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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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통증은 흔하다. 경계해야 할 신호는 따로 있다. 걷다가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리듯 무릎이 툭 꺼지는 느낌이다. 평소 이런 증상은 계속 이어지지 않고 괜찮다가 다시 나타나는 식으로 반복되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무릎 힘 빠짐은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 불편으로 볼 일이 아니다. 통증보다 먼저 기능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원인이 무릎 자체에 있을 수도 있고, 허리에서 내려오는 신경 압박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다. 연골이 닳고 관절 주변 구조가 약해지면 무릎은 단순히 아픈 데서 끝나지 않는다. 체중을 버티는 힘이 떨어지고, 계단을 내려갈 때 불안하며, 방향을 바꿀 때 휘청거리는 식으로 기능 저하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앉았다가 일어날 때 둔하게 아프거나 계단에서 시큰한 정도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기와 뻣뻣함, 걸리는 느낌, 힘빠짐이 함께 나타난다. 이런 경우라면 이미 관절이 보내는 경고가 분명해진 상태로 봐야 한다.

허동범 - 연세스타병원 병원장, 현 경희대 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 외래교수 ,현 정형외과 전문의 ,현 대한정형통증의학회 정회원 ,전 중국 청도시립병원 한중사랑관절전문센터 의료진
허동범 - 연세스타병원 병원장, 현 경희대 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 외래교수 ,현 정형외과 전문의 ,현 대한정형통증의학회 정회원 ,전 중국 청도시립병원 한중사랑관절전문센터 의료진

물론 무릎에 힘이 빠진다고 무조건 무릎에 문제가 생겼다고 볼 일은 아니다. 허리 디스크나 척주관 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처럼 허리에서 신경이 눌리면 다리 저림, 당김, 감각 저하와 함께 힘 빠짐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무릎 한 부위만 아픈 것이 아니라 엉덩이부터 허벅지, 종아리까지 묵직하거나 저릿한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오래 서 있거나 걸을수록 더 힘들고, 잠깐 앉거나 허리를 숙이면 조금 편해지는 양상도 흔하다. 무릎이 툭 꺼지는 느낌만 보고 무릎 문제로만 단정하면 원인을 놓칠 수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무릎 관절염이 원인이라면 주사 치료로 염증과 통증을 조절하면서 체중 관리와 허벅지 근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허벅지 근육은 무릎을 지지하는 핵심이어서 근력이 회복돼야 무릎의 불안정감과 힘 빠짐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통증이 지속되고 정상적으로 걷는 게 어려워지거나 기능 저하가 심해진다면 무릎 인공관절 수술 같은 수술적 치료를 검토해야 한다.

반대로 허리 신경 압박이 원인이라면 운동 치료, 약물 치료, 주사 치료를 통해 신경 주변의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며 경과를 본다. 그러나 다리 저림과 힘 빠짐이 반복되고 걷다가 주저앉을 만큼 힘이 빠지거나 발을 끌게 되는 수준이라면 신경 기능 저하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더 적극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보행 장애가 뚜렷해지고 근력 저하가 진행한다면 시술이나 수술 같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단계인지 판단해야 한다. 배뇨·배변 이상까지 동반된다면 즉시 진료가 필요하다.

무릎 힘 빠짐이 있다고 해서 모두 응급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진료가 필요한 경우는 분명하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쉬어도 2주 이상 호전되지 않을 때, 걷는 자세가 달라질 정도로 자꾸 휘청거릴 때, 무릎이 잠기는 듯 펴지지 않거나 완전히 굽히고펴기 어려울 때는 서둘러 진료받아야 한다. 다리 저림, 감각 둔화, 실제 근력 저하가 함께 나타난다면 신경 압박 가능성까지 확인해야 한다.

무릎 힘 빠짐은 단순히 ‘무릎이 약해졌다’ 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무릎 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원인일 수도 있고, 허리에서 시작된 신경 문제가 다리 힘 빠짐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때로는 두 가지가 함께 영향을주기도 한다. 무릎 통증과 함께 힘 빠짐이 반복된다면 참고 버티기보다 원인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이다. 

허동범 연세스타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