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에 나서며 지정학적 위기가 다시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투자자는 군중심리에 휩쓸리기 쉽다. 오를 때는 FOMO(Fear Of Missing Out),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라는 공포심에 추격 매수하고, 주가가 내리기 시작하면 패닉셀(Panic Sell)에 휩쓸려서 손절을 서두른다. 탐욕과 공포 사이를 오가는 이 패턴은 결국 투자자의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떨어지면 더 떨어질 것 같아 팔고, 오르면 영원히 오를 것 같아 산다. 하지만 역사는 늘 보여주지 않았던가. 새벽은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고, 공포가 극심할 때가 기회에 가장 가까운 순간이라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단기적으로는 위험 자산을 피하려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한다. 하지만 투자자가 진짜 집중해야 할 것은 ‘이미 닥친 공포’가 아니라, 결국 해소될 불확실성 이후의 시장이다. 언제나 역사적 교훈은 분명하다. 2003년 이라크 전쟁 개전 직후 S&P500은 단 3주 만에 저점을 찍고 반등했다.
장단기 시나리오 늘수록,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이 4주 또는 그 이하로 끝날 수 있다고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며, 장기전을 피하고 핵심 목표를 신속히 타격해 불확실성을 단기간에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동시에 새 지도부와 대화할 의향도 밝혀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란 역시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협상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은 군사 충돌보다 외교적 타협으로 수습된 사례가 더 많았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면전 시나리오는 현재로선 양측 모두에 ‘최후의 선택지’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군사 행동과 협상 테이블이라는 이중 신호가 동시에 나오면서, 시장은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 사태가 4주 안에 봉합될지, 아니면 장기화할지 각자 다른 결론을 내리려는 움직임이 겹치며 변동성이 불확실성으로 번지는 것이다.
공포 이후를 준비하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단기적으로는 위험 자산을 피하려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한다. 하지만 투자자가 진짜 집중해야 할 것은 ‘이미 닥친 공포’가 아니라, 결국 해소될 불확실성 이후의 시장이다. 언제나 역사적 교훈은 분명하다. 2003년 이라크 전쟁 개전 직후 S&P500은 단 3주 만에 저점을 찍고 반등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지정학적 리스크는 결국 시장이 통과하는 변동성 구간이었을 뿐이다.
국내 정책 대응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100조원 규모의 증시 안정 기금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2월 수출 동향을 보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60.8% 급증한 252억달러(약 36조96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지정학적 노이즈와 무관하게 한국 경제지표가 충분히 긍정적이다.
좋은 게 여전히 좋다⋯아직 저평가도 남아 있다
닷컴 버블 이후 20여 년간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은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 같은 ‘무형의 경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20세기 후반 이후 가장 강한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 중이다. 구글, 아마존, 메타는 공장 하나 없이도 시가총액 수조달러를 만들었지만, 그들의 현재 가치와는 별개로 그들이 누려왔던 사업 모델, 즉 자본적 지출(CAPEX)을 최소화하며 무한 확장하던 사업 모델은 이미 한물갔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 전환을 가속한 것은 역설적으로 인공지능(AI)이다. AI는 클라우드 위에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AI를 구동하려면 반도체 칩, 데이터센터, 변압기, 전력망, 냉각 설비, 해저 케이블이라는 거대한 물리적 인프라가 필수다. 최근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2030년까지 AI 인프라에 3조~4조달러(약 4401조~5868조원)가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26년 한 해에만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하이퍼스케일러(AI용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 4개 사의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 합계가 약 7000억달러(약 1026조9000억원)에 달한다. 20세기 철도와 통신망 건설에 비견되는 수준의 CAPEX 투자가 지금, 이 순간 진행되는 셈이다.
이 투자 열풍의 한가운데 전력 문제가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보다 전력 밀도가 최대 10배 높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한 개가 소모하는 전력이 700W(와트)에 이르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030년까지 2023년 대비 175% 증가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AI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가 2026년에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력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발전, 송전 인프라 구축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기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다. 전력 공급 병목은 단기간에 풀리기 어려운 문제에 가깝다.
전쟁 속에서도 투자자가 지켜야 할 종목
한국이 이 흐름에서 수혜를 볼 여지는 분명하다. 반도체 설계는 미국이, 반도체 제조·소재·장비는 한국·일본·네덜란드가, 전력 인프라와 변압기·케이블은 한국·독일·일본이 핵심 공급자다. 소프트웨어 코드는 어디서든 만들 수 있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대형 변압기, LNG 운반선은 아무나 만들 수 없다. 제조업 기반의 산업 생태계가 탄탄한 한국이 수혜국으로 부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흐름을 바탕으로 현 국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투자 종목은 다섯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향 HBM 공급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며 AI 인프라 전쟁의 최전선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AI 모델이 고도화할수록 HBM 수요는 더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조선이다. 지정학적 긴장은 에너지 안보를 자극하고, LNG 가치 사슬의 투자와 운송 수요를 밀어 올린다. LNG 운반선 발주 흐름이 꺾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방산과 항공·우주산업이다. 전 세계적인 국방 예산 확대는 이미 구조적 흐름이 됐다. 긴장이 높을수록 역설적으로 수요가 늘어난다. 넷째, 원자력발전과 전력 기기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365일 끊기지 않는 전력을 필요로 한다. 소형모듈원자로(SMR)와 대형 변압기, 케이블 수요는 공급 병목 속에서 초과수요가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헬스케어와 화장품이다. 경기 사이클과 지정학적 충격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대표적 방어 섹터다. 전쟁 중에도 약을 쓰고 화장품을 사용한다. 여기에 AI 기반 신약 개발, 의료 영상 판독, 맞춤형 치료가 빠르게 현실화하면서 헬스케어는 단순한 방어주를 넘어 AI 시대의 또 다른 수혜 섹터로 재평가받고 있다. K-뷰티 역시 시장 눈높이를 뛰어넘는 실적으로 장기 투자 매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시장을 멀리 내다보는 냉정한 판단이다. 공포야말로 모든 나쁜 선택을 부른다. 현재 우리가 겪는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은 단기적 시장 노이즈와 무관하게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질 구조적 흐름이다. 그 흐름 위에서 좋은 섹터와 기업을 차분히 고르는 것, 그것이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