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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항로 개척을 둘러싸고 다양한 담론과 설명이 오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북극 항로가 왜 필요한지, 경제적으로 달성은 가능한지에 대한 충분한 배경지식을 갖추게 되었다. 또 북극 환경을 보존하면서 항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점도 이해하게 되었다. 북극 항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선점해야 할 대상이라는 데도 공감이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항해의 기초가 되는 해도(海圖)와 위성항법은 각종 세미나나 전문가 담론에서 주제로 다뤄지지 않는다. 처음 가는 길에 지도를 찾아보듯, 바다에서도 처음 가는 길은 해도를 살펴보아야 한다. 해도에는 항해하면서 만나게 될 암초 등 위험물은 물론, 의지해야 할 등대 위치도 표시돼 있다. 등대가 몇 초에 한 번씩 깜빡이는지, 등질에 대한 정보도 포함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심이 얼마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 전문대학원 명예교수·선장 - 한국해양대 항해학, 고려대 법학 학·석·박사, 전 일본 산코기센 항해사·선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 전문대학원 명예교수·선장 - 한국해양대 항해학, 고려대 법학 학·석·박사, 전 일본 산코기센 항해사·선장

선장은 수심 측량선이 지나가며 수심을 확인한 구역으로만 다녀야 한다. 해도에 수심 표시가 없는 곳은 측량선이 지나가지 않은 곳이므로 수심은 미지로 봐야 한다. 즉 그 위로 항해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해도는 항해에 필수적이다. 역사적으로 외세가 연안국을 침략할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연안 지형과 수심을 확인해 해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연안 항해에서는 육지에 섬이 있다면 큰 의지가 된다. 레이다는 전파를 발사한 뒤 그 반사파가 도달하는 시간을 계산해 거리와 위치를 파악하는데, 해도에 육지와 섬이 표시돼 있어야 내 위치를 구할 수 있다. 모두 해도를 통해 구현된다. 이것이 전자적으로 구현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종이에 표시되던 물표를 이제는 전자적으로 화면에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것이므로 항해를 준비하면서 해도가 없다면 출항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북극 항해 시범 운항이 준비되고 있다. 한시바삐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해도를 구매해야 한다. 해도 없이는 항해를 떠날 수 없다. 이는 법규 위반일 뿐 아니라 보험도 적용받지 못한다. 전 세계적으로 영국 정부가 발행한 해도(BA)가 통용되지만, 러시아 해역은 사정이 다르다. 필요하다면 우리나라 국립해양조사원이 러시아 정부와 협력해 바다를 측량한 다음 해도를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해도상 위험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 배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른바 ‘위치 구하기’이다. 인류는 약 2000년 동안 하늘의 별을 보고 위치를 구해왔다. 구름이 끼면 위치를 구할 수가 없다. 실제 태평양을 지날 때 안개가 껴 일주일 내내 위치를 산출하지 못하고 불안하게 항해한 경험이 있다. 이런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오메가나 로란 같은 방법이 나왔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후 미 해군이 위성항법을 개발했다. 위성이 우리 선박에 위치를 알려주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오늘날 육지의 내비게이션으로 이어졌다. 참으로 편리하다. 안개가 끼어도, 별을 볼 수 없어도 내 위치를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공위성은 적도 지방을 돌게 설계되어 있어 태평양을 항해할 때 유용하다. 그러나 북극을 항해하는 선박은 현재 위성 궤도에서는 사각지대에 해당한다. 그래서 현재의 위성으로부터는 신호를 수신하기 어렵다. 북극을 항해하는 선박은 단순한 위치 정보를 넘어 얼음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다. 얼음 두께가 얼마인지, 얼음은 얼마나 있는지까지 신호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관측과 통신 기능을 갖춘, 소위 하이퍼(HYPER) 기능을 탑재한 위성이 발사되어야 한다.

이렇듯 북극 항해에서 해도와 인공위성은 다른 해역을 항해할 때보다 더 소중한 길잡이가 된다. 해도와 인공위성 모두 일반 재래선에 비해 강화되고 발전된 것이어야 한다. 이는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해도와 인공위성을 우리가 선점하면, 우리 것이 표준이 되고 북극 항해를 통한 국부(國富)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