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주 - 브랙스 스페이스 최고경영자(CEO), 미국 조지아공대 정보기술학, 전 미국 커니 시니어 컨설턴트, 현 보령 전략사업본부장/ 사진 브랙스 스페이스
임동주 - 브랙스 스페이스 최고경영자(CEO), 미국 조지아공대 정보기술학, 전 미국 커니 시니어 컨설턴트, 현 보령 전략사업본부장/ 사진 브랙스 스페이스
최근 글로벌 경제의 시선이 대기권 너머 지구 저궤도(LEO·Low Earth Orbit)로 향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주도한 재사용 발사체 혁명으로 우주로 가는 문턱이 낮아지면서, 이제는 그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브랙스 스페이스(BRAX Space·이하 브랙스)는 미국의 우주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이하 액시엄)와 국내 제약사 보령이 2024년 설립한 합작 법인이다. 이르면 2032년 지구 밖 400㎞ 상공에서 가동될 상업 우주정거장에서 신약 개발, 신소재 발굴 등 LEO 기반 사업 모델을 기업에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임동주 브랙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이 발사체와 위성 개발에만 집중하면 우주 경제의 성장 국면에서 소외될 수 있다”며 “우주를 지상 산업과 연결하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액시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30년 국제우주정거장(ISS) 퇴역 이후에 대비해 손잡은 상업 파트너 네 곳 중 한 곳이다. LEO 공간에서 상업 우주정거장이 운용되면 우주는 기업의 본격적인 영리 활동 무대가 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5년까지 우주 경제 규모가 1790억달러(약 260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랙스는 그 중심이 될 ‘액시엄 스테이션(액시엄의 우주정거장 이름)’의 한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권을 갖고 있다. 

임 대표는 “브랙스 목표는 한국의 강점인 K-바이오와 IT 역량을 LEO 경제와 결합하는 것”이라며 “후발 주자 한국이 선발 주자를 앞지를 수 있는 유일한 경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직 국내에서 우주 경제를 논의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보는 시선이 있던데.

“우주 경제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가 후발 주자라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이 거대한 성장 국면에서 소외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논의는 주로 발사체와 위성 중심, 즉 ‘기술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만 머물러 있다. 하지만 기술 개발 자체에만 머물면 우주 경제는 결국 우주를 직접 다루는 소수 전문가 이야기로 끝난다. 우주를 ‘탐사’와 ‘상용화’라는 두 축으로 보았을 때, 상용화는 한국의 강점인 바이오, 헬스케어, 반도체, 데이터 산업과 연계를 통해 이종 산업 간 시너지를 내야 한다. 우주를 지구 경제와 연결하는 ‘실물 가치’ 관점을 갖는 게 핵심이다.”

우주를 경제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왜 더 유리한가.

“기업으로서는 큰 생태계로서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협의의 개념인 우주산업만으로는 시장이 너무 좁고 가치를 창출할 영역도 제한적이다. 반면 우주를 생태계로 정의하면 기존 산업이 우주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우주 의학·바이오 분야가 대표적인 사례다. LEO의 미세 중력 환경은 지상에서 불가능한 단백질 결정 성장, 3D 세포 배양, 신약 개발 가속화를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단순한 우주 실험을 넘어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의 차세대 연구개발(R&D) 인프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브랙스의 구체적 사업 구조를 소개해 달라.

“회사는 LEO 경제 진입을 위한 핵심 플랫폼 역할을 목표로 설립됐다. 구체적인 주요 사업은 첫째 제약·바이오·소재 기업의 우주 실험 기획 및 운영을 대행하는 ‘리서치 페이로드 오퍼레이션’이다. 둘째는 글로벌 파트너와 우주 기술 공동 개발과 내재화이며,  셋째는 민간 우주정거장을 기반으로 한 유인 우주 사업을 포함한 상업 사업 개발이다.  특히 ‘휴먼 인 스페이스(HIS·Humans In Space)’ 프로그램은 우주 헬스케어를 시작으로, 향후 인류가 우주에서 거주하고 활동할 때 필요한 의료·식품·재료·데이터 인프라까지 포괄하는 통합 생태계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LEO는 어떤 경제적 가치가 있는가.

“LEO는 우주 경제에서 상업화가 가장 먼저 실현될 공간이자, 심우주탐사를 위한 ‘디딤돌’ 같은 공간이다. 달과 화성에 물자를 보내기 전, 우주에서 다양한 검증과 반복 실험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며 우주정거장은 실험뿐 아니라 유인우주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 플랫폼이자 전략인프라이다. 2023년 기준 우주 경제 규모는 지난해 5700억달러(약 837조원)를 넘어섰으며, LEO 위성 시장만 해도 2033년까지 연평균 14% 성장이 전망된다. LEO에서 연구 성과는 지구 산업에 즉각적인 가치를 창출한다. 미세 중력을 이용한 신약 개발이나 신소재 제조가 그 증거다.”

액시엄 같은 기업과 협력이 왜 중요한가.

“우주정거장 운용 노하우가 부족한 한국이 처음부터 기술 개발을 시작하면 영원히후발 주자에 머물게 된다. 이미 있고 검증된 기술을 과감히 도입하고 그 기반 위에 우리 가치를 입히는 ‘퀀텀 점프’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위해 액시엄과 협력을 통해 한국과 아시아 기업에 독점적인 우주 실험 접근 경로를 제공하려고 한다. 특히 한국의 우수한 바이오·제약 역량으로 미국 기업과 공동 연구 수요가 상당하다.”

LEO 위성통신, 위성 영상 시장만큼 우주 헬스케어도 성장할까.

“헬스케어와 바이오는 지난 20년간 ISS 실험에서 49%를 차지했을 만큼 큰 분야다. 미국 제약사 머크가 항암제 키트루다를 ISS에서 결정화해서 정맥 주사를 피하 주사로 전환하는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처럼, 글로벌 빅파마는 이미 우주 실험에 뛰어들었다.

ISS는 이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병목 상태다. 2030년 상업 우주정거장 시대가 열리면 우주 바이오테크 시장은 약 130억달러(약 19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향후 예상되는 위기가 있다면.

“LEO는 우주 패권을 둘러싼 미·중의 ‘영토 싸움의 장’이 되고 있다. 민간 우주정거장 전환이 늦어질 경우 미국의 유인 우주 활동 연속성이 약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공백이 아니라 전략 공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우주정거장은 데이터, 국방·안보와 연결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주 경제로 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첫째, 국가 차원의 명확한 우주탐사 비전 수립이다. 단순 기술 지원을 넘어 국가가 달성하려는 목표를 ‘플래그십’ 형태로 설정해야 하위 기술 개발의 정당성이 생긴다. 둘째, 정부와 소수만의 우주가 아닌 ‘모두의 우주’ 를 설계하는 것이다. 우주 자산을 앵커화해 이종 산업을 끊임없이 유입시키는 생태계 허브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한국만의 차별화된 포지션을 확보하는 것이 LEO 경제를 선점하는 핵심 경로가 될 것이다.” 

Plus Point

2030년 ISS 퇴역과 '궤도 부동산'의 탄생

액시엄 스페이스가 국제우주정거장(ISS) 퇴역 이후 운용할 액시엄 스테이션. /사진 액시엄 스페이스
액시엄 스페이스가 국제우주정거장(ISS) 퇴역 이후 운용할 액시엄 스테이션. /사진 액시엄 스페이스

NASA는 2030년을 ISS 퇴역 시점으로 정하고 ‘포스트 ISS’ 계획 수립에 나섰다. NASA의 ‘상업 저궤도 거점(CLD)’ 프로그램이다. 지난 30여 년간 인류 우주탐사의 전초기지이자, 국가 주도 과학 실험장이었던 ISS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자리에, 이제는 민간 자본이 주도하는 거대한 상업용 ‘비즈니스 파크’가 들어서는 셈이다.

가장 앞서가는 주자는 액시엄이다. 이들은 ISS가 가동되는 동안 자체 모듈을 먼저 결합한 뒤, ISS 퇴역 시 이를 분리해 독립적인 스테이션을 구축하는 영리한 단계적 전략을 택했다.

보이저 스페이스와 에어버스, 미쓰비시 등이 합작한 스타랩은 여러 번 발사 대신 단 한 번의 대형 발사로 스테이션을 완성하는 ‘싱글 론치’ 전략을 내세웠다.

미국의 배스트는 최근 5억달러(약 74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2027년 초 세계 최초의 단일 모듈 상업용 우주정거장인 ‘헤이븐-1(Haven-1)’ 발사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주도하는 오비탈 리프는 파트너십 재편 과정에서도 ‘우주 비즈니스 파크’라는 비전을 유지하며 차세대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유럽은 스타랩에 참여하는 방안을, 중국은 텐궁 우주정거장, 인도는 바라티야 안타리크시 스테이션(BAS)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근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