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을 정점이 아닌 디딤돌이 되는 해로 보고 있다. 2026년은 신뢰를 재구축하고, 규범을 재정립하며, 기대치를 재설정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런 절제력이 유지된다면 IPO 시장이 단기적인 고성장에 그치지 않고 2027년에 더 광범위하고 지속 가능한 IPO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IPO 분석 사업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 벨린(Mike Bellin) PwC IPO 서비스 부문 총괄은 2월 9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26년 2월 기준, 미국 IPO 시장은 건설적이지만 절제된 분위기로, 현재 온도를 표현하자면 ‘뜨겁지는 않지만 따뜻하다'고 할 수 있다”라며 “자본은 확보되어 있고 투자자 참여도 활발하며 시장의 창은 분명히 열려 있지만, 여전히 선택적이다”라고 했다. 미국 IPO 시장에 상장하려는 한국 기업과 투자자에게는 “미국 IPO 시장을 두드리는 한국 기업에 가장 중요한 건 사업 구조 투명성,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 엄격한 재무 보고”라며 “인공지능(AI)과 함께 헬스케어, 에너지전환 및 인프라 관련 기업, 전력망 현대화 등의 기업이 조용한 강자로 부상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는 관련 업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6년 미국 IPO 시장의 온도는 어떤가.

“2026년 2월 기준, 미국 IPO 시장은 건설적이지만 절제된 분위기로, 현재 온도를 표현하자면 ‘뜨겁지는 않지만 따뜻하다'고 할 수 있다. 자본은 확보되어 있고 투자자 참여도 활발하며 시장의 창은 분명히 열려 있지만, 여전히 선택적이다. 이런 선택적 기조는 2026년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는 단순히 시장의 광범위한 재개를 기대하기보다 품질, 사업 현실화,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갖춘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연초부터 변동성 확대와 잠재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시장 열기가 다소 식기도 했다.”

IPO를 준비 중인 기업이 쌓여있다고 하던데.

“IPO를 준비 중인 기업이 쌓여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당장 IPO 시장에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 같지는 않다. 기업과 거래소, 주관사 등이 상장 시점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IPO 발행 물량이 짧은 기간에 몰리기보다 연중 내내 분산돼 절제된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IPO 시장이 상장 자체에서 기업 가치를 잘 보존하는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투자자가 IPO 대상 기업의 수익성을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IPO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 기준이 과거와 비교해 월등히 높아졌다. 과거에는 수익 가능성을 봤다면 이제는 증명된 영업력, 신뢰할 수 있는 성과, 눈에 보이는 마진 확대를 요구한다. 과거와 비교해 투자자는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있을 것이다는 가능성에 베팅하려고 하지 않는다. 상장 시점에 당장 흑자일 필요는 없지만 언제 흑자로 전환하고, 단기간에 어떤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반드시 증명해야 하는 모습으로 IPO 시장이 변화됐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우회 상장 시장은 어떤가.

“현재 환경에서는 직접 상장인 IPO가 여전히 표준이 되고 있다. IPO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해 정확한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돕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시장일수록 유연성보다는 확실성과 신뢰성이 더 중요하다.”

AI 관련 기업이 여전히 IPO 시장에서 돋보인다. IPO 시장에서 닷컴 버블을 연상시키는 ‘AI 거품’의 징후가 보이는가.

“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에 붙는 프리미엄은 단순한 투기가 아닌 실제적인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실현 가능한 AI 기술력과 기대 매출이 있는 AI 기업일수록 더 큰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다만 투자자는 점점 더 안목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견고한 경제성을 갖춘 AI 기반 기업과 단순히 테마에 편승한 기업 사이의 차이를 목격하고 있다. 이는 버블이라기보다 파괴적 기술 사이클 내의 성숙 단계에 가깝다고 본다.”

2026년 미국 IPO 시장에서 투자자가 눈여겨볼 분야는.

“AI와 함께 헬스케어, 에너지전환 및 인프라, 전력망 현대화 등의 기업이 조용한 강자로 부상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는 관련 업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는 여전히 선택적이지만 규제 대응력과 수익 잠재력이 있는 기업도 알아두면 좋다. 마지막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보유한 보험 분야 기업도 매력적인 자산군으로 꼽힌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및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IPO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까.

“관세 불확실성은 IPO 시장에서 기업 가치 평가의 복잡성을 높였다. 기업으로서도 공급망과 원가 구조를 명확히 하는 과정에서 상장 시기를 늦추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회복 탄력성과 가격 결정력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은 여전히 IPO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이 IPO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적인 지정학적 긴장에도 미국 자본시장은 전 세계에서 여전히 ‘상대적인 안전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기업이 IPO 일정을 늦추는 등 시장이 다소 지연될 수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상장 주관사에 가장 매력적이고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이다. 많은 해외 기업에 미국 IPO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변화하는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상장을 계획 중인 한국 기업에 해줄 조언은.

“미국 IPO 시장을 두드리는 한국 기업에 가장 중요한 건 사업 구조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엄격한 재무 보고다. 그리고 명확한 기업 성장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투명성과 미국 IPO 시장의 기대치에 맞추는 것이다.”

2026년이 IPO 시장의 정점일까. 2027년을 어떻게 전망하나.

“2026년은 신뢰를 재구축하고, 규범을 재정립하며, 기대치를 재설정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런 절제력이 유지된다면 IPO 시장이 단기적인 고성장에 그치지 않고 2027년에 더 광범위하고 지속 가능한 IPO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본다.” 

Plus Point

中 기업이 이끄는 홍콩 IPO 시장, “2026년 300개 사 줄줄이 상장”

홍콩이 중국 AI 모델 개발 스타트업 등 첨단 기술 기업의 자본시장 데뷔 무대가 되면서 전 세계 IPO 시장에서 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2024년 나스닥을 제치고 세계 1위 IPO 시장이 된 홍콩은 2026년에도 약 300개 기업의 상장이 예고되면서 독주 체제를 굳히는 모양새다.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따르면, 연초부터 열기는 뜨겁다. 1월 2일 중국 4대 그래픽저장장치(GPU) 기업인 비런테크놀로지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75.8% 폭등하며 기세를 올렸고, 생성 AI 기업 즈푸AI(1월 8일)와 미니맥스(1월 9일) 등이 연달아 상장하면서 중국 AI 혁신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홍콩 IPO 시장 인기는 중국의 기술 자립 의지와 연결된다.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미국 증시 진출이 막힌 중국 반도체 및 AI 기업이 홍콩을 기회의 땅으로 삼은 것이다. 


중국 최대 D램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와 낸드플래시 강자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반도체 공룡까지 홍콩 상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판 엔비디아를 꿈꾸는 알리바바의 티헤드와 바이두의 쿤룬신도 상장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