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특별시에 매년 5조원을 주겠다고 하지만 축배를 드는 시간은 잠시일 것이다. 이후에는 어려운 일만 남는다. 행정 정리와 청사·조직 문제 등 아무것도 정리된 게 없다. 이 과정에서 지역과 공무원 간 충돌 등 갈등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은 3월 5일 서울 영등포구 ‘부산시 서울본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광역 지방정부 행정 통합 논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부산은 현재 경남과 함께 행정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속도전’을 택한 일부 지역과 달리 주민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별법 제정 이후 행정 통합을 추진하는 광주·전남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광주·전남은 7월 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준비를 마친 상태다. 행정 통합 특별법과 관련 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대전·충남, 대구·경북 통합법은 지역 반발과 정치권의 이견으로 통합이 보류된 상태다. 박 시장은 “광역 행정 통합의 핵심 원칙은 분권인데 전남·광주 특별법은 분권이 빠진 법” 이라며 “몸집만 키우는 방식은 비만 초등학생을 만드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이어 “몇 달 만에 통합을 밀어붙이면 이후 갈등 요인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일문일답.
6·3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한다. 지난 임기를 평가한다면.
“부산의 잠재력을 되살리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투자와 고용이 늘고 도시 경쟁력이 높아졌다. 데이터, 미래 차, 스마트 물류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투자가 확대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인 4조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상용 근로자는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고 고용률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도시 브랜드 가치도 상승했다. 문화·관광 인프라도 확충해 시민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변화를 추진했다.”
시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었나.
“궁극적인 목표는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만드는 것이다.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이자, 시민 행복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혁신 인프라와 산업, 인재를 중심으로 국제 자유 비즈니스 도시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삶의 질 관련 각종 평가에서도 부산의 시민 행복 지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이전 이후 해양 수도 비전을 위해 필요한 과제는.
“기관 이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분산된 해양 정책을 해양수산부 중심으로 통합해 항만, 해운, 조선, 해양 에너지, 해양 바이오 등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과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 해운·물류 기업 본사와 금융 기능을 결합해 글로벌 해양 금융 허브로 성장해야 한다.”
국내 1위 선사 HMM 이전 논의도 있다.
“HMM 이전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해운 경쟁력을 높이는 국가 전략이다.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과 본사가 함께 있어야 현장 중심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 본사가 이전하면 사람과 자본이 함께 이동하고 해양 금융 클러스터 형성도 가능해진다.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도 제공할 수 있다.”
부산이 ‘제2의 수도’라는 인식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은 오랜 기간 성장 억제 정책의 영향을 받았고 산업구조가 IT·디지털 중심으로 바뀌면서 관련 기업과 인재가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했다. 임기 초부터 글로벌 허브 도시 전략을 추진하며 도시 체질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 부산이 다시 도약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부산·경남 행정 통합 추진 상황은.
“2022년 통합 추진을 선언했고 지난 1월 2028년 통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특별법은 올해 1분기 내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주민에게 통합 효과를 설명하고 연내 주민 투표를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행정 통합 논의 방식에 대한 평가는.
“지금의 통합 논의는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급하게 추진되는 측면이 있다. 여당은 그동안 반대하다가 대통령 발언 이후 입장을 바꿨고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 주민 논의 과정이 충분하지 않은 채 정치 이슈로 변질된 점은 아쉽다.”
“궁극적인 목표는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만드는 것이다.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이자, 시민 행복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혁신 인프라와 산업, 인재를 중심으로 국제 자유 비즈니스 도시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광주·전남 행정 통합특별법에 대한 평가는.
“통합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기본법을 마련한 뒤 지역 특수성을 반영한 특별법을 만드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현재 특별법은 분권이 빠져 있고 행정 조직과 청사 문제 등도 정리되지 않았다. 결국 새로 출범할 특별시장이 행정안전부와 협의하며 운영해야 하는 구조다. 매년 5조원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갈등과 비용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행정 통합 5조 인센티브’가 지방선거 정치 구호로 활용될 가능성은.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이라고 본다. 선거 전략으로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과 코스닥 분리에 대한 입장은.
“부산은 금융 중심지 지정 이후 국제금융센터를 중심으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대형 금융기관 본사 이전과 자본 유입은 여전히 부족하다. 거래소 본사는 부산에 있지만 핵심 시장 기능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지주회사 전환 시 본점 소재지를 규정하는 내용이 빠져 있다. 그대로 통과되면 핵심 자회사가 정관 변경만으로 서울로 이전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40년 만의 재결합 전남·광주
대구·경북 통합은 막판에 불발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가 통합한 ‘전남·광주 통합특별시’가 7월 1일 출범한다. 1986년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분리된 지 40년 만이다.
대구·경북과 대전·충남, 부산·경남도 통합을 논의했으나 최종 통합특별법 합의가 불발했다. 애초 여야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광주·전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통합법에 합의했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 심의 과정에서 국민의힘 내에서 대구·경북과 대전·충남 지역의 통합을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면서 광주·전남 통합법만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후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의원의 투표를 통해 대구·경북만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민주당이 입장 번복에 대한 사과와 대전·충남 통합법 찬성을 요구하면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부산·경남은 주민 동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통합은 정치적 정략이 아닌 백년대계의 자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주민 투표 등 도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도 “연내 주민 투표를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행정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월 16일엔 김민석 국무총리가 △파격적 재정 지원 △통합특별시 위상 강화 △공공기관 우선 이전 △산업 활성화를 행정 통합 인센티브로 약속하기도 했다. 통합 지방정부에 대한 인센티브 중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은 ‘재정 지원’ 이다. 정부는 통합 지방정부에 연간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자치권을 부여하고, 차관급 부단체장 네 명도 둘 수 있도록 한다. 2027년 2차 공공기관 이전 때 통합특별시를 우선 배려하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입주 기업에 고용 보조금과 교육·훈련 지원금은 물론, 토지 임대료와 지방세 감면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