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의 패러다임은 ‘X 경영(곱하기 경영)’이 특징이다. ‘첨단 기술’과 ‘무한 협업’이 결합해 단기간에 초성과를 창출한다. 10+10=20이 아니라 10×10=100을 만들어내는 시대다. 그러나 곱셈의 법칙에는 냉혹한 함정이 있다. 아무리 큰 숫자가 나열돼도 단 하나의 ‘0(zero)’이나 ‘마이너스’가 곱해지는 순간, 공든 탑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우리가 초성과 못지않게 ‘초리스크’ 관리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모든 기업에 발생할 수 있고,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는 무엇인가. 바로 오너 리스크(owner risk)다.
왜 오너 리스크가 가장 치명적인가
기술, 법률, 정치, 환경 등 수많은 리스크 중에서도 오너 리스크가 가장 파괴적인 이유는 기업의 ‘존립 근거’를 곧바로 타격하기 때문이다.
오너의 평판이 안 좋으면 조직의 협업력도 타격을 받는다. 기술적 결함은 보완할 수 있고, 법적 분쟁은 배상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최고 의결권자의 도덕적 해이나 비리는 기업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킨다. 사회적 확산 속도도 가장 빠르고 가장 넓다. 초연결 사회에서 오너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전 세계로 확산한다. 이는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불매운동과 투자자 이탈, 주가 폭락으로 직결된다.
오너 리스크는 어디서 발생하는가
오너 리스크의 원인은 단순히 개인의 성격 결함에만 있지 않다. 구조적인 결핍이 더 큰 문제다. 첫째는 제왕적 지배구조다. ‘회장님 말씀이 곧 법’인 문화에서는 위험 신호가 상부로 전달되지 않는다.
둘째는 특권 의식과 공감 능력 결여다. 특히 후계자의 경우 현장 고충이나 소비자 정서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서적 지체’ 상태에서 사고를 치는 경우가 많다. 셋째는 사생활 및 준법정신 부재다. 음주 운전, 마약, 폭언, 가부장적 갑질 등 개인의 일탈을 ‘사생활’로 치부하는 안일한 인식이 결국 화근이 된다.
우리는 곱하기 경영이 순식간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많은 사례를 이미 목격했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은 오너 패밀리의 감정 조절 실패가 촉발점이었다. 이 사건은 전 세계 언론과 SNS에 퍼지며 기업 이미지를 회생 불능 수준으로 타격했다. 결국 ‘갑질 경영’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했다.
이제 오너 리스크는 ‘운 좋게 피해야 할 일’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할 핵심 변수’다. 먼저 ‘지배구조 투명화’가 중요하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사외이사가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오너의 독주를 막는 ‘브레이크’가 없으면 결국 사고가 나게 된다.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은 필수적이다. 기술·윤리·법률·산재·환경·소비자 마찰 등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통합 관리하는 ‘리스크 컨트롤 타워’를 가동해야 한다. 특히 오너와 관련된 ‘평판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점검해야 한다.
오너 리스크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후계자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후계자 승계 수업은 경영 기법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과 ‘윤리 경영’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오너의 도덕적 리스크가 곧 경영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내재화해야 한다.
현대 경영에서 오너는 기업의 가장 강력한 엔진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화약고다. 초성과에 몰두하느라 리스크 관리라는 안전장치를 잊는 순간, 모든 성과는 순식간에 ‘0’이 된다.
무엇보다 오너 스스로가 자신을 ‘최상급 리스크’로 인식하고, 시스템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이 진정한 X 경영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