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에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소비자 가전산업의 신제품 및 첨단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인 만큼, 올해 CES는 ‘로봇 대전’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2025년까지만 해도 다소 어설퍼 보이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움직임은 불과 1년 만에 공중에서 돌려 차기를 하고, 산업 현장에서 즉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만큼의 경지에 이르렀다. 두뇌에 해당하는 인공지능(AI)과 그 의사 결정을 실제 행동으로 구현하는 하드웨어가 급속히 고도화된 결과다. 

사람의 형상이든 자동차든 물리적인 실체에 AI가 탑재돼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형태를 중국말로 ‘구신지능(具身智能)’이라고 한다. 반면 딥시크(DeepSeek) 같은 생성 AI (Generative AI)는 특정 실체에 결합하지 않고 스스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신지능(離身智能)’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구신지능은 AI와 로봇학이 교차하는 최첨단 분야로, AI를 탑재한 물체가 환경과 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자율적인 학습과 진화를 이루어 간다. 중국은 2025년 3월 국무원의 정부 업무 보고에서 이를 처음 언급하며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고, 같은 해 10월 중국 공산당의 ‘국민 경제와 사회 발전 제15차 5개년 규획에 관한 건의’에서 구신지능을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법제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고향이자 중국 첨단 미래 산업의 근거지인 항저우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025년 12월 29일 제31차 회의에서 ‘항저우시 구신지능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발전 촉진 조례(杭州市促進具身智能機器人産業發展條例)’를 표결로 통과시켰다. 상급 기관인 저장성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의 비준을 통과하면 시행될 예정이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이 조례는 중국 최초의 구신지능 휴머노이드에 관한 지방성 법규다. 조례는 구신지능 휴머노이드를 ‘물리적 형태를 갖추고 AI 기술과 융합해 의사 결정과 행동을 통합하며, 자체 능력으로 실제 환경과 실시간 상호 교감하면서 다양하고 복잡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마트 휴머노이드’로 정의하고 있다. 

AI는 향후 한국과 중국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핵심 분야로 꼽힌다. 중국에서 관련 조례가 제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26년 1월 22일부터 한국의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도 시행에 들어갔다. AI에 관한 법제 구축 방면에서 향후 양국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이 기대된다.

최근에 중국 선전과 둥관에 있는 화웨이 연구개발(R&D)센터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화웨이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한 무인 자동차가 복잡한 선전 시내를 스스로 주행하고, 주차까지 완벽히 해내는 모습을 목도했다. 선전 공항에서는 안경을 쓰고 대화를 나누면 89개 언어로, 실시간으로 번역돼 렌즈에 표시되는 제품도 볼 수 있었다. 모두 구신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사도 갈 수 없다’는 이웃인 중국이 우리 옆에서 크고 빠르게 성장해 우뚝 서 있다. 정상회담 이후 한중관계가 복원되었다고 하는데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중국과의 관계를 언제적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하였으니 과거로 부터도 배울 바가 적지 않음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나 이제는 오늘의 중국을 직시하고 함께할 미래를 골몰하는 노력이 더 절실하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