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 펼쳐지는 세계, 누가 숨은 이득을 챙기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던컨 웰던│윤종은 옮김│윌북│2만4800원│360쪽│2월 27일 발행

미국의 대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세계 정치 역시 긴장의 소용돌이로 들어간다. 전쟁은 언제나 파괴와 희생을 남기지만 동시에 거대한 경제적 파장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인류는 왜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도 전쟁을 반복하는 것일까.

책은 이 질문을 도덕적 광기나 지도자의 오판이 아닌 경제학의 언어로 풀어낸다. 전쟁을 움직이는 힘을 ‘유인(incentives)’과 ‘제도(institutions)’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인류 역사 속 폭력과 갈등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해석한다. 전쟁은 단순한 비합리적 충돌이 아니라 특정한 보상 구조와 제도적 환경속에서 개인과 국가가 내린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책은 바이킹 시대의 약탈에서부터 신대륙 정복, 해적 조직의 운영 방식 그리고 현대의 국제 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 관점을 설명한다. 약탈과 침략이 단순한탐욕이나 야만의 산물이 아니라 당시의 경제구조 속에서 ‘합리적 행동’으로 작동했던 이유를 추적한다. 바이킹에게 조공을 바치는 제도가 중세 유럽 경제를 자극했던 역설, 아메리카 대륙에서 막대한 금과 은을 확보하고도 스페인이 결국 재정 파탄에 이른 배경은 전쟁과 경제가 얼마나 긴밀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흥미로운 점은 폭력과 경쟁이 반드시 파괴로만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정한 제도와 유인 구조 속에서 갈등은 오히려 정치와 경제 질서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도시국가가 전쟁과 경쟁 속에서 거대한 사치재 시장을 형성하며 예술과 상업을 동시에 발전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이 격추 실적에 따라 보상을 주는 성과 체계를 운용하면서 조직 전체의 전략적 판단이 왜곡됐다는 분석은 보상 구조가 조직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이 같은 관점은 국가가 아닌 조직이나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데도 적용된다. 예컨대 해적은 법과 국가의 보호 없이 활동했지만 선원과 간부 사이의 보상 규칙을 명확히 정해 내부 갈등을 줄이고 협력을 유지했다. 또 유럽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진 마녀사냥 역시 단순한 미신의 광기가 아니라 소빙하기로 불리는 기후변화와 경제 불안 속에서 사회가 불안을 해석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책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사람은 어떤 제도와 유인 속에서 행동하는가. 전쟁의 원인을 민족 감정이나 지도자의 성격에서 찾기보다 개인과 조직이 처한 보상 구조와 제도적 환경을 들여다볼 때 갈등의 본질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역사 해석을 넘어 현대의 정책 결정과 조직 운영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지금, 전쟁을 감정과 이념이 아닌 구조와 선택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폭력의 역사를 경제와 제도의 언어로 다시 읽는 것은 뉴스 속 국제 갈등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새로운 틀을 제시한다. 전쟁의 뒤편에서 작동하는 냉혹한 계산을 직시할 때, 비로소 세계를 움직이는 힘의 구조가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 인류 노동의 역사와 미래
AI 사피엔스,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백완기│지베르니│2만2000원│300쪽│2월 13일 발행

AI 혁명은 인간의 일을 어떻게 바꿀까. 괴베클리 테페부터 산업혁명, 실리콘밸리에 이르기까지 1만 년 인류 문명의 흐름 속에서 ‘노동’의 의미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추적한다. 책은 산업혁명이 ‘시간표에 묶인 인간’ 을 만들었다면, AI 시대는 노동 이후의 삶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시대, 노동과 문명의 관계를 다시 묻는 인문적 탐구다.

거의 모든 사람과 효과적으로 협력하기 위한 전략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라이언 리크│김태훈 옮김│김영사│2만원│400쪽│2월 23일 발행

직장에서 우리를 지치게 하는 건 일이 아니라 사람일 때가 많다. 일터의 갈등 역시 대부분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책은 까다로운 상사와 동료, 고객과 갈등을 피하거나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함께 일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말한다. 전 세계 기업 리더를 코칭해 온 저자가 상대의 언어와 감정을 이해하는 ‘소통력’을 통해 갈등 속에서 협력과 성과를 이끌어내는 현실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직업이 뭐냐고요? 자녀입니다
전업자녀
전영수│한국경제신문│1만7000원│244쪽│2월 25일 발행

“저는 전업자녀로 일하고 있습니다.” 농담 같던 이 말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풍경이 되고 있다. 취업난과 치솟는 주거비 속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이 늘어나며 ‘전업자녀’라는 말은 더 이상 인터넷 밈이 아니라 시대의 징후가 됐다. 저자는 이 현상을 개인의 나태나 실패가 아니라 저성장 시대가 만든 생존 전략으로 읽으며, 부모와 자녀가 자원을 나누는 가족 모델의 등장을 짚는다.

AI 시대에 차이를 만드는 격
다시, 초격차
권오현│쌤앤파커스│2만2000원│280쪽│3월 3일 발행

“1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유지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 를 이끈 권오현 전 회장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왜 인재와 조직은 그대로인데 리더 한 명이 바뀌면 기업의 운명이 흔들리는가. 그는 개인의 역량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을 지탱하는 판단과 제도의 구조라고 말한다. 초격차를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묻는 경영 통찰서다.

10만 년을 되돌려 되찾는 뇌 설계도
완벽한 원시인
자청│필로틱│2만2000원│430쪽│3월 11일 발행

현대인의 불안과 번아웃은 의지 부족 때문일까. 책은 그 원인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진화적 불일치’에서 찾는다. 10만 년 전 환경에 맞게 설계된 인간의 뇌가 오늘날 도시 환경과 충돌하면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면, 빛, 움직임 같은 인간의 기본 조건을 회복해야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서, AI 시대를 버텨낼 인간의 몸과 뇌의 작동 원리를 다시 조명한다.

할리우드의 마지막 거장들:
코폴라, 루카스, 스필버그 그리고 미국 영화의 영혼을 위한 전쟁(The Last Kings of Hollywood:Coppola, Lucas, Spielberg―and the Battle for the Soul of American Cinema)
폴 피셔│셀라돈북스│ 32달러│480쪽│2월 10일 발행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미국 영화의 판도를 바꾼 세 감독은 어떻게 할리우드의 중심에 섰을까. 책은 ‘대부’ ‘죠스’ ‘스타워즈’가 탄생하던 순간을 따라가며 1970년대 뉴 할리우드의 격동기를 비춘다. 서로 자극이자 라이벌이었던 세 감독이 젊은 시절의 도전과 모험 속에서 현대 할리우드의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