고한 스위스 의사 드퀘르벵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낯설게 들리지만, 엄지를 움직이는 힘줄과 힘줄집에 염증이 생기는 흔한 질환이다.
엄지 힘줄이 지나가는 통로는 원래도 좁다. 그런데 반복해서 사용하다 보면 힘줄이 붓고, 부은 힘줄은 통로와 마찰을 일으킨다. 잦은 마찰은 다시 염증을 키우고, 염증은 통증을 일으킨다. 강도는 약해도 무리한 사용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병이 의심될 때는 간단한 동작으로도알 수 있다. 먼저 엄지를 손바닥 안으로 넣고 주먹을 쥔 뒤, 손목을 새끼손가락 쪽으로 살짝 꺾어보자. 이때 엄지 쪽 손목이 날카롭게 아프다면 이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핀켈스타인’으로 불리는 진단 방법이다. 물론 정확한 진단은 진찰과 영상 검사가 필요하므로,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되면 병원 진료를 권한다.
이 병이 힘든 이유는 ‘아픈데도 멈출 수 없다’는 데 있다. 특히 육아 중인 부모에게는 더 잔인하다. 가령 아기를 안으려면 엄지를 벌리고 손목을 젖힌 채 체중을 버텨야 한다. 가장 아픈 자세지만 피할 수 없다. 직장인은 반드시 마우스를 잡아야 하고,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십 번 스마트폰을 들어야 한다.
초기에는 ‘조금 쉬면 낫겠지’하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참고 계속 쓰다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염증이 오래되면 힘줄 주변이 흉터처럼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진행된다. 힘줄이 걸리듯 움직이며 ‘딱’ 소리가 나거나 힘이 빠지고, 쉬어도 낫지 않으며 아침에 특히 뻣뻣해진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 휴식만으로 회복이 더디다.
다행히 조기에 치료하면 예후는 좋은 편이다. 초기에는 휴식, 손목·엄지 보호대, 냉찜질, 소염진통제, 물리치료로 염증을 가라앉힌다. 증상이 지속되면 주사 치료를 고려한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부종과 통증을 빠르게 줄여 급성 통증을 끊어주는 ‘소화기’ 같은 역할을 한다.
이후 프롤로 주사나 체외 충격파 치료처럼 미세 자극을 통해 혈류와 회복 반응을 활성화해 약해진 힘줄과 인대 회복을 돕는 치료가 병행된다. 통증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재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스스로 회복하도록 돕는 치료’에 가깝다. 대부분은 이런 보존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진다.
다만 염증이 오래 지속돼 힘줄집이 두꺼워지고 통로가 구조적으로 좁아지면 작은 절개로 힘줄이 지나는 공간을 넓혀주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술까지 가지 않도록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다.
손을 아예 쓰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예방법은 ‘덜 쓰기’보다 ‘잘 쓰기’에 가깝다. 스마트폰은 가능하면 두 손으로 사용하고, 손목을 꺾은 채 오래 잡지 말며, 작업 중에는 30~40분마다 짧게 쉬어 엄지와 손목을 풀어주자. 통증이 느껴질 때는 ‘조금만 더’를 멈추는 습관이 필요하다. 작은 휴식이 결국 가장 좋은 치료이자 예방법이다. 증상이 좋아졌더라도 바로 무리하면 재발하기 쉽다. 회복 기간만큼은 보호대와 스트레칭을 꾸준히 이어가자. 통증이 반복되면 ‘버티기’보다 진단과 맞춤 치료가 손목을 지키는 가장 빠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