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시행으로 하청 노동조합이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기업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의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이 수반되는 경영상 결정은 쟁의(파업 등) 대상이 될 수 있고, 노조 파업 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는 제한된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2·3조를 개정한 것으로, 법 공포는 2025년 9월 9일 이뤄졌고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이번에 시행됐다.
노사 양측은 노란봉투법 공포 이후 반발했다. 개정 내용이 충분치 않고, 일부는 일방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노동 당국이 가이드라인과 해석 지침을 내놨지만, 경영·노동 현장에서는 여전히 노란봉투법의 모호성을 지적하고 있다. 노조법과 고용노동부의 ‘원·하청 상생 교섭 절차 매뉴얼’ ‘해석 지침’ 등을 바탕으로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1 노란봉투법으로 무엇이 바뀌나.
원청 기업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하청 업체 근로자 단체와 직접 교섭 할 수 있게 된다. 개정 노조법 2조는 ‘사용자’ 범위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를 포함하고 있다. 또 ‘근로자 지위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도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되면서 노사 간 쟁의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Q2 모든 하청 업체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원청이 단순히 납기나 결과물만 요구하거나 통상적인 수준의 출입 절차만 통제하는 경우라면 하청 노조의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원청이 하청의 근로시간이나 휴게 시간, 작업 일정, 작업 환경 등 핵심 근로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는 경우에는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성 여부는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가 판단한다. 노동위원회가 원청 업체와 하청 노조 간 사용자 관계가 성립한다고 인정할 경우 일단 교섭 의무가 주어진다. 시행 초기에는 노동위원회에 사건이 몰리고,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Q3 파업 사유를 ‘임금 인상’뿐 아니라 ‘임금 체불’이나 ‘부당 해고’ 등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는데.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임금 인상 등 이익 분쟁 중심으로 파업이 이뤄졌지만, 개정법 시행으로 근로조건과 관련된 다양한 갈등이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미지급 임금 해결 요구 △단체협약 불이행에 대한 항의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 복직 요구 등도 쟁의 대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Q4 원·하청 노조가 함께 교섭하나.
아니다. 정부는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의 교섭 범위와 이해관계가 달라 교섭 단위를 구분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더라도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는 교섭 구조가 서로 다르다.
Q5 그렇다면 원청은 하청 노조와 1년 내내 수십 차례 교섭해야 하나.
고용부는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하청 노조가 원청과 교섭하려면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교섭 창구 단일화는 하나의 사업장에 노조가 두 개이상 있을 때 교섭 대표 노조를 하나로 정해 사용자와 교섭하는 제도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개별 교섭을 요구할 경우 사용자가 이에 응할 의무는 없다.
Q6 다수 하청 노조 간 이혜관계가 다르면.
고용부는 하청 노조 간 교섭 단위 분리를 허용하고 있다. △노조 간 이해관계가 다르거나 △이익 대표성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 △노동조합 간 갈등 가능성이 있는 경우 교섭 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 또 △하청 업체간 근로조건 차이가 크거나 △고용 형태·교섭 관행이 다른 경우에도 교섭 단위 분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교섭 단위가 쉽게 분리될 경우 수백 개 하청 업체 노조와 각각 교섭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Q7 로봇 도입·신산업 진출 등 경영상 결정도 교섭 대상인가.
고용부는 로봇 도입, 신산업 진출, 해외투자 등 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아니라고 본다. 합병·분할·양도·매각 역시 그 자체로는 단체교섭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경영상 결정 과정에 있어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배치전환 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간제 근로자 정규직 전환, 징계·승진 제도 공정성 확보를 위한 기준 마련, 정년 연장과 관련된 기준 설정 요구 등은 단체교섭 대상이다.
Q8 원청이 교섭을 거부할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가 적용될 수 있다. 고용부는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교섭 거부·해태에 따른 부당노동행위로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Q9 노조 불법 파업도 원청의 불법행위에 대응한 것이라면 면책되나.
노조법 개정안에는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고용부는 “정당방위 개념으로 다른 수단이 없어 불가피하게 대응한 경우에만 상당한 범위에서 책임이 면제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는 법적 판단이 필요해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Q10 노조 파업으로 손실이 나도 기업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나.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전과 다르게 책임 산정 방식이 엄격해졌다. 과거처럼 불법 파업 참여자 전원에게 ‘공동 연대책임’을 묻는 대신, 이제는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배상액을 개인별로 나눠 산정해야 한다. 또 근로자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배상액 감면 청구권’이 신설됐고, 가족 등 신원보증인에게는 연대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했다.
노란봉투법 첫날
하청 노조 교섭 요구, 407곳 쏟아져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3월 10일 하청 노동조합 407곳(조합원 8만1600명)이 원청 사업장 221곳을 상대로 교섭 요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하청 노조 교섭 요구 현황(3월 10일 오후 8시 기준)에 따르면, 교섭을 요구한 하청 노조 407곳 가운데 357 곳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이었다. 요구받은 쪽은 현대차·HD중공업·한화오션·롯데건설 등 대기업은 물론, 연세대·고려대 등 대학, 서울시·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다.
고용부는 “원청 사용자 가운데 교섭 의사를 갖고 법적 절차에 따라 교섭 요구 당일 이를 공고한 사업장은 한화오션·포스코·쿠팡CLS·부산교통공사·화성시 등 5곳”이라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에 대해 정부는 “원·하청 간 대화와 타협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사용자성이 인정된 의제에 한해 교섭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는 반박이 나온다. 노사 간 교섭 테이블이 차려지면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다양한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고, 노조가 파업을 협상 무기로 삼아도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노동계 안팎은 기업이 정부와 노조를 의식해 하나둘 노사 교섭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 3월 10일 곧바로 교섭 의사를 나타낸 업체 5곳은 모두 정부가 강한 입김을 낼 수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