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일 김해국제공항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옹색한 자리에서의 회담이었지만 과연 두 나라가 일촉즉발로 치닫던 긴장의 수위를 낮출 것인지 여부가 세계의 시선을 끌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양측은 한발씩 물러서면서 1년간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 일부를 인하했고, 중국은 미국의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겉보기에는 양측이 동등한 수준의 양보를 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미국의 대폭적인 양보였다.
미국의 산업안보국(BIS)은 2025년 9월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범위를 대폭적으로 확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전까지 약 5000개 수준이던 제재 대상 기업이 2만 개로 늘어나면서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대한 중국의 카드는 익숙하지만, 치명적인 희토류 수출 중단이었다. 198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말하면서 전략적 광물자원으로 자리 잡은 중국의 희토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힘을 발휘했다. 각종 첨단 기기와 정밀 무기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희토류 공급이 차단되면서 미국의 산업과 안보는 큰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미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제재 수위를 원래대로 축소하는 대가로 희토류 수출 재개 조치를 얻어냈다. 목적을 달성하기 이전에는 제재 수위를 낮추지 않는 미국으로서는 큰 양보였고,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새였다.
환경오염 대가로 중국에 넘긴 희토류 패권
현대 희토류 산업이 미국에 의해 성장했고 자리 잡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와 같은 모습은 역설적이다.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지구상에 상당히 흔한 물질이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는 것은 원료 상태의 희토류를 산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정련·제련 능력을 거대한 규모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에서 채굴되는 희토류는 다른 광물질과 단단히 결합해 있기 때문에 이를 분리하는 데는 막대한 에너지와 더불어 다량의 유독성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당연히 수질 및 토양을 포함한 대규모 환경오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분리 과정에서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배출된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희토류는 필요하지만, 이런 부담을 지기 싫었다. 이런 이유로 자국이 보유하고 있던 희토류 관련 설비 및 기술을 중국에 이전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1990년대 들어 해외 기업의 지원으로 급성장하기 시작한 중국의 희토류 산업은 2000년대 후반이 되자 희토류 생산량의 70%, 정제능력의 90%를 차지하면서 세계를 장악했다.
시나리오 차원에서 논의되던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2010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분쟁 과정에서 처음 현실로 등장했다.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비공식적으로 금지한 중국 조치에 일본은 속수무책이었다. 일본 정부와 산업계는 중국에 희토류를 의존하는 것은 안보 차원에서 위험하다는 것을 실감했고 이후 희토류를 대체하는 자원에 대한 투자, 6개월 이상 비축량 확보, 기존 제품에서 희토류 분리를 통한 재활용, 희토류 최소화 기술 개발 등 네 가지 전략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2010년 90%에 이르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2024년에는 60%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호주와 나미비아 등 희토류 광산에 대한 투자가 진행됐지만, 그 속도는 느렸다.
일본의 시도가 성공할지는 미지수지만, 일본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희토류 독립을 위한 노력은 본받을 만하다.
목표를 수립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일본의 장점이 희토류 분야에서 성과를 낼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술적 난제와 미·일 자원 동맹
일본은 자국이 보유한 거대한 해양 영토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육상 면적은 38만㎢에 불과하지만, EEZ는 448만㎢로 중국의 387만㎢보다 더 넓어 세계 6위 수준이다. 단순히 넓은 면적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서 1970년대부터 해양탐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일본은 EEZ 심해저에 다량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음을 알게 됐다. 특히 일본 최동단에 있는 미나미토리섬 인근 5000m 해저에 고농도의 희토류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음이 2013년 밝혀졌다. 추가적인 조사 결과, 매장량은 약 1600만t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간 40만t 수준의 세계 희토류 수요를 감안하면 전 세계가 40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매장돼 있는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런 희토류가 지금도 계속 축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태평양 해저 지각 틈에서 분출되는 고온의 열수에 포함된 희토류가 해저 바닥의 칼슘과 결합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육상 희토류와 달리 해저 희토류는 성분이 단순해 정련 및 제련 과정에서 폐기물 발생이 매우 적어 활용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은 대만과 관련한 일본의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강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심해저 희토류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1월 12일 시즈오카항에서 출항한 해양과학기술연구소 소속의 치큐호는 1월 30일부터 미니미토리섬 인근 심해에서 토양 채취에 나섰다. 2월 1일 치큐호는 해저 6000m에서 액체와 진흙이 혼합된 슬러리 상태의 표본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며, 조만간 귀환해 희토류 농도 및 정제 용이성 등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2027년 2월부터 하루 350만t에 달하는 해저 토양을 채취하는 실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2030년부터 상업적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심해저에서 토양을 채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엄청난 압력을 견디면서 지속적으로 작업을 반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일본은 여러 형태의 탐사 및 작업 장비를 개발했지만, 이런 장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기에 더해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해저 생태계 파괴 우려도 높다. 대규모 자원 채취가 진행될 경우 희귀 어족 자원은 물론, 해저 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오염을 최소화하면서 다량의 토양을 채취하는 것은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당연히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된 자원은 육상에서 채굴되는 자원에 비해 비싸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경제성 측면에서 고려 대상이 되지 않지만, 중국의 희토류 압력에 직면하고 있는 일본과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의 희토류 카드를 무력화할 수만 있다면 비용은 중요치 않다. 일본의 심해저 희토류 자원 채굴 시도에 미국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태평양 공해상의 심해저에서 자원을 채굴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을 정비하고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일본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미국 역시 대규모 채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희토류 독립 집중하는 일본, 성과 낼 것
일본의 시도가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일본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희토류 독립을 위한 노력은 본받을 만하다. 일본 정부는 범부처 전략 혁신 촉진 프로그램을 통해 희토류와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일관되게 진행해 오고 있다. 단순히 연구개발(R&D)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일본 국내에서 희토류 산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너지·금속광물지원기구(JOGMEC)를 설립해 대외 협력 및 투자 등을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10년 넘게 진행해왔지만, 대다수 프로젝트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비용 역시 최소 50% 이상 비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목표를 수립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일본의 장점이 희토류 분야에서 성과를 낼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