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오후 7시쯤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SK하이닉스 정문 인근 식당가. 사원증을 목에 건 SK하이닉스 직원 단체 손님으로 가게가 북적였다. 주점과 식당 예약판에는 ‘SK’라는 글자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평소보다 들뜬 표정의 직원 사이에서는 “성과급으로 무슨 차를 살지 고민”이라는 말이 오갔다. 계산대 앞에서는 “너무 많이 먹은 것 아니냐”는 물음에 한 직원이 “술값이 28만원밖에 안 나왔다”며 선뜻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양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석주(29)씨는 “최근 들어 SK하이닉스 직원 단체 예약이 더 늘었다”며 “오늘 성과급을 받는 날이라고 해 일찍 준비했는데도 단체 손님이 많아 응대가 힘들 정도”라고 했다. 그는 “예약으로 테이블 70~80%가 차서 일반 손님은 대부분 돌려보내야 해 오히려 아쉽다”고 말했다.


성과급 1.5억원…분양사·수입차 “SK하이닉스를 잡아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률을 2964%로 책정했다. PS는 연간 실적에 따라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사원에게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다. 성과급의 80%를 바로 주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10%씩 나눠 지급한다. 

SK하이닉스의 2025년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이다. PS에 활용될 재원은 일부 비용을 제외하고도 약 4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의 80%인 3조6000억원이 2월 5일 직원에게 풀린 것이다. 직원 수를 고려할 때 연봉이 1억원인 직원도 1억4820만원을 성과급으로 받는다. 역대급 성과급이 풀리면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주변은 그야말로 파티 중이었다. SK하이닉스 정문 일대에는 ‘SK하이닉스 임직원 선착순 VIP 혜택’이라고 적힌 아파트 분양 광고 전단이 여러 곳에 놓여 있었다. 퇴근 중인 직원이 하나둘 전단을 챙겨 가면서 일부 거치대에는 몇 장만 남아 있었다.

정문에서 직선거리 50m 이내에만 모델하우스 두 곳이 있었다. 한 곳은 이미 분양을 마쳤고, 다른 곳도 85%가량 계약을 마쳤다. 이천 캠퍼스에서 일하는 SK하이닉스 임직원은 약 2만 명이지만, 부발읍 일대에 공급 예정이거나 분양된 아파트·오피스텔은 약 4000가구로 빠듯한 상황이다. 인근의 한 시행사 관계자는 “침체된 시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은 임대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매수세가 꾸준하다”며 “하이닉스 임직원의 분양 문의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꾸준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금융 상품을 홍보하는 금융권 관계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SK하이닉스 임직원을 겨냥한 수입차 업체의 프로모션 경쟁도 이어졌다.

SK하이닉스 직원이 거주하는 기숙사 ‘행복마을’ 일대에는 고급 수입차가 잇따라 서 있었다. 한 SK하이닉스 직원은 “예전에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같은 독일 차가 주로 보였는데, 올해 들어 포르셰를 타는 사람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가는 ‘성과급 특수’…“자리 없어 더 못 받아”

오후 5시 30분쯤 일을 마친 SK하이닉스 직원이 웃음을 띤 얼굴로 정문을 빠져나왔다. “어디에 쓸지 고민이다” “차 바꿀 거냐” “힘들었지만 버티길 잘했다” 등 성과급을 주제로 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회사에서 마련한 셔틀버스를 타고 곧장 서울로 향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적지 않은 이는 인근 식당가로 발길을 옮겼다. 정문에서 만난 SK하이닉스 직원 박모(35)씨는 “성과급을 많이 받고 기분이 좋아 동료와 한잔하러 간다”며 “내년에 더 많이 받기 위해 열심히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식당가를 돌아본 결과,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식당이 더 붐볐다. 오후 7시쯤 고급 중식당과 일식당 등은 이미 예약 손님으로 가득 찼다. 일부 손님이 입장하려 했으나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식당가 곳곳에서는 ‘성과급 특수’를 체감케 하는 풍경이 반복됐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인근 중식당 사장은 “단체 룸은 며칠 전부터 전부 예약이 찼다”며 “SK하이닉스가 없으면 주변 가게는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여긴 대부분 점심 회식 때 많이 찾는 곳인데 평소보다 저녁 예약이 더 많다”고 했다. 일식당 사장도 “최근 SK하이닉스 실적이 좋아서 그런지 손님이 30~40% 늘었다”며 “오늘은 두 테이블만 빼고 20여 개 테이블 예약이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역 상권을 떠받치고 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있는 부발읍의 점포당 월평균 매출은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129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천시 평균(1097만원)보다 18.2% 높다. 다만 SK하이닉스 인근 상권이 발달하지 않아, 셔틀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서 모이는 일이 잦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SK하이닉스 직원 최모(36)씨는 “(회사 앞에) 가게가 제한적이고 서울에 사는 동료도 적지 않아, 일단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서 간단하게 맥주를 즐기기로 했다”고 했다.

성과급 받은 직원들, 기부 릴레이 인증하기도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보육원에 간식을 기부했다는 SK하이닉스 직원도 등장했다. 1월 31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신을 SK하이닉스 직원이라고 소개한 A씨가 “돈 자랑 좀 하겠다”며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세종시 영명보육원에 있는 아이들한테 피자 10판에 과일이랑 간식 사서 전달해 주고 왔다”며 “전화로 물어보니까 아이들이 견과류를 많이 못 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견과류도 종류별로 다 사서 전달했다”고 게시물에 적었다. 이어 “지금까지 아등바등 살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돈을 돈답게 쓴 기분”이라며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면 한번 도전해 보라”고 했다.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으로 평균 억대 성과급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기부를 선택한 A씨의 행동이 큰 관심을 받은 것이다. A씨는 2월 3일 재차 글을 올리며 “이슈가 된 김에 아이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고 싶어서 다시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그는 “보육원 원장님과 통화했는데 현재 아이들 쉴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한다”며 “도서관을 리모델링해 주려고 모금 활동을 하는데 차도가 없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4000만원을 모금하는데 지금까지 1000만원밖에 진행이 안 됐다. 나도 소액이지만 기부에 동참했다”며 보육원에 송금한 캡처 화면 사진과 모금 계좌 등을 공개했다.

이에 이권희 영명보육원 원장도 감사 편지를 A씨에게 보냈다고 한다. 이 원장은 편지에서 “건물 내에 숙소 외에는 아동을 위한 공간이 없어 아이들이 온종일 방에 머물러 있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고 했다. 또 “최소 2년은 걸리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1900만원이 모였다”며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아마도 올해 안에 도서관이 탄생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기대도 해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랑의 온도탑을 급상승시켜 준 이들이 바로 여기 함께해준 이들”이라며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했다.

한편 내년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규모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실적 호조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 정보 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추정한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평균 142조3000억원이다. 전망대로 벌 경우 1인당 평균 약 4억2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이천(경기도)=김관래 조선비즈 기자

이천(경기도)=이호준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