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수입관세가 ‘국내 산업 보호’라는 전통적 명분을 넘어, 경쟁국을 약화하고 협상력을 높이는 지정학적 카드로 재등장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경제 안보를 내세워 그린란드 문제를 거론하며 동맹국인 유럽 국가에 추가 관세를 시사한 사례는 관세가 동맹 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무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관세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가격이 오르면 수입이 줄고 국내 생산이 늘어난다’는 구식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이는 오늘날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① 생산·금융 네트워크의 깊은 상호 연결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시각이다. 본 칼럼은 바로 그 간극을 짚는다. 관세 위협이 단순한 ‘상대가격 조정’을 넘어, 어떻게 금융과 실물경제에 장기적인 충격을 남기는지 네트워크 경제 관점에서 분석한다. 네트워크 경제에서 관세는 단순한 수요 전환 장치가 아니라, 기업의 비용 구조를 뒤흔드는 공급 충격이다. 특히 정책 자체보다 ‘정책이 유발하는 불확실성’이 금융과 실물에 더 깊은 파급력을 미친다. 이는 전통적 모델이 예측하는 일시적 왜곡을 넘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생산 손실, 국제적 연쇄 효과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관세는 특정 품목이나 국가에 국한된 지엽적 수단이 아니라 글로벌 거시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금융 충격이다. 생산 네트워크를 도외시한 평가는 생산 손실과 물가 지속성을 과소평가하기 쉽고, 그 결과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대응에 따라 증폭될 수 있다. 필자는 국가 안보나 지정학적 레버리지를 명분으로 관세를 남용할수록, 그 비용이 결국 자국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경고한다. 현대 네트워크 경제에서 관세는 정밀하게 통제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적인 ②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동반한 물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는 위험한 도화선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옆 모습과 유럽연합(EU)·그린란드 국기, 관세(tariffs)라는 단어가 조합된 일러스트. /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옆 모습과 유럽연합(EU)·그린란드 국기, 관세(tariffs)라는 단어가 조합된 일러스트. /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수입관세는 한때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수지 개선 수단이었으나, 이제는 경쟁국을 약화하고 전략적 불확실성을 조성하는 지정학적 도구로 변모하고 있다. 나아가 우방국을 압박해 정치적 양보를 끌어내는 수단으로까지 확장됐다. 트럼프 정부가 ‘경제 안보’ 를 내세워 그린란드 장악을 시도하며 유럽 8개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일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관세를 둘러싼 논쟁상당 부분은 현대 경제의 핵심인 ‘생산과 금융 네트워크의 상호 연결성’을 간과한 구시대적 프레임워크에 의존한 경향이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경제에서 관세는 전통적 모델의 예측을 벗어난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일시적 왜곡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막대한 생산 손실 그리고 강력한 국제적 파급효과를 유발한다. 특히 관세 위협이 만드는 불확실성은 금융 영역으로 전이되며, 그 영향이 실물경제에 완전히 투영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오늘날 관세는 수요 충격이자 동시에 공급 충격이기 때문이다. 관세가 국산품으로의 수요 전환을 유도한다는 점은 여전하나, 현재의 국내 생산은 수입 중간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투입재를 조달하고, 복잡한 공급망과 금융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기업에 관세는 곧 한계비용 상승과 전반적인 사업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셰브넴 칼렘리-오즈잔 브라운대 경제학 교수 -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정책 고문, 전 세계은행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셰브넴 칼렘리-오즈잔 브라운대 경제학 교수 -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정책 고문, 전 세계은행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렇게 높아진 비용은 생산 네트워크를 통해 전 산업과 국가로 확산한다. 서비스업이나 최종 제품 생산 단계처럼 관세에 간접 노출된 산업조차 상당한 비용 상승과 가격 압박을 겪게 된다. 결과적으로 관세는 소비 패턴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투자 방식까지 왜곡하며, 생산성 저하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경제 전반으로 전염시킨다.

더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가능성이다. 많은 산업에서 기업은 기존 계약, 조정 비용, 전략적 고려 때문에 가격을 자주 변경하지 않는다. 이러한 명목 가격의 경직성 탓에 비용 충격은 즉각적인 변동이 아닌 점진적인 전가 형태로 나타난다. 또 투입-산출 연계 구조인 다부문 경제에서는 이러한 조정이 누적 효과를 일으켜, 과거의 가격 변동이 현재의 물가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관세 충격이 잦아든 후에도 높은 비용이 생산 네트워크를 타고 전달되면서 여파가오래 남을 수 있다. 

이 메커니즘은 중앙은행이 직면한 ‘인플레이션과 생산’ 간의 상충 관계(trade-off)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형성되는 과정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를 억제하기 위한 통화정책은 더 오래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하고 그만큼 생산 손실은 커진다. 관세가 일시적일지라도 경제는 물가 상승과 생산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이런 결과는 수입 대체(외국 제품을 자국 제품으로 대체하는 시점이나 여부)에 관한 극단적인 가정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발생한다. 설령 기업이 공급처를 바꾸더라도, 생산 네트워크 특유의 상호 보완성 때문에 적응 과정은 느리고 비용은 클 수밖에 없다. 

관세는 글로벌 금융 역학도 재편한다.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이 미성숙한 경제에서 환율은 상대 가격 조정뿐만 아니라 무역정책이 초래하는 부(富)의 이전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거대 경제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글로벌 수요가 이동하고, 구매력이 관세 부과국으로 이전되면서 해당 국가 통화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지만, 이러한 환율 상승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무역 적자를 야기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왜 2025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전쟁을 시작한 이후 달러 가치는 하락했을까. 답은 관세의 경제적 영향이 실제 시행 여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발표되었으나 시행되지 않은 관세도 충분히 시장을 교란할 수 있고, 무역·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지난 1년간 미국에서 나타난 것처럼 관세 부과국의 통화가치가 낮아질 수도 있다.

기업과 가계는 향후 무역 장벽이 세워질 것이 예상되면 즉시 행동을 조정해 수입을 앞당기고, 통화가치를 재평가하며, 소비와 투자 계획을 수정한다. 만약 금융 중개 기관이 예비적 차원의 저축 증대와 더 높은 위험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되면, 관세 규모가 작거나 단순 관세 ‘위협’만으로 달러 가치는 하락할 수 있다. 이러한 기대 심리에 기반한 조정은 실제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디플레이션(deflation) 압력과 생산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불확실성 자체가 무역정책의 강력한 전이 경로가 되어, 상품 시장과 금융시장 모두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학 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는 세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무역정책은 생산 네트워크와 분리해 평가될 수 없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와 공급망 내부의 투입-산출 연계성을 무시하는 모델은 생산 손실을 과소평가하고, 인플레이션 지속성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 둘째, 통화정책은 관세의 결과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소극적인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도록 방치하는 반면, 공격적인 긴축은 경기 침체를 심화시킨다. 또한 글로벌 경제의 성패를 결정짓는 데 있어 해외 중앙은행의 대응은 국내 중앙은행의 대응만큼 중요하다. 셋째, 글로벌 가치 사슬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관세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정책 수단이 아니다. 관세는 그 목적이 무엇이든 글로벌 거시 경제 및 금융 충격으로 작용하며, 글로벌 네트워크와 금융시장의 기대 심리를 통해 국경과 산업, 시간을 넘어 확산한다.

각국 정부가 국가 경제 안보나 지정학적 영향력 확보를 위해 관세 카드를 검토할 때 그 비용이 표적 산업과 국가를 넘어 자국에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오늘날의 네트워크 경제에서 관세와 관세 위협은 효과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글로벌 생산의 근본적인 구조를고려하지 않은 채 도입되는 관세는 전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을 쉽게 유발할 수 있는, 투박하고 불안정한 힘이 될 뿐이다. 

Tip

① 실물경제의 생산 활동(공급망)과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 시스템(자금 흐름)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 구조.

②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가 계속 오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

③ 한 경제체제 내 산업이 서로의 생산물을 원자재(투입)로 사용하고, 자기 생산물(산출)을 다른 산업에 공급하는 상호 의존적인 네트워크.

④ 경제 전반에서 상품과 서비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 단순히 특정 품목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전체적인 물가 수준이 낮아지는 상태를 말한다. 

셰브넴 칼렘리-오즈잔 브라운대 경제학 교수

정리=김은영 기자

정리=김주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