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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이 또 한 번 요동쳤다. 지난 1월 말 달러당 142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던 환율이 2월 들어 다시 1500원대를 향해 빠르게 상승한 것이다. 지켜보니 지난 연말부터 지속된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한 외환 당국의 노력이 무색해진 듯한 흐름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제2의 외환 위기 발생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는 분위기라, 이를 마냥 가볍게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냉정하게 보면 국내 외환시장이 난무하는 음모론에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든다.

대표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물가 안정, 달러 위상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케빈 워시(Kevin Warsh)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에 관한 시장의 우려다. 즉, 그가 의장이 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지금까지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양적 긴축을 시작으로 반대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달러 유동성 감소와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감이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차단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에 요구하고 있는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기적으로는 달러 약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차기 연준 의장 지명에 더해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 장관의 강달러 선호 발언까지 겹치면서 국내 외환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 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 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미국과 중국의 통화 전쟁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해 온 금융 강국론, 디지털 위안화 기축통화론 등의 구상을 고려할 때,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스테이블코인(stablecoins·법화나 자산과 교환 비율을 고정한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가치 하락을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실화되면 미국 국채 및 주식시장 불안 발생, 국내 외환·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현실성은 낮지만, 양국이 갈등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극단적인 상황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하나는 일본의 엔화와 원화의 동조성에 관한 것이다. 실제로 달러당 엔화는 지난 1월 말 150엔 초반대까지 하락했으나, 최근 150엔 후반대로 급등해 원화 환율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이런 엔화 약세 흐름에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2026회계연도 예산안을 사상 최대인 약 122조엔(약 1148조원) 규모로 편성하면서 재정 악화 우려가 부각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엔화와 동조성이 강한 원화도 이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는 시장의 인식이 퍼져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현재 진행 중인 환율 불안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외 거래 측면에서 지난해 11월까지만 하더라도 1000억달러(약 144조원)를 상회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고, 연말 기준 외환보유액도 4280억달러(약 616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경제성장률도 2% 내외 정도로 회복될 전망인 만큼, 대내 경기 여건도 나쁘지 않다.

최근 국내 외환시장 흐름을 보면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는 말이 크게 와닿는다. 시장 참여자로서는 음모론처럼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으니, 당장의 리스크 회피가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책 당국으로서는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쌓아 둔 정책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