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원 - 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수사대응팀 팀장, 서울대 심리학, 사법연수원 33기, 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 전 춘천지검속초지청 지청장, 전 부산지검 공판부 부장검사, 전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사진 법무법인 바른
고진원 - 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수사대응팀 팀장, 서울대 심리학, 사법연수원 33기, 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 전 춘천지검속초지청 지청장, 전 부산지검 공판부 부장검사, 전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사진 법무법인 바른

“담합 사건에서 수사 기관이 주목하는 처벌 대상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급 이상이다. 자칫 기업 경영의 연속성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 진단을 통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 업무 관행을 사전에 점검할 때다.”

법무법인 바른에서 공정거래수사대응팀을 이끌고 있는 고진원 변호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정부의 담합 사건 처벌 강화 방침과 관련해 “기업 임직원 개인에게까지 형사책임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업무 관행을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공정거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검사 출신 변호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를 지냈고, 검찰 재직 시 공정거래 분야 공인전문검사(블루벨트) 자격을 취득했다. 

검찰의 ‘공정거래사범 수사실무’ 책자 공동 집필에도 참여하는 등 공정거래 수사와 관련 법리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 법조인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른 공정거래수사대응팀의 장점은.

“이른바 다학제적 전문가 협업 구조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행정 조사, 검찰 수사, 법원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거나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절차가 중첩되는 사건일수록 각 단계 전문가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다. 공정위 사무처장 출신인 신동권 고문을 비롯해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 김용하 변호사,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인 서혜숙·정경환·백광현·정양훈 변호사 등이 공정거래 그룹에 속해 공정거래수사대응팀과 긴밀하게 협업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담합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며 엄단 기조를 강조했다. 기업이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은.

“경쟁사 임직원 간 비공식 접촉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담합은 경쟁 업체 담당자 사이의 친분을 매개로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골프 모임이나 동문 네트워크, 업계 협회 행사 등에서 비공식 정보 교환도 공정거래법 제40조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의심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 사이의 사적인 모임도 문제가 될 수 있나.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개인적인 친목 모임이 공정위나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임직원이 인식하지 못한 상황이 법 위반 요소로 의심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원래 이렇게 해왔다’는 관행이 담합 행위로 처벌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입찰 전 업체 간 물량 분배 관행이나 가격 결정 시 업계 통보 관행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현재 업무 프로세스를 공정거래 전문가에게 의뢰해 법률 리스크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잠재적 법 위반 요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실효성 있는 내부 준법 모니터링 체계 구축도 필수다. 공정위는 ‘공정거래 자율 준수 프로그램(CP·Compliance Program)’을 운용하는 기업에 과징금 경감 혜택을 부여하고 있고, 검찰 양형에서도 유리한 요소로 고려된다. 단순히 CP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무팀· 컴플라이언스팀·감사팀이 실질적으로 관여해 경영진에게 개선 사항을 보고하고 이행 여부를 추적하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담합 사건에 연루된 임직원 개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사 기관이 주목하는 처벌 대상도 임원급 이상이다. CEO가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대표이사나 임원이 구속·기소될 경우 기업 경영의 연속성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단순한 규정 정비를 넘어 임원 개인이 직접 책임질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내부 통제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데,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위뿐 아니라 경찰과 향후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까지 자체 인지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기업이 노출되는 수사 채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의 사법 리스크 대응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 기업이 마주할 리스크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보면, ‘불공정한 방법’ 처럼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조항이 적지 않다. 전문적 훈련을 받은 공정위 조사관조차 법 위반 여부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은 수사 기관이 무분별하게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문제 소지 자체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통제 시스템을 사전에 철저히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응책이다.”

요즘은 공정위 처분 절차와 검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두 절차는 법적으로 독립적이어서 공정위에서의 진술이나 제출 자료가 검찰 수사에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고, 반대로 검찰 대응이 공정위 제재 수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담합 사건에서 혐의를 인정하는 전략을 택했다면 공정위와 검찰에 각각 리니언시(처벌 감경·면제 제도)를 신청해야 한다. 다만 절차 협조가 무제한적인 증거 제출이나 위법 절차 묵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위법한 압수수색을 묵인하면 위법성 주장 기회도 상실할 수 있다. 따라서 협조와 권리 보호를 동시에 실현하려면 수사 개시 즉시 전문 변호인과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호인의 조력으로 사건 흐름이 달라진 사례가 있나.

“최근 모 기업의 대표이사 배임수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검찰이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었는데, 위법 수집 증거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다퉈 전부 무죄를 받았다. 수사 기관이 임의 제출 범위를 넘어 전자정보를 수집했다는 점을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입증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 공정거래 수사에서 적법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확인한 사례다. 기업이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전문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증거 수집 과정의 적법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될 예정인데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중수청 출범 초기에는 공정거래 수사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완전히 이전되기까지 일정한 과도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감시 공백으로 보고 내부 통제를 느슨하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 오히려 이 시기에 내부 CP와 법률 리스크 진단을 미리 정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 내부 정보의 보안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Plus Point

"담합은 대국민 중대 범죄"
李 대통령 강경 메시지에 기업 압박하는 공정위·검찰

“담합 가격 조작은 대국민 중대 범죄다.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곧 알게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의 담합 가격 조작에 대해 연이어 강경 메시지를 내고 있다. 3월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합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경제 영역에서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이같이 밝힌 것이다. 앞서 2월 3일 국무회의에서도 “(처벌이 약해) 나 같아도 담합할 것 같다”며 담합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과징금 상향과 임직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필요성을 주문했다.

유관 부서인 공정위도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정위는 3월 9일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공개하고, 관련 매출액의 0.5%였던 담합 과징금 하한을 10%로 상향하기로 했다. 20배나 올린 셈이다. 중대한 담합의 경우 과징금 하한을 3%에서 15%로, 매우 중대한 담합은 10.5%에서 18%로 높였다. 또 최근 10년간 담합으로 과징금 제재를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최대 100%까지 가중 처벌하기로 했다.

검찰의 칼날도 기업을 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자체 수사를 통해 설탕·밀가루 등 생활필수품 담합 사건에 연루된 업체 관계자 52명을 재판에 넘겼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에 고무된 공정위와 검찰이 경쟁을 벌이면서 중간에서 기업만 난감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칫 기업 부담이 늘어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영 조선비즈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