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상용화된 우주 기술을 소개하는 보고서인 ‘스핀오프 2026’ 표지. 1969년 11월 아폴로 12호 우주비행사인 앨런 빈의 헬멧 바이저에 이 사진을 찍은 찰스 콘래드 주니어가 보인다. NASA 2, 3 미국의 아이콘(ICON)이 화성에서 우주인 거주지를 3D 프린팅하는 모습의 상상도(사진 2)와 이 기술로 텍사스주 오스틴 외곽에 세운 100가구 규모의 주택단지. 콘크리트를 잉크처럼 뿌리면서 쌓아 집을 짓는 기술이다. 아이콘
1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상용화된 우주 기술을 소개하는 보고서인 ‘스핀오프 2026’ 표지. 1969년 11월 아폴로 12호 우주비행사인 앨런 빈의 헬멧 바이저에 이 사진을 찍은 찰스 콘래드 주니어가 보인다. NASA 2, 3 미국의 아이콘(ICON)이 화성에서 우주인 거주지를 3D 프린팅하는 모습의 상상도(사진 2)와 이 기술로 텍사스주 오스틴 외곽에 세운 100가구 규모의 주택단지. 콘크리트를 잉크처럼 뿌리면서 쌓아 집을 짓는 기술이다.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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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탐사가 지구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있다. 인류가 반세기 만에 유인(有人) 달 탐사를 재개하면서 개발한 신기술은 우주인이 달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지구에서 상용화되고 있다. 우주기지를 세울 건축 기술이 지구에 주택단지를 만들었고, 우주인을 돕기 위해 개발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는 자동차 공장에 먼저 취업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1월 26일(현지시각) 지구에서 상용화된 우주 기술을 소개하는 ‘스핀오프 2026’ 보고서를 발표했다. 나사는 1976년부터 우주 기술의 상업적 활용을 기록한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우주 기술은 2400가지가 넘는다. ‘미국의 새로운 상품은 세계 최대 발명가 집단인 나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달·화성 기지용 3D 프린팅, 지구서 상용화

미국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래 중단된 유인 달 탐사를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으로 재개했다. 아르테미스 2호는 처음으로 우주비행사 네 명을 태우고 3월에 달 궤도 시험비행을 한다. 앞서 2022년 아르테미스 1호 임무는 마네킹을 태운 오리온 우주선이 달 궤도를 도는 무인(無人) 시험비행으로 진행됐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성과는 이미 지구에 나타나고 있다. 나사는 스핀오프 2026 보고서에서 달 기지 건축 기술 상용화 사례를 소개했다. 마셜우주비행센터의 3D 프린팅 주거지 설계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브랜치 테크놀로지(Branch Technology)는 달 토양과 우주선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섞은 소재로 모형 달 거주지를 만들었는데, 이미 이 기술이 지구에서 벽 패널을 만드는 데 활용되고 있다.

과거 아폴로 프로그램은 일회성 달 탐사로 진행됐지만, 아르테미스는 달 궤도에 루나 게이트웨이란 우주정거장을 세우고, 달 표면의 유인 우주기지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화성 같은 심우주(深宇宙)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달 탐사를 위해 개발한 기술은 화성에도 쓰일 수 있다.

달 기지뿐 아니라 화성 유인 기지 기술도 이미 상용화됐다. 아이콘(ICON)은 나사 존슨우주센터에서 화성 거주지 모형을 3D 프린팅한 후, 이 기술로 본사가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 외곽에 100가구 규모 주택단지를 세웠다. 콘크리트를 잉크처럼 뿌리면서 쌓아 집을 짓는 기술이다.

4 메르세데스-벤츠의 베를린 공장에서 시험 중인 휴머노이드 아폴로. 달 기지에서 우주인을 돕도록 개발한 휴머노이드 기술로 만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 5 세계적인 물류 업체인 GXO 로지스틱스가 시험 중인 휴머노이드 아폴로. GXO 로지스틱스 6 2024년 2월, 미국 네브래스카대 의대의 마이클 죤스트 교수가 지구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의 로봇을 조작해 고무 밴드를 절단하고 있다. 버추얼 인시전은 이 로봇을 소장 절제 로봇으로 승인받았다. 미국 네브래스카대
4 메르세데스-벤츠의 베를린 공장에서 시험 중인 휴머노이드 아폴로. 달 기지에서 우주인을 돕도록 개발한 휴머노이드 기술로 만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 5 세계적인 물류 업체인 GXO 로지스틱스가 시험 중인 휴머노이드 아폴로. GXO 로지스틱스 6 2024년 2월, 미국 네브래스카대 의대의 마이클 죤스트 교수가 지구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의 로봇을 조작해 고무 밴드를 절단하고 있다. 버추얼 인시전은 이 로봇을 소장 절제 로봇으로 승인받았다. 미국 네브래스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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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 휴머노이드, 자동차 공장에 취업

나사는 달 기지에서 로봇이 일상적인 유지·보수나 단순 작업을 처리해 우주비행사를 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핀오프 2026에 소개된 앱트로닉(Apptronik)은 존슨우주센터와 함께 달 기지에서 일한 휴머노이드 아폴로를 개발했다. 아폴로는 키 173㎝, 몸무게 72㎏으로 성인과 비슷하다. 덕분에 사람이 일하는 기존 공장에서 일하기에 적당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4년 독일과 헝가리 자동차 공장에서 아폴로 로봇을 시험한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물류 업체인 GXO 로지스틱스도 아폴로를 도입했다.

나사는 스핀오프 2026에서 우주인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개발된 의료 기술이 지구에서 상용화된 사례도 소개했다. 버추얼 인시전(Virtual Incision)이 존슨우주센터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미니 원격 수술 로봇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네브래스카대 기계공학 교수와 의대 교수가 공동 창업했다. 두 교수는 2024년 지구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있는 로봇을 원격조종해 소장을 대신한 고무 밴드를 절단하는 수술 시연에 성공했다. 원격 수술 로봇은 그해 소장 절제용으로 승인받았다.

지난 1월 ISS로 갔던 우주비행사가 팀원 한 명의 건강 문제로 임무를 중단하고 지구로 돌아오는 일이 발생했다. ISS에 우주비행사의 장기 체류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ISS는 지구 상공 400㎞에 있어 응급 환자가 생기면 바로 귀환시킬 수 있지만, 달은 지구에서 38만5000㎞나 떨어져 있어 불가능하다. 원격 수술 로봇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나사 글렌연구센터 엔지니어들은 우주비행사 몸에 이식하는 심장 센서와 휴대용 판독기를 개발했다. 엔도트로닉스(Endotronix)가 이 기술을 이전받아 심부전 환자용 의료 기기로 개발했다. 칼로곤(Kalogon)은 우주복 기술로 혈전과 심부정맥혈전증 예방에 도움을 주는 휠체어 시트를 개발했다.

생활 속으로 들어온 달 탐사 기술

재러드 아이작먼 나사 국장은 지난 1월 스핀오프 2026 발표에 맞춰 “달에 장기 거주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화성 탐사를 준비하면서 개발한 혁신 기술은 원래 임무를 넘어 지구에 지속적인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기술이 지구에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반세기 전 아폴로 달 탐사가 입증했다. 달로 향하는 아폴로 우주비행사의 식품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나사가 만든 절차는 전 세계 식품 생산을 규율하는 안전 절차와 규정의 기초가 됐다. 바로 해썹(HACCP·식품 안전 관리 인증 기준)이다.

1960년대 나사는 아폴로 우주선을 위해 담뱃갑 크기의 경량 정수기를 개발했다. 염소 대신 은 이온을 방출해 세균을 파괴하는 방식이다. 이 정수 시스템은 현재 수영장·분수·스파·냉각탑 등에 활용되고 있다. 달 토양을 채취할 때 쓴 무선 시추 장치는 가정용 무선 드릴을 낳았다.

우주 기술은 극한 환경에서 우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됐다. 그만큼 지구의 재난 현장에서도 인기가 있다. 아폴로 착륙선을 감싼 단열재는 체온을 유지하는 데 쓰는 은박 비상 담요에 쓰이고 있다. 

그 전통은 아르테미스로 이어졌다. 루나 아웃포스트(Lunar Outpost)는 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를 위해 달의 공기에 있는 미세먼지를 감지하는 센서인 ‘스페이스 카나리아’를 개발했다. 지구의 흙먼지는 대기 마찰로 둥글어지지만 달은 대기가 없어 사방이 뾰족하다. 이 상태로 우주인이 들이마시면 폐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스페이스 카나리아는 현재 산불 현장이나 석유·가스 시설, 도시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을 감지하고 있다.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