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이후 인공지능(AI)은 거의 모든 산업의 미래와 혁신에 있어 ‘필수 전제 조건’이다. 제조 현장에 로봇과 비전 AI가 투입되고, 사무 환경에서는 생성 AI(Generative AI)와 에이전트 AI가 빠르게 확산한다.
이 과정에서 긍정적인 AX(AI Transfor-mation·AI 전환)를 경험하는 기업도 있지만, 다수 기업의 목소리는 낙관적이지 않다. AX를 시도하는 기업 수가 늘고 있음에도 성과를 체감하는 기업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80% 이상이 AI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AI 도입이 매출 성장이나 영업이익 개선으로 연결된 건 15% 내외에 불과했다. 많은 AX 프로젝트가 PoC(Proof of Concept) 단계에서 멈추거나, 도입 이후 저항과 혼란 속에서 동력을 잃는다.
이는 과거 DX(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를 추진하면서 겪은 ‘디지털 립스틱’ 현상과 비슷하다. 지금의 AX는 표피적인 혁신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한 유통사는 최신 생성 AI 챗봇을 설치했지만, 기초 데이터 품질 정비를 하지 않아 잘못된 재고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 신뢰를 잃었다. 리더가 디지털 거버넌스를 등한시해 ‘보여주기 성과’에 치중한 탓이다. 국내 한 제조사 역시 AI 자동화 공정을 도입했으나, 현장 소통 부재로 암묵지(tacit knowledge)가 데이터로 전환하지 못하면서 생산 효율 저하와 노사 갈등이 나타났다. AI를 비용 절감 도구로만 보는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AI는 단순한 혁신과 그 흐름의 무게감과 속도가 다르며, 사라질 거품도 아니다. 이 시점에서 리더십은 AX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다. AX를 바라보는 관점과 리더십의 질문이 바뀌지 않고 있다. 지금 리더가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화려한 기술 로드맵이 아니라,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첫째, '기업의 리더와 조직 구성원은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
많은 기업에서 AX는 여전히 ‘IT 프로젝트’로 인식된다. 리더는 AI를 비용 절감이나 인력 대체 도구로 바라보고, 구성원은 AI를 위협적 존재, 혹은 선택적 툴이자 시스템으로 느낀다. 이 간극이 바로 AX 실패의 출발이다.
AX는 지금까지의 DX나 자동화와는 다른 변혁으로, 그 본질은 ‘사람의 경험’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BCG 조사에 따르면, AI를 ‘업무 파트너’로 인식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과 비교해 생산성 향상이 두 배 이상 높았고, 직원 재교육(reskilling)을 병행한 기업은 AI 활용률이 평균 30~40% 더 높게 나타났다. AX는 결국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닌 ‘사람이 AI와 함께 어떻게 일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AX 접근은 의미가 있다. 이들은 처음부터 ‘AI 우선(first)’ 관점에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 구조를 설계한다. 특히 테슬라는 AI를 현장의 판단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현장의 판단을 강화하는 도구’로 정의한다. 우리 기업도 ‘인간 중심의 AX(hu-man-centric AX) 경험’을 찾아야 한다.
둘째, '어떤 기술을 어떤 문제와 연결할 것인가. 우리는 어떤 변화를 원하는가.'
AX 논의에서 중요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가’다. 우리의 혁신 역사는 ‘답을 잘 찾는 능력’에 집중돼 왔고,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내놓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생성 AI가 등장한 이후, 답은 더 이상 희소하지 않다. AI는 복잡한 질문에도 그럴듯한 답과 스토리, 화려한 영상이 가미된 모든 소스와 답을 제시한다. 물론 가짜는 가려야 하지만 말이다. 이런 AI 의존 시대에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건 답을 검색하는 능력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진짜 문제인지 볼 수 있는 능력과 그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정의하는 능력이다. 현장의 AX 도입이 어려운 이유는 문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부터 도입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흩어져 있고, AI는 학습할 맥락을 잃는다. 결과적으로 ‘AI는 있는데 쓸 곳이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많은 경영진과 임원이 AX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투입은 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기업이 데이터의 중요성에 다시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AX 과정에서 기업이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도 역시 데이터인데, 이유는 명확하다. 조직 안에 축적된 경험, 판단, 암묵지는 여전히 데이터로 전환되지 않고,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기 때문이다. 나름 성공적으로 AX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 우리 비즈니스에서 AI로 반드시 바꿔야 할핵심 문제(core issue)는 무엇인가.
• 이 문제를 풀면 고객 가치와 경쟁력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며, 지금 그것이 존재하는가.
지멘스는 자동화 기술보다 먼저 문제 정의와 데이터 구조 설계에 집중했고, 그 위에 AI를 연결했다. 기술이 아니라 문제와 목적이 효과적인 AX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AX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기업이 직면할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모든 혁신은 공짜가 아니며, 부작용과 리스크를 동반한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이 점에 대한 변화 관리를 잘했다. AI 활용 기능은 더 고도화할 것이고, 더 많은 일을 대신 해 줄 것이다. 그런데 이미 하나의 부작용이 관찰된다. ‘생각하는 힘의 약화’다. 주위에선 AI를 사용하는 개인과 조직에서 특정 이슈에 대한 고민과 생각하는 시간, 또 리더와 구성원 간 질문과 토론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조직 전반에 대화도 감소하고 있다. 피곤한 판단은 AI 결과에서 합리성을 찾고, 의존한다. 쉽게 말해 ‘생각을 멈추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현상이 심해지면 인간의 의사 결정 능력 또한 약해질 것이다. 잘 정리된 데이터만으로 내리는 결정은 없기 때문이다.
모순적이게도 AI 시대일수록 AX 리더십의 핵심은 더욱 분명해진다. AI는 다양한 답의 견본을 제시할 수 있지만, 판단과 결정의 책임은 여전히 인간 몫이다.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지, 어떤 선택이 조직의 미래를 좌우하는지는 AI가 대신 결정해 주지 않는다. 가까운 미래에 기업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AI를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질문하고, 판단할 수 있는가에서 갈릴 것이다. 우리 기업의 리더와 구성원에게 생각하는 기회와 힘을 길러주어야 하는 이유다. 기술 중심의 AX 실행과 혁신이 틀린 말이 아니지만, 이는 기술만의 문제도 아니다. AX 성공에는 반드시 경영진과 리더의 철학 그리고 리더의 AX를 향한 눈이 필요하다. AX를 최신 유행의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생각 방식’ ‘조직의 업무 방식’ ‘의사 결정 원칙과 구조’ ‘어떤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하고, 핵심에 사람과 문화를 둬야 한다. 2026년 AI 주도권을 위한 전쟁은 더 가속화할 것이다. 당신의 기업은 어떤 AX를 경험하고 있고 또 준비하고 있는가. AX 리더십이 고민이라면 앞선 세 가지 질문을 점검해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