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메가 딜’ 기대와 함께 재점화 조짐이 거론된다. 다만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실장은 “아직 올해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분위기 판단은 이르다”면서도, “데이터 기반으로 보면 침체 이후 회복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IPO 시장의 개인투자자 증가와 수요예측제도 평가’ ‘코로나19 이후 국내 IPO 시장 투자자 정보 가치 변화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자본시장연구원 내 국내 IPO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IPO는 투자 심리와 증시 유동성 같은 수요 요인, 기업의 자금 조달, 성장 전략 같은 공급 요인이 맞물릴 때 시장이 커진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투자에 대해서는 “상장 첫날 급등만 보고 추종 매수를 하면 수급이 만든 착시를 펀더멘털로 오해할 수 있다”며 “유통 가능 물량, 의무 보유 확약 등 구조적 지표를 먼저 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실장과 일문일답.
최근 한국 IPO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자금 유입 흐름은 어떤 특징을 보이고 있나.
“올해는 한 달밖에 안 돼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시장의 그간 데이터를 통해 흐름을 보는데, IPO 시장은 수요 측과 공급 측을 같이 봐야 한다. 수요는 투자 심리와 주식시장 기대다. 기대 심리가 좋을수록 IPO 기업의 포텐셜(잠재력)이 높게 평가되기 쉽고, 기업으로서는 좋은 밸류에이션으로 상장할 수 있다. 공급 요인은 성장 전망이다. 성장 전망이 좋아질수록 기업의 투자·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 유인이 커지고, 그 과정에서 IPO가 선택지가 된다.”
최근 몇 년간 침체됐던 IPO 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나.
“회복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020~2021년 호황처럼 주가와 투자 심리가 좋아야 IPO 시장도 살아난다. 지금도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이차전지 같은 성장 수요가 형성돼 있고, 자금 조달을 통해 성장하려는 유인이 있다. 그동안 밸류에이션이 맞지 않아 상장을 미뤘던 기업이 ‘시장이 좋아질 때’를 기다려왔다면, 기회 요인이 커질 수 있다.”
개인투자자는 공모주 투자에서 무엇을 가장 조심해야 하나.
“유통 주식 수를 반드시 봐야 한다. 대주주나 장기 투자자 물량이 투자자 의무 보유 확약 규제(록업)로 묶이고, 일부만 유통되는 경우 공급 물량이 제한된다. 이때 가격이 오르면 ‘기업 가치가 좋아서 오른다’고 해석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수급 때문에 과부하가 걸려 치고 오른 것일 수도 있다. 시장의 과도한 열기가 줄어들었을 때까지 차분하게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보호 예수 해제처럼 유통 물량이 늘어나는 구간에서는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투자자의 적정가 합의가 약한 종목일수록 수급 변화에 더 크게 흔들린다.”
‘상장 직후 급등락’ 현상은 왜 반복되나.
“상장 초에는 거래량이 가장 많고, 변동성이 커지기 쉽다. 미국은 기관 비중이 높고 대형주가 많아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데, 한국은 코스닥 중심으로 개인 참여와 단기 변동성을 추구하는 투자가 많다. 구조적으로 ‘첫날 급등-이후 조정’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 투자는 원래 그 기업 가치와 평가가 중심이어야 하는데, 특례 상장 같은 경우 개인이 판단하기가 더 어렵다. 대박 가능성도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정보 분석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변동성 국면에서 더 취약해진다.”
금리·증시 유동성 등 거시 요인은 올해 IPO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나.
“금리는 투자 여건이다. 금리가 낮을수록 투자 유인은 커진다. 다만 IPO 시장에서 체감이 강한 것은 결국 ‘증시 유동성’이다. 유동성이 좋을 때는 밸류에이션이 잘 나오고, 나쁠 때는 시장이 굉장히 콜드해진다. IPO는 변동성이 큰 시장이다. 예컨대 공모 물량이 큰 딜은 시장 유동성 자체를 건드릴 정도로 영향이 커질 수 있다. 또 상장 초에는 투자자 사이에서 해당 기업의 적정가 합의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아 가격 분포가 넓다. 물량이 적으면 고평가를 받아들이는 일부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물량이 많으면 매물이 나오면서 급격히 흔들리기도 한다. 시간이 갈수록 정보가 쌓이면서 변동성이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과 공모가 산정 방식에서 최근 나타나는 변화는 무엇인가.
“공모가 산정은 과거에는 성숙된 기업 중심이라 상대 비교 방식으로도 큰 무리가 없었다. 지금은 혁신 기업, 적자 기업, 산업 특성이 다른 기업도 상장한다. 재무제표만으로 포텐셜을 담아내기 어려우니 주관사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밸류에이션 했는지’를 설명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원칙이 있어도 투자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생긴다. 수요예측 경쟁률도 수치만 보면 1000 대 1, 2000 대 1이 나오지만, 그게 모두 실수요라고 보긴 어렵다. 단기 수익을 기대하는 자금이 섞일 수 있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투자 판단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기관 수요예측은 시그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관만 믿고 들어가면 안 된다. 상장 초에 팔고 나가는 기관도 많다. 개인 청약이 많았던 종목이 중장기 성과가 좋았던 사례도 있다. 중요한 것은 ‘수치’가 아니라 ‘구조’다. 의무 보유 확약이 높으면 기관이 중장기 리스크를 안고 간다는 신호일 수 있고, 유통 가능 물량이 적으면 수급으로 인해 오버 밸류에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
IPO 투자에서 가장 많이 간과하는 리스크 요인은 무엇인가.
“IPO 종목은 상장 초기 변동성이 크다. 시장이 오를 때는 더 오르고, 꺾일 때는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단기 시황만 보고 들어가면 리스크가 커진다. 결국 유통 가능 물량, 의무 보유 확약, 보호 예수 해제 구간 같은 ‘수급 이벤트’와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함께 봐야 한다.”
올해 IPO 시장에서 특히 주목받는 산업 섹터가 있다면.
“AI,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우주·항공 같은 테마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산업 독려 정책과 기술 고도화가 투자 기대 심리를 만들고,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필요가 커진다. IPO는 단순 엑시트가 아니라 중장기 투자 계획을 시장에 알리고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실적 과장 들여다 보는 금감원 “상장 첫해 추정 실적 달성 5.7%”
금융감독원(금감원)은 2025년 12월 31일 추정 실적 기반 공모가 산정 관행을 점검하며 “단기 추정이 과도할 경우 상장일 이후 매수한 투자자의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점검 결과, 상장 첫해 추정 실적을 상장 해당 연도에 달성한 기업은 105개 사 중 6개 사(5.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이 단기 실적을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경향이 강하며, 추정과 실제 실적 간 괴리가 크다는 의미다. 또한 괴리 발생 사유가 상당 부분 공통으로 나타나는 만큼, 발행사·주관사가 반복되는 추정 오류 요인을 사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은 IPO 기업의 주관사별 괴리율 비교 결과를 주기적으로 배포함으로써 투자자가 상장 후 성과를 주관사별로 직접 비교·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