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이하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선출한 건 미국, 이스라엘과 맞서는 동시에 위기 상황에서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월 8일(이하 현지시각) 이란이 최고지도자 후계자로 강경파인 모즈타바를 선출한 것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차기 지도자로 모즈타바를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드러냈지만, 반미 강경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항전 의지를 내세운 것이다. 

모즈타바 선출로 반미 투쟁 의지 강화

성직자 88인으로 구성된 이란 헌법 기구 ‘전문가 회의(Assembly of Experts)’는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으로 알리 하메네이가 폭사한 지 8일 만인 3월 8일 그의 차남 모즈타바를 제3대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전문가 회의는 성명을 내고 “이란이슬람공화국의 세 번째 지도자로 모즈타바를 압도적 다수표로 선출했다”며 “현명하고 지혜로운 지도자의 순교와 승천 직후, 심각한 전쟁 상황과 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지도부 선출 절차를 주저 없이 진행했다”라고 했다.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를 위대한 지도자이자, 순교자로 언급하면서 그의 차남 모즈타바를 순교자의 피로 왕관을 쓴 차기 지도자로 묘사했다. 전문가 회의는 “범죄적인 미국과 사악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잔혹한 침략을 규탄한다” 며 “지도부를 향해 충성을 맹세하고 단결을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모즈타바를 차기 지도자로 선출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항전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1969년생인 모즈타바는 알리 하메네이의 여섯 자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삶은 이슬람 혁명과 궤를 같이한다. 테헤란의 엘리트 코스인 알라비고등학교와 쿰신학교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교육을 받은 모즈타바는 1987년 혁명수비대(IRGC)에 입대해 이란·이라크 전쟁 최전선인 ‘하비브 대대’에서 복무했다. 당시 모즈타바는 단순한 지도자의 아들이 아닌 근본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전사로 군부 내 인맥을 쌓았다. 모즈타바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다. 공식적인 직함 없이 부친 곁을 지켰지만, 사실상 이란의 칼과 돈, 언론을 모두 장악한 막후 실세였다.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의 실질적 리더로서 2009년 부정선거 항의 시위와 2022년 히잡 시위 당시 유혈 진압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79년 혁명 당시 몰수한 자산을 관리하는 비밀 국영기업 ‘세타드’와 국영방송 ‘IRIB’ 운영에도 깊숙이 개입하며 국정 전반을 좌지우지해 왔다. 

모즈타바는 3월 12일 최고지도자 선출 후 처음으로 "순교자들의 피에 대한 복수를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라고 공개 성명을 냈다. 그는 "복수는 위대한 혁명 지도자(알리 하메네이)의 순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적(미국·이스라엘)에게 희생된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위대한 호메이니와 순교자 하메네이의 자리에 앉는 것은 제게 큰 부담"이라며 "순교한 아버지의 시신을 봤다. 그의 힘은 산처럼 굳건했고,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순교에 대한 보복을 피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세습 비판 ‘순교자 서사’로 정면 돌파

모즈타바의 최고지도자 선출은 1979년 팔레비왕조의 세습 통치를 ‘비민주적 악’으로 규정하며 탄생한 현재 이란 체제와 충돌한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세력은 신정 일치 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왕조 세습을 비판하며 탄생했는데, 모즈타바가 아버지 알리 하메네이 권력을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1989년 초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 사망 당시에도 아들 추대론이 있었지만, ‘혈통 세습은 혁명 정신에 위배된다’는 반대 여론으로 하메네이가 선출된 전례가 있다. 다만 이란 수뇌부는 이번 모즈타바 선출을 ‘순교자 서사’로 정면 돌파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으로 일가족을 잃은 모즈타바를 순교자의 피를 이어받은 복수자로 우상화하는 방법으로 체제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특히 혁명수비대는 모즈타바에게 중급 성직자 계급을 넘어선 ‘아야톨라(신의 증거)’라는칭호를 부여하며 영적 권위를 입히고 있다. 모즈타바를 보는 이란 내부 민심은 차갑다. 2022년 히잡 시위 당시 ‘모즈타바, 당신이 지도자가 되기 전에 죽기를 바란다’는 구호가 등장했을 정도로 모즈타바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NYT는 3월 9일 “테헤란 일부 지역에서 ‘모즈타바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다시 울려 퍼졌다”라고 전했다.

3월 12일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첫 공개 성명을 방송하는 이란 국영방송. /사진 AFP연합
3월 12일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첫 공개 성명을 방송하는 이란 국영방송. /사진 AFP연합

‘오래가지 못할 것’ vs ‘최소 6개월 전쟁’

트럼프 대통령은 3월 8일 모즈타바 선출과 관련해 “우리의 승인을 받지 못한 이란의 차기 지도자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모즈타바 정통성을 부정한 것이다. 이스라엘도 앞서 3월 3일 “후계자가 누가 되든 제거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언제든 모즈타바 제거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반면 혁명수비대는 “최소 6개월은 미국·이스라엘과 격렬한 전쟁을 치를 준비가 됐다”라며 강경 투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 모즈타바 선출 직후 이란은 걸프국을 향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혁명수비대는 ‘모즈타바의 명에 따르겠다’는 문구를 새긴 미사일을 공개했다. 

러시아와 중국 등은 모즈타바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 8일 “어려운 시련 속에서 이란 국민을 통합해 내리라 확신한다”고 했고, 중국도 같은 날 “자국 헌법에 따른 결정”이라며 모즈타바 체제를 사실상 인정했다. 모즈타바를 지지하는 중·러 블록과 그를 제거하려는 미·이스라엘 블록으로 국제사회가 갈라진 셈이다.모즈타바가 이끄는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 타협 없는 장기전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한때 막후 실세였던 모즈타바가 순교자 피로 왕관을 쓴 만큼 내부의 정통성 시비와 외부의 군사적 압박을 뚫고 아버지 알리 하메네이의 유산을 지켜낼 수 있을지, 전 세계가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

Plus Point

종신직 최고지도자 된
모즈타바의 무소불위 권력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국가 서열 1위로 행정·입법· 사법부 위에 군림하는 절대 권력자다. 이란 헌법에 따르면, 최고지도자의 권한은 압도적이다. 먼저 최고지도자는 군 통수권을 갖는다. 정규군과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으로서 선전포고 및 군대 동원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인사권도 있다. 사법부 수장, 국영방송(IRIB) 사장,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12명 중 6명을 직접 임명할 수 있다. 외교·안보·원자력 등 국가 핵심 전략을 최종 승인할 수 있는 정책 결정권도 있다. 대통령 당선을 인준하거나 필요시 해임하는 권한도 있다. 이런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최고지도자는 국민의 직접 투표가 아닌 성직자 88인으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에서 선출된다. 전문가 회의가 지도자 자질을 감시하고 유고 시 새 지도자를 뽑는다고는 하지만, 전례를 볼 때 최고지도자 임기는 종신직이다. 이번 선출 과정에서도 전문가 회의는 “심각한 전쟁 상황과 적의 위협 속에서도 주저 없이 절차를 진행해 모즈타바를 압도적 다수로 선출했다”라고 했다. 이런 결정은 전쟁이라는 비상사태 속에서 지도부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강경파 중심의 결속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